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브라이트번/더 보이(2019)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5. 25. 21:22

본문

브라이트번/더보이

 

Brightburn

깊이 없이 단순한 슈퍼 살인마 오리진

★★★

 

 영화에 대해 말하기 앞서 제목에 대한 불만부터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제목인 브라이트번(Brightburn)Brightburn을 끊어서 해석해야 한다. 브라이트는 밝은, 눈부신. 번은 태우다, 라는 뜻도 있지만 주로 화상 입다, 라는 의미로 쓰인다. 슈퍼맨의 호러버전을 표방 했다는 걸 생각하면 태양광에 의한 화상이라는 뜻이라고 보면 적절하다. 왜 태양광, 햇볕이냐면 슈퍼맨의 에너지 원천이기 때문이다. 제목에 이런 세세한 의미를 넣었는데 국내에 수입 되서는 단순 무식하게 더 보이로 바뀌었다. 제목이 난해해서 바꿀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지만 생각을 해 보라.

 더 보이.

 브라이트번.

 이 둘 중에 어떤 게 더 임펙트 있고 슈퍼히어로 공포영화라는 타이틀과 내용, 설정에 더 어울리는지. 제목이 난해하다는 부분도 그냥 원문 발음 그대로 써버리면 그만이다. 요즘 대부분의 영화 포스터가 그렇게 나오는 추세인데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이건 제목이 가지는 상징과 의미도 전혀 모른 채 B급 쌈마이 영화나 VOD로 유통되는 저급 영화에다가 편의적으로 막 같다 붙이는 제목을 붙여놨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이 더 보이란 제목은 2016년에 나온 인형을 소재로 한 동명의 공포영화가 있다. 그것도 변형된 제목이 아닌 원제목이 더 보이로 말이다.

 어쨌든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 장르 비틀기, 그것도 슈퍼맨을 모티브로 한 호러라는 컨셉이라 예고편부터 꽤 관심 있게 봤다. 한적한 시골마을 농가에 떨어진 외계 물체 안에서 발견된 아기. 보통사람보다 월등히 강력한 힘과 신체 내구력. 그리고 비행 능력과 눈에서 레이저까지. 이 모든 요소를 가진 아이가 살인마라니. 어떤 배경과 스토리를 보여줄지 나름 기대했다. 하지만 실물을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는 별로였다.

 나름 이러한 스토리를 기대했다. 슈퍼맨 같은 능력을 가진 아이가 지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뚤어지는 스토리.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창 사춘기였을 나이에 자신의 정체성이라든지, 주변에 대한 잘못된 적대감을 가지면서 폭주하고 마는 것. 이런 식으로 꽤 깊이 있는 스토리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나온 스토리는 단순한 선천적인 슈퍼 살인마이자 빌런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주인공이자 사실상 살인마인 브랜든 브라이어의 행동에 개연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선천적인 부분을 암시하는 연출이 있었고 앞서 기대한 부분인 어린 나이에 생길 법한 정체성 혼란과 서툰 표현 때문에 발생하는 잘못된 행동, 심리적 불안, 다소 적대적인 주변인들의 모습을 나타내긴 했다. 하지만 이걸 깊게 나타내지 않고 어중간하게 나타내서 자신도 모르게 본능에 지배당한 것인지, 자신의 태생적 비밀을 알고 난 뒤에 생겨난 잘못된 반항기와 마음의 벽인지, 아니면 아예 감정을 못 느끼는 사이코페스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사실 설정이야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는데 그저 죽이는 장면만 부각되어 나오는 평면적인 살인극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게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까 B급 슬래셔 영화 같다고 보면 된다. 그냥 두루뭉술한 목표를 가지고 상대를 죽이는 과정이 전부인. 이런 스타일은 기대를 내려놓고 봐야 비판이 있어도 어느 정도 킬링 타임용이라 여기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여러모로 기대를 하게 만들어 놔서 실망스럽다는 인상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외의 가장 큰 문제라면 사실상 예고편에서 모든 요소를 다 보여줬다는 점이다. 다른 영화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고 가장 비판하는 경우다. 예고편에서 메인을 다 보여주고 극장에서는 뼈대만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도 다른 영화에 비해서 대놓고 다 보여준 것 까지는 아니었지만 사전에 이것저것 보여준 게 꽤 있어서 중간 중간 흥미를 떨어뜨리고도 남는다.

 엄마 역할의 캐릭터도 약간 호불호라는 생각이 든다. 자녀를 믿고 어떻게든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듯한 느낌으로 가서 슈퍼맨의 양부모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안타깝고 비극적인 상황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이긴 했다. 그런데 너무 브랜든을 감싸는 듯한 분위기로만 나타나서 답답하다는 인상이 더 강하다. 물론 아들의 초인적인 능력을 파악하는 게 늦었고, 적대적인 느낌보다는 유일하게 믿어주는 진정한 부모라는 걸 강조하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로서 아이를 믿는 부분과 그냥 안일하게 감싸기만 하는 건 다르다. 이걸 정확하게 구분 했으면 좀 더 확실하고 깊은 인상을 남겼을 텐데 이 역시 어중간하게 나타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호러 연출부분은 꽤 괜찮은 편이다. 슈퍼맨이 지구에 처음 온 장면을 기괴하게 오마주해 묘사한 점이나, 슈퍼 능력을 이용해 보통 사람을 위협하고 살해하는 연출은 슈퍼히어로 호러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충분했다. 압도적인 존재의 위협이라는 점에서 코스믹 호러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지나치게 갑툭튀에 의존한 연출이 많아서 약간 싸구려 틱한 느낌이 어느 정도 있다. 이것도 B급스러운 스타일의 연장선이라고 봐야할지 모르겠다. 그 밖의 영화 외적인 문제로 너무 잔인한 연출이 나오는데 등급을 낮게 잡은 게 문제였다. 상당한 유혈장면과 신체 절단, 장기, 뼈가 노출되는 장면이 나오는 등의 고어물에서 볼 법한 장면이 여럿 나와서 19금으로 나와도 마땅하다. 국내 개봉명에 대해서도 문제가 상당한 마당에 등급까지 논란이 생기게 해놓은 걸보면 국내 수입사는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제대로 파악이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

 첫 인상이 다소 나쁘긴 했지만 사실상 오리진 스토리로 마무리된 이상 후속을 기대해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아직 본격적인 슈퍼 살인마의 행보는 시작되지 않았고, 진정한 슈퍼히어로 호러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면 후속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물론 그냥 슈퍼맨 비틀기의 또 다른 예시로 끝낼지, 더 확장할지는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영화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생충(2019)  (0) 2019.06.22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  (0) 2019.05.31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  (0) 2019.05.20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0) 2019.05.14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0) 2019.05.03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