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vel's The Avengers
개인플레이에서 팀플레이로 거듭나기까지
★★★★★
히어로는 고독하고 싸워야할 적과 지켜야 되는 이들이 많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생각했던 히어로의 이미지다. 주로 단일 캐릭터로 활약하는 모습이 많았고 조력자가 있어봐야 사이트 킥이나 평범한 보통사람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여겼다. 게다가 만화책을 다양하게 접한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단일 시리즈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고 해야겠다. 그나마 팀플레이로 나오는 경우를 처음 접한 것이 DC의 저스티스 리그와 틴 타이탄 애니메이션이다. 압도적인 적을 여럿이서 상대하는 구도가 많다보니 여러 캐릭터에 금방 눈길이 가서 상당히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는 캐릭터에게서는 새로운 면모를 보고. 모르던 캐릭터는 차차 알아가게 되고. 이제 이런 걸 실사 영화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마블 히어로 영화의 첫 팀 업 무비. 역사상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시리즈 간의 연계성을 확립한 첫 영화는 개봉 당시의 열광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준다. 늦게 접했는데도 이런 느낌을 받을 정도면 특유의 감성이 제대로 담겨 있다고 봐도 되겠다.
이 영화는 사건 하나에서 절정의 순간이 처음, 중간, 끝 순으로 총 세 번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침략, 혼란, 반격 순으로 말이다. 절정으로 시작해서 절정으로 끝난다고 봐도 될 정도다. 그것도 절정의 강도가 점점 커지는 형태로.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끊이질 않는다. 얼핏 보면 초중반까지는 딱히 아무 것도 보여주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각자의 개성이 너무 확고한 탓에 약간 어거지로 모아놓은 듯한 느낌도 있고.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처음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고 달성할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그걸 해야 하는 동기나 방법적인 부분이 제각각이다. 무작정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한 팀이라는 의미와 각자의 역할을 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처음으로 단합된 팀을 구성하는 과정, 즉 오리진을 탄탄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었고 초중반이 그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마지막 최종 전투 장면이 더욱 웅장하고 흥미진진하게 보이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히어로들 간의 비중은 대체로 비슷비슷한 편이면서도 분량에 비해 상당히 강력한 이미지를 주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브루스 배너(헐크)와 호크아이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블랙 위도우는 초반부터 등장해서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고, 토르 역시 중간에 합류한 것 치고는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에 반해 브루스 배너의 경우는 초반부터 등장하는 것 치고는 존재감이 살짝 드문드문 하고, 호크아이는 거의 마지막에 가서 제대로 합류한 탓에 약간 비중이 없어 보이는 편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뭔가 보여주는 게 있을지 불안감이 앞서기도 할 텐데, 히어로 여러 명을 데려다 놓고 판을 벌인 값은 확실히 한다. 일단 브루스 배너는 헐크하면 생각나는 독보적인 강력한 힘과 파괴력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하고, 호크아이는 묘기에 가까운 상상 그 이상의 전투를 보여줘서 신선한 충격을 준다.
각 히어로들 간의 역할 분담이 정말 잘 되어 있는 점도 보는 눈을 재미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유독 강해보이는 헐크와 토르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지 않는 점, 각자의 역할을 중요시하며 리더십을 보여주는 캡틴 아메리카, 공중전을 비롯한 다양한 역할을 보여주는 아이언맨, 주변 상황 정찰 및 예리한 저격으로 빈틈을 노리는 호크아이, 순간순간의 빠른 대처와 핵심적인 부분을 노리는 블랙위도우. 속도감 있게 전투신이 전개되는 와중에 이 모든 것이 한 눈에 다 보여주는 구도로 연출되기 때문에 몰입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메인 빌런인 로키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다. 아스가르드 출신인 만큼 분명 초인적인 수준으로 강하겠지만 번개를 내다 꽂는 토르에 비해 내구성 말고는 작중에서 크게 강하다는 느낌이 없긴 하다. 하지만 로키의 진가는 두뇌 싸움과 환영 마법을 이용한 눈속임에서 나온다고 해야 되겠다. 그냥 힘만 쎈 적보다는 두뇌 플레이로 농락하는 지략가가 왜 무서운지. 조금의 빈틈이라도 허용하면 무슨 짓을 벌이는지. 로키를 통해서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스타일의 빌런이라 히어로 측에서도 나름의 두뇌 플레이로 대응하는 부분이 많다. 냉정한 분석부터 직접적인 대면, 한편으로는 좀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도박까지. 물리적인 전투가 벌어지기 앞서 이런 심리적인 전투가 밑바탕을 깔아 주다보니, 분위기 조성과 동시에 히어로들 간의 협력이 얼마나 진전되고 있는지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 굉장히 잘 짜여진 플롯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온갖 화려한 부분이 많긴 하나 스토리만 놓고 보면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전형적인 외계인 침략 영화긴 하다. 그럼에도 처음 보는 듯한 신선함과 화끈하다 못해 열광하게 만드는 웅장함이 느껴지는 건 왜 일까. 대형 프로젝트이자, 실사 영화로 나온 유명 히어로들이 한 장면에 모여 있는 모습을 성공적으로 완성시켰다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만화에서 흔하게 나오는 평면적인 정의가 아닌, 보다 더 현실적인 정의를 보여준 모습에서 감탄하게 됐다고. 여기에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제 몫을 해내며 활약하는 모습에서 독보적으로 강하거나 주목을 받지 않더라도 누구든 제 역할이 분명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느낌이다. 이게 바로 화합, 그리고 하나의 팀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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