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e Room
큐브를 떠올리게 만드는 한편으로 급해도 너무 급하다
★★★★
인생에서 탈출이라는 경험을 얼마나 해볼 수 있을까. 무언가로부터 탈출한다는 말을 해도 대체로 실체가 없이 개념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현실적인 탈출이라는 건 대부분 영화 속에서 나올 법한 범죄 상황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다든지. 이런 불행을 겪지 않으면서도 경험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굳이 돈을 내고 감금을 자처하는 놀이라고 불린다. 바로 방 탈출 게임이다. 그런데 여기서마저 현실 게임을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스케일일까.
이 영화는 요즘 유행하는 방 탈출 게임을 소재로 한 밀실 호러를 다룬다. 규칙을 반드시 지키며 단서를 찾아 방을 탈출해야 하는 한편으로 정해진 시간에 탈출하지 못하면 죽는다. 그런데 이것과 비슷한 구성을 어디서 본 적이 있다. 바로 1999년에 나온 SF 밀실호러 영화인 큐브다. 큐브는 온갖 살인트랩이 있는 복잡한 밀실 속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다루는데, 이걸 다소 현실적으로 만들면서 잔인하지 않고 순한맛이면 이스케이프 룸이라는 생각이다.
쏘우와도 비교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성격이 살짝 다르다고 본다. 왜 여기에 오게 됐는지 모르고, 탈출 못하면 죽는 다는 부분, 그리고 이 게임을 벌인 흑막이 존재하는 것까지는 비슷하긴 하다. 생존자들 간의 신경전이나 군상극도 쏘우가 시리즈물로 진행되면서 점점 늘어나는 부분이고. 그러나 가장 크게 보이는 차이점은 바로 설명에 대한 부분이다. 쏘우는 공정한 게임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설명이 반드시 주어진다. 하든, 안 하든 선택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심리적인 압박은 덤이다. 반면 큐브 같은 스타일의 밀실 호러는 설명해주는 것이 거의 없다. 이 방에 무엇이 있는지, 트랩이 있거나 게임이라 할지라도 규칙이 무엇인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눈썰미나 조심성, 관찰력이 어느 정도 있지 않는 이상 무조건 빨리 죽는다고 봐야한다.
앞에서 이러이러하다는 걸 많이 말했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큐브와 비슷한 느낌이면서 방 탈출 게임이라는 컨셉에 굉장히 충실하다. 사전에 알려준 것도 없으면서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방 안에 있는 단서들로 열쇠와 문을 찾아 탈출해야 하는 퍼즐 구성. 특히 희쟁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게 됐다는 부분이 흔히 알려진 밀실 호러와 가장 차별된다. 잔인한 연출이 하나도 없다는 부분도 꽤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밀실호러가 갈수록 어떻게 탈출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더 잔인하게 죽이느냐로 경쟁하는 지경에 이른 걸 생각하면 초심 찾기로 봐도 될 정도다. 한편으로는 무슨 방이 나올지 사전에 알려져 있어서 걱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고편에서도 너무 많은 걸 보여준 듯한 느낌도 들고. 이런 경우를 많이 접해본 입장이라 역시나 불안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자세하게 보여준 것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방 탈출 게임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긴장감이 끊길 일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작중에 나오는 각각의 방은 생각보다 특색 있고 퍼즐 역시 기발하다. 사실 여럿 잔인한 트랩을 경험해 봤다면 겨우 이거 밖에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별거 없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컨셉이라는 면에서 보면 암호, 퍼즐, 트랩이 연관성 있게 잘 설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예고편에서 잘 보여주는 방 위주로 예를 들자면 이렇다. 오븐 룸은 불과 연관된 것들이 힌트고, 아이스룸의 경우는 얼음, 추위하면 떠오르는 환경이고 힌트와 퍼즐 역시 관련성 있다. 이 영화 속 밀실은 이런 재미로 봐야 되는 것이다.
이렇듯 연출이나 아이디어 면에서는 나름 참신하지만 스토리에서는 살짝 문제가 있어 보인다.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급하게 진행돼서 그렇다. 제한 시간 안에 방에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 속도감이 있을 수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급하다는 인상이다. 침착하면서도 다소 조급함을 느끼게 하면서 긴장감을 줘야 적당할 텐데, 그냥 빨리 빨리하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안 그래도 퍼즐 풀이가 빨라서 세세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판인데 뒤에 가서는 아예 이해하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정신없는 구성 탓에 복선마저 뜬금없다는 인상이고 개연성마저 이상하게 보이고도 남는다. 가장 긴장감 있고 기괴할만한 방을 거의 마지막에 배치한 부분도 조금은 마음에 안 든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제격인데 후반부라 생존자가 몇 남지 않은 탓인지 금방 넘어가버려서 상당히 아쉽게 보였기 때문이다.
대놓고 속편 예고를 하지만 기대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큰 의미를 주는 게 없더라도 오락성은 충분하고 적당히 풀어놓은 떡밥이 궁금증 유발하기 때문이다. 알맹이 없는 싸구려 영화들에 비하면 백배 낮다. 다만 이런 영화가 늘 그렇듯 후속에서 삽질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긴 하다. 컨셉을 중요시하는 설정에 걸맞게 더욱 기상천외한 방이나 공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겟 아웃(2017) (0) | 2019.03.29 |
---|---|
알 포인트(2004) (0) | 2019.03.27 |
캡틴 마블(2019) (0) | 2019.03.08 |
언프렌디드(2014) (0) | 2019.02.28 |
지오스톰(2017) (0) | 2019.02.2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