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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2019)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6. 2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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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영화

 

Parasite

불편한 공생 또는 처절한 경쟁과도 같은 빌붙어 사는 이들의 삶

★★★★★

 

 사람 사는 세상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잘 사는 집과 못 사는 집. 그것도 극단적으로 가면 상류층과 빈곤층으로.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지만 나아지는 것 없이 돌고 도는 인생이다. 못 사는 사람은 계속 못살고. 이런 와중에 잘 사는 사람은 계속 잘 살고. 이런 탓에 천금의 기회가 오면 어떻게든 달려들 수밖에 없다. 공정하게 하든, 다소 불법적으로 하든 말이다. 사는 문제에서 이판사판인 상황인데 공정함이 의미가 있을지 부터가 문제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반지하방에 살며 겨우 하루벌이를 하며 살던 가족의 아들이 우연히 부잣집에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지지리 궁상인 가족과 흔한 한국 부잣집을 번갈아 보여주는 구도로 나타나는 코미디극이긴 하다. 다소 뻔뻔하면서도 다정하게 나타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유쾌함. 겉으로만 거창하고 속으로는 이것저것 단순함이 넘쳐나는 부잣집. 재미는 재미대로 주면서 뭔가 비꼬는 듯한 뉘앙스가 많아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저 웃기기만 하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로 굉장히 불편한 현실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빌붙어 사는 상황 자체가 웃기게 나타나긴 하지만 결국에는 자각할 수밖에 없다. 잘사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세상과, 못사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이. 누구는 아무런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낼 때, 다른 곳에서는 매일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 아무리 똑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지만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겠지만 누구든 다 아는 사실이지 않은가? 굳이 영화에서 다루지 않아도 내 삶에서 느껴지는 현실 문제라는 걸. 단지 빈부격차의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 극명하게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는 걸. 처음에는 웃기던 상황이 점점 이렇게 보일 수도 있다. 저런 것들은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우리만 이러고 사는 걸까. 저것들은 뭔데 못사는 사람들을 깔보고 다니는 건가.

 단순한 빈부격차 뿐만 아니라 빈곤층에 해당되는 이들의 처절한 경쟁도 불편함을 더욱 크게 만든다. 돈이 나오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양은 많지도 않은데 필요한 사람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부유층이 허술하게 관리해서 돈이 새는 밑 빠진 독이 나타나면 어떨까?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고 누누이 말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런 것조차 없다. 서로 내가 더 살기 힘들다고 말하면서 독차지하려는 경쟁이 벌어진다. 돈이 새도 신경 안 쓰는 부자. 그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서로 싸우는 가난한 사람들. 이게 블랙코미디가 아니면 뭐겠는가.

 위에서 언급한 것과 다른 의미에서 불편하게 보이는 장면이 나온다고 말이 많은데 그것도 잘 보면 빈부격차의 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에 대한 부분에서 말이다. 누구는 여유 있고 속 편하니까 그러고도 남는데. 다른 이는 기본적인 것도 해소 못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핸드폰이나 그 밖의 그 나이 대에 가지고 싶어할만한 물건으로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가진 걸로 표현하는 건 이미 작중에 많이 나타나 있다. 게다가 아무리 가진 걸로 빈부격차를 표현하려 해도 그 안에 세세한 것까지 구분 짓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기본적인 욕구의 빈부격차를 따로 표현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반부부터 분위기가 바뀌다가 여러 일들이 갑자기 벌어지기 때문에 어딘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딱히 복잡한 일은 아니다. 그저 사람 사는 문제일 뿐이다. 남일 같지 않은 어느 가족의 이야기, 사회의 한 단면, 먹고 사는 문제. 이걸 지겹게 반복하며 말하던 담론이나 틀에 박힌 형태로 나타내지 않고 다소 뒤틀어서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또한 많은 의미를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간접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깊이 있는 고찰의 여지를 만들어 깊이 감을 더했다고 본다. 그냥 쉽고 눈에 보이는 형태로 늘어놓는 것보다는 그런 묘사들이 왜 더욱 큰 충격과 여운을 주겠는가.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랑 잘 어울리고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는 짜릿함을 주기 때문이다. 겉은 물론이고 속까지 꽉 차게 탄탄하다는 게 바로 이런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 칸에서 상을 받을 만했다고 납득하고도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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