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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5. 2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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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4

 

Avengers: Endgame

모두를 위한, 그리고 자신을 위한 히어로의 선택

★★★★★

 

 실패는 트라우마를 남기고 절망 속을 방황하게 만든다. 지나간 일을 되짚기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대부분 쉽지 않다. 한 끝 차이, 찰나의 순간을 놓친 것에 대한 안타까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바라는 간절함. 그렇기에 어쩌다가 갑자기 찾아온 기회가 생긴다면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 하지 않고 모든 수를 쓸 각오를 다짐한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건 마지막 기회다.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 된 인피니티 워에서 이어지는 2부이자, 타노스와 인피니티 스톤을 다룬 스토리의 마지막 장. 다시 시작되는 최종 보스전이자, 가장 제목과 잘 어울리는 복수전의 과정과 결말은 기대한 만큼의 결과물을 보여줄까.

 3시간이라는 역대급 상영시간인 만큼 스토리적인 부분을 신경 썼다는 게 보인다. 시작부터 전편의 여파로 발생한 무거운 분위기를 강조하며 꽤 소소하고 나름 가벼운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작중 상황과 맞지 않은 연출로도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소소한 부분이 눈치 없이 넣은 것이라기보다는 살짝 가면 같다는 인상을 준다고 본다. 담담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제는 괜찮다는 표정. 정확히 말하자면 겉으로는 웃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인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찾아온 기회를 발견했을 때의 필사적인 모습이 더욱 강조되어 보인다.

 지나간 MCU 영화들이나 원작 만화에서 나오는 장면을 오마주한 듯한 부분이 상당히 많아 일종의 종합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전 영화 장면을 다시 봐서 반가운 것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만화책 한 장면을 그대로 나타내서 놀라운 한편으로 , 그 장면이네하면서 웃게 된다. 마지막 팬서비스 치고는 상당히 푸짐하면서도 영화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보이도록 준비했기 때문에 오랜 팬이라면 보는 재미가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초중반부가 대부분 드라마와 다시 찾아온 기회를 이용한 작전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 인물들의 내면이 깊게 다루어진다. 비장함과 복수심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여러모로 꽤 깊은 고찰을 다룬다. 엔드 게임까지 오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현실적인 면을 많이 다루며 슈퍼히어로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의견 대립. 실수. 신념의 차이. 정치적 문제 등. 이 모든 것의 끝에서 나올 수 있는 마지막은 아무래도 이것 밖에 없을 것이다. 슈퍼히어로 역시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친구, 소중한 지인들이 있고 자신만의 인생이 있는. 언제나 적과 싸우며 사는 것이 흔히 아는 슈퍼히어로의 이미지지만,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이미지에 불과하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만의 인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의를 위해 싸우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건 맞지만 히어로 역시 행복하다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느낄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이 바로 타노스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패배가 아닌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히어로들의 개인적인 삶의 부분까지 건들었으니까.

 인피니티 워에서의 와칸다 전투가 꽤 장관이긴 했지만 살짝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번 후반부 전투는 정말 많이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진정한 최종 보스전 다운, 엄청난 장관의 올스타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워에서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타노스의 진정한 위력과 그가 가진 세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진짜 모든 것이 걸린 최후의 전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볼 수 있다. 규모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나타나는 엄청 놀라운 장면을 비롯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전세가 자주 요동치며 스릴 있게 만든다.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에서 이어진 이 전투는 끝은 새로운 충격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인피니티 워가 허탈감과 충격이었다면, 엔드 게임은 깊고 깊은 여운이라고 해야겠다.

 마지막을 위한 잔치상이나 마찬가지지만 역시나 호불호나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여럿 있다. 이번 영화에서의 토르는 전편에 비해 인상이 너무 달라지다보니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작중 분위기를 보면 충분히 그럴 만 하다고 보일 부분도 있고, 그 동안 토르가 겪은 일의 무게를 생각하면 달라지는 것이 스토리상으로는 크게 문제가 없다. 단지 인피니티 워에서 보여준 토르의 모습과 괴리가 너무 심하다 보니 개개인에 따른 호불호가 은근 있을 것으로 본다. 제법 중요 요소로 다루어질 만한 부분을 간단하게 넘겨버려 아쉽기도 했다. 이전 영화에서 나름 큰 떡밥으로 남겨진 부분이라 이걸 어떻게 풀어냈을지 나름대로 기대를 했었기에 더욱 아쉬운 감이 많다.

 쓸 때 없이 상징적으로 넣은 듯한 뜬금없는 장면 때문에 진중했던 분위기를 깨기도 한다. 이 부분을 놓고 이 역시 원작 만화를 오마주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맥락 없는 작위적 연출이라 흥미롭기 보다는 오히려 거슬리게 보인다. 오마주의 의미를 찾아보면 프랑스어로 존경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더욱 자연스럽고 이질감 없게 연출해야 예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난잡하게 중간에 끼워 넣은 걸로 과연 의미를 살린다고 볼 수 있을까? 의미 전달을 위해 우겨 넣은 것이든 실패한 오마주든 간에 이 영화의 가장 큰 오점이라 생각한다. 앞서 지적한 다른 부분은 다시 생각해 보면 충분히 호불호 문제로 넘길 만한 여지가 있긴 하다. 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적절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대놓고 보이는 작위성 문제가 상당하다. 작위적인 게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에게 예시로 쓰면 적절할 정도면 할 말 다 한 거다.

 후반부의 전투장면도 크게 놓고 보면 환상적이라 해도 될 정도로 감탄 그 자체지만, 진정한 백병전 그 자체를 보여준 것에 비해 인피니티 워 때보다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명색의 올스타전인데 중요 캐릭터 몇몇을 빼면 개개인의 특성이 너무 배제되어 보이는 것이다. 이 부분 역시 정해진 상영시간에 따른 제약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쓸 때 없는 장면 같은 것만 줄였어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해 본다.

 11년의 종지부를 찍었지만 아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소코비아로 인한 여파가 크게 다가오듯, 앞으로의 후속에서는 엔드 게임으로 인한 엄청난 여파가 있을 것이다. 세계관 속 하나의 서사시가 끝났어도 남은 이들, 또는 앞으로 등장할 이들이 보여줄 스토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이후로도 엔드 게임과 같은 영향력을 또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는 약간 걱정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좋은 평가를 받거나 적어도 평타 정도는 해왔지만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아니면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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