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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나의 저주(2019)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4. 20.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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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나의저주

 

The Curse of La Llorona

물 흐르는 듯한 속도감에 비해 다소 괴리감 있는 건조한 느낌

★★

 

 남의 탓을 하는 건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끝나는 걸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해서 자신이 처한 문제를 덜어내려는 심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확실하게 책임질 사유가 있다면 모를까, 무작정 남의 탓으로 몰고 가는 것만큼 악의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감정에만 치우치다 보면 이걸 끊어내질 못해 남의 탓은 계속 이어지고 이어지는 무한 굴레가 되고 만다. 이게 심해지면 깊고도 깊은 악의를 가진 실체로서 물리적인 피해를 주려고 할지도 모른다.

 요로나는 멕시코와 미국 텍사스 주 일대에서 전해지는 도시전설에서 나오는 귀신이다. 스페인어로 우는 여자라는 뜻이며 늦은 밤 강가에서 우는 소리를 들으면 저주를 받아 끌려가서 익사 당한다고 전해진다. 원래는 익사시키는 대상을 가리지 않지만 이 영화는 요로나의 전설 배경과 깊은 연관성을 만들기 위해서였는지 아이들로 한정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스토리도 아이들을 지키는 부모, 그것도 엄마를 초점으로 맞춘 것으로 보인다.

 벌써 여럿 나온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가 많다보니 특유의 패턴이나 스토리 라인이 금방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딱히 신선하다는 느낌이 없을 수도 있다. 어느 영화나 다 그렇지만 특유의 패턴이 한 번 파악이 되면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이 금방 파악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몇 부분을 빼면 속도감 있는 장면이 많고 전개도 꽤 빠른 편이기 때문에 지루한 느낌은 전혀 없다. 그냥 좀 뻔해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무난하게 볼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조금 특이한 부분이라면 물체에 비치는 형상을 이용한 공포연출이다. 그냥 안 보였다가 갑자기 튀어 나오는 갑툭튀가 아니라 눈앞에 아무 것도 없거나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거울이나 투명한 물체의 표면에 비치는 형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 실체를 가지고 나타나는 형태라 물귀신인 요로나의 특징을 반영해서 만든 연출로 보인다.

 초중반부에 비해 후반부 구성에서 영 이상하게 보이는 부분이 많다. 아무런 맥락 없이 갑자기 뜬금없는 장면이 나오는데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퇴마사 캐릭터가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나와서 그렇다. 퇴마사가 무조건 한 번에 이기라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능력이 이 정도는 된다는 걸 증명할 만한 모습은 보여줘야 마땅하다. 이번에 나온 새로운 퇴마사의 경우 종교와 과학, 얼핏 보면 대척점에 있는 두 가지를 같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컨셉이다. 그런데 막상 요로나와 대면했을 때는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무능 그 자체로 밖에 안 보였다. 약점을 이용하는 등의 형태로 유효타를 날리거나 생각지도 못한 형태의 대처법 같은 신선한 장면이 없던 건 아니다. 문제는 요로나가 무슨 짓을 할 때마다 패대기쳐져 있어 아무런 대응을 못하거나 어이없게 헛점을 보이는 장면이 너무 많다. 게다가 근본적인 해결을 주도하기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필요한 도구나 던져주는 서포터에 가까운 역할만해서 워렌부부 같은 웅장한 분위기가 전혀 없다. 애나벨과 대면한 경력이 있는 페레스 신부보다도 못해 보일 정도면 할 말 다한 거다.

 후반부가 이렇게 허술하다보니 나름 요로나 전설의 배경을 차용한 흔적이 보이는 스토리까지 별다른 감흥이 없게 만들어 전체적인 스토리까지 이상해지고 만다. 자녀를 잃은 슬픔을 강조하고 역지사지적인 상황을 조성해서 주연 인물을 압박해가는 구성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걸 깊이 있게 풀어내지 못하다보니 주연 인물들은 평면적으로 밖에 안 보이고, 후반부에 이것저것 한꺼번에 끼워 넣다보니 상당히 뜬금없는 장면만 쏟아지는 지경이 되고 만다. 이 인물은 앞에서 잠깐만 나왔는데 갑자기 여기서 왜 튀어나오는가?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는 하지만 중간 과정이 아예 없다보니 너무 개연성 없지 않은가? 도대체 무슨 의미로 넣은 건가? 그리고 주연 인물은 자기 아이들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하기는 하는 건가? 이런 어중간하고 산만한 마무리 탓인지 초중반부 스토리마저 별 특색 없이 평이하다는 인상으로 남는다.

 물귀신이라는 특징을 가지고도 컨셉을 못 살린 것 같다는 인상도 있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나 비 내리는 날씨로 분위기를 만들고, 물이 흐르는 것처럼 끊지 않고 긴 흐름을 가지거나 확 빨려 들어가는 구도로 촬영한 카메라 연출, 예고편에서도 나온 욕조 장면을 보면 어느 정도 컨셉을 살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물귀신 치고는 너무 건조해 보인다는 느낌이 많다. 흔히 물귀신하면 습하고 축축한 이미지인데 요로나는 멕시코 분위기만 빼면 그냥 흔한 악령 같다. 두드러지는 특성이 없는 탓인지 애나벨과 수녀 귀신, 그리고 <컨저링 2>에서 아주 잠깐 나왔던 크루키드 맨 보다도 살짝 임펙트가 약해보이기까지 한다.

 분명 무슨 의미를 전달하려던 것이 있어 보였긴 하다. 전체적인 구성을 엉망으로 만든 부분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딱 짚어내기에는 애매하지만 의미 전달과 악령 퇴치의 비중 조절을 상당히 못했다는 건 확실하다. 의미 전달을 하려고 했으면 중반 부분에서 갑툭튀를 줄이거나 전체적인 상영시간을 조금 늘려서라도 심리적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줄 만한 장면이나, 후반부와 매끄럽게 이어질만한 복선과 암시를 주었어야 했다. 이런 완성도 문제는 컨저링 시리즈 외의 다른 영화에서도 계속 지적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더 넌>에서 정점을 찍고도 엉망인 스토리 부분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아무래도 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다. 제대로 폭망하면 그때부터는 수습조차 어려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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