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Out
무의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침입해 오는 고정관념이라는 괴물
★★★★☆
특정 대상이나 사물에 대해 편견이 생기면 쉽게 고치기 어렵다. 오랜 시간 동안 정해진 이미지로 교정된 상태라면 더 그렇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려고 해도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스스로의 생각이냐, 남이 정해놓은 관념이냐. 이 중간에서 제대로 된 형상을 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여러 공포영화들 봤지만 겟 아웃은 분위기가 상당히 기묘하다. 딱히 무서운 존재가 나오지 않는데도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한 분위기로 몰고 간다. 오컬트 호러가 이런 스타일긴 하지만 이것과도 확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오컬트라면 그에 걸 맞는 상징과 불쾌한 장면이 나오기 마련이다. 역 십자가라든지, 악마를 나타내는 문양 같은 거 말이다. 반면 이 영화의 불길함은 이렇게 설명된다. 나 혼자만 동 떨어져 있는 듯한. 분명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는데도 느껴지는 이유모를 고립감 말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바로 특정 부류를 대상으로 하는 차별적인 분위기 말이다.
작중의 분위기나 누구나 금방 알아 볼 정도로 노골적인 상징이 종종 나오는 걸 보면 인종차별이 메인 주제로 보일 법하다. 미국에서는 꽤 오랫동안 다루어진 소재다 보니 대강 스토리가 예상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종 차별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는 건 맞지만 고정관념 탈피가 더 메인 주제에 해당된다고 본다. 고정관념이나 차별이나 그게 그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보면 어떨까. 차별이 아닌데도 차별로 받아들인다든지. 동등한 대우가 아닌데도 동등한 대우로 받아들인다든지.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더 확실하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차별은 낮잡아보는 것이고, 고정관념은 지나치게 일반화된 생각이다.
실제로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외로 보이는 장면이 꽤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당연하지만 다시 보면 어딘가 위화감이 드는 곳이 있다면 제대로 본 것이 맞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뭔가 이상한데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혹시 영화나 드라마 같은 매체 같은 곳에서 만든 이미지는 아닐까. 한 번 자각하게 되면 어떤 장면에서든 뭐가 맞고 틀린 건지 꽤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인종차별적인 시전으로 보고 있었구나. 그 동안 알고 있던 것들이 고정관념이었구나. 이런 방식으로 인종차별 관련 상징이 범람하는 곳곳에 고정관념이 숨어들어있다. 한 번 봤을 때 알아보지 못하고 두 번, 세 번 정도 봐야 보일 정도면 무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느껴진다.
대체로 영화를 보면서 연기력에 대한 부분은 크게 언급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표정연기는 정말 인상적이라 하고 싶다. 어딘가 인위적이면서 경직된 표정은 가면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냥 딱딱한 표정과는 성격이 살짝 다르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은 수상쩍다는 느낌을 금방 준다. 이 영화의 경우는 보이지 않는 교정기로 고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은근히 많이 보이는 억지웃음은 보면 볼수록 어딘가 일그러진 얼굴로 보여 기괴하다는 인상까지 준다.
공포영화를 표방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종차별에 대한 풍자극으로도 볼 수 있다. 전반적인 스토리가 살짝 현실성 없는 부분이 많긴 해도 풍자적 설정이라면 충분히 납득 할만하다. 앞서 말했듯 차별은 낮잡아 보는 행위다. 즉 차별하는 자들은 부러워할 것이 전혀 없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나타난 차별주의자들의 모습은 콤플렉스 덩어리로 밖에 안 보였다. 온갖 잘난 척과 가식, 자랑 질, 교양 있는 척을 하는 주제에 박탈감을 느껴서 차별을 한다니. 영화가 다 끝나고 생각해 보면 진짜 웃기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종종 웃기는 장면이 나오던 것도 이런 풍자성을 나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이지 않을까 싶다. 뭐, 이런 스타일인 탓에 크게 무섭지 않게 보이기도 하다. 무서운 이미지 없이 오직 심리적으로만 몰아붙이는 경우라 더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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