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Sematary
겉포장만 현대적으로 만든 고전 호러영화
★★★☆
뭐가 됐든 리메이크가 나오면 걱정이 앞선다. 오리지널의 그 느낌을 잘 살릴지, 인상적인 배역이 있는 경우라면 누가 맡을지. 유명 영화라면 이 외에도 신경 쓰일 부분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어떻게 나오든 별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우라도 그냥 적당히 나왔으면 하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어차피 제작 단계에서 특별히 크게 문제될 만한 이슈가 나오지 않는 이상,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긴 하니까.
이 영화는 스티븐 킹의 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원작이고, 1989년에 나온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극장 제목이 마음에 안 드는 편인데, 애완동물 공동묘지라는 제목을 그대로 써도 될 걸 굳이 이런 싸구려 같은 제목으로 바꿨어야 하나 싶어서 그렇다. 하지만 이런 게 한 번 각인되면 잘 바뀌지 않는 편이다 보니 이번 리메이크에도 그대로 쓰인 걸로 보인다. 외적인 면에서 굉장히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초중반까지 불길한 분위기로 몰아붙이다가 마지막에 가서 터트리는 형태다. 오컬트 영화에서 자주 볼 만한 구성이면서, 한편으로는 고전 공포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구도다. 그렇다보니 요즘 시점에서 보면 상당히 지루하게 보일만 하다. 느릿느릿한 전개에, 핵심적인 요소가 나오기까지 상당히 기다려야 하고. 화질 좋아지고 현대적인 분위기만 빼면 그냥 옛날 영화라고 봐도 될 정도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컬트 영화처럼 상징적인 요소를 알아야 이해하고 볼 법한 난해함은 없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딱히 나쁜 편은 아니다. 고전적인 스타일이긴 해도 불길한 분위기는 꽤 괜찮은 편이고, 간혹 나오는 기괴한 연출은 충분히 공포스럽고, 아역배우의 살아 움직이는 시체 연기는 소름 그 자체다. 평범한 일상이 풍비박산 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것도 원작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다만, 리메이크라고 하기는 여러모로 깊이 있는 구성과 센스가 부족한 편이라고 해야겠다.
죽은 자의 소생을 소재로 다루긴 했지만 근본적인 주제는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다. 죽음의 공포는 다양한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죄책감이든, 트라우마든, 슬픔이든, 깊은 절망감이든. 작중에서도 이 부분이 어느 정도 다루어지는 편이긴 하나 단편적이고 깊이가 없어서 뜬구름 같다는 인상이다. 개연성 문제도 여러모로 지적되는 편인데 이건 센스 없이 연출한 탓이라고 봐야 한다. 원작 역시 뻔한 전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독자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보여주긴 한다. 하지만 어떻게 전개될지 알면서도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에 뻔하지만 재미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에 비해 이 영화는 그냥 뻔하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센스 없다는 건 바로 이걸 말하는 것이다. 조금 더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심리적인 부분이나 상징적인 연출을 보여줬다면 개연성 문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분량 면에서도 조절이 잘 안 된 편으로 보인다. 초반에는 지루할 정도로 깊이 다루다가 후반부가서는 속도감이 있다 못해 급하게 후다닥 끝낸다는 느낌이다. 깊이감이 들쑥날쑥한 것도, 개연성 문제가 왜 생겼는지도 분량 문제만 놓고 보면 다 이해될 정도다. 이렇다보니 결말도 중간에 툭 끊긴 것 마냥 싱겁게 끝나고 만다. 나름 열린 결말을 만들어 공포의 여운을 남겨둘 의도로 보이긴 했지만 크게 인상 깊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차라리 소설의 결말을 그대로 살렸으면 더 여운 있게 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 It>을 연출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이 영화도 제작하고 싶었다는 인터뷰가 있던데, 만약 이 감독이 맡았다면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해진다. 뻔한 구성이라도 마지막에 가서는 깊은 여운은 남겨주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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