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 Storm
CG만 잘 만든 B급영화
★
개나 소나 영화에 CG를 쓰는 시대다. 멋진 연출과 효과를 보여준 영화가 꽤 많이 나왔는데도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제대로 된 스토리도 없으면서 무작정 화려하게 때려 부수고 터트리는 부류가 종종 있어서 그렇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보여줄 것이 쥐뿔도 없기 때문에 예고편으로 사기 치는 일이 많다. 뭔가 보여줄 것처럼 예고편에서 온갖 화려한 게 다 나오는데 정작 극장에서 보면 그게 전부인 것이다. 바로 이 영화처럼.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재난영화 스타일을 나름 재미있게 보는 편이라 이 영화도 살짝 관심이 갔다. 과학적 고증 없이 SF스타일로 막 때려 부수겠다는 분위기라 B급 냄새가 난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래도 까려면 보고 까야겠다는 생각으로 봤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이 영화가 얼마나 상상 이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건지 기가 막힐 정도였다.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심해져서 인공적으로 날씨를 조절할 수 있는 인공위성으로 뒤덮은 지구가 배경이다. 이 인공위성이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여기에 속으면 안 된다. 전반적인 내용은 SF로 시작했다가 정치스릴러로 끝나는 형태다. 재난은 그냥 양념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재난영화하면 떠오르는 장면이나 뻔하고 진부한 클리셰 같은 구성을 다 알고 있다면 이 영화의 내용을 전부 예측할 수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 에이 이렇게 뻔할리가 있겠어, 라고 하던 게 대부분 이루어지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100%까지는 못해도 거의 6, 70% 정도의 정답률을 기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재난영화하면 꼭 나오는 다른 나라 상황은 늘 나오던 곳만 나오는 클리셰는 비틀긴 했다. 하지만 일본 장면은 아무리 봐도 투모로우에서 나온 장면의 확장판 정도 밖에 안 되고, 그 외에도 자잘한 CG 오류가 있거나 부실해 보이기까지 한다. 게다가 채 1분이 넘어가게 길게 나오지 않거나, 띄엄띄엄 잘려 나와서 크게 느껴지는 것도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 예고편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예고편에서 나온 것 이외의 장면을 기대했다면 아예 이 영화를 안 보는 게 더 낮다. 그게 이 영화에 나오는 재난 장면의 전부고, 전 지구적으로 때려 부숴버릴 것 같은 분위기는 그냥 설정놀음 정도로 봐도 될 정도다. 남은 건 시작할 때부터 영화 끝날 때까지 지루함을 버티는 일 밖에 없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정치 스릴러 분위기는 진부함의 끝을 보여준다. 이해할 수 없는 동기, 다른 의미로의 미국 만세, 정의는 승리한다, 1분 남았어, 가족 생각, 흔한 해피엔딩... 결국에는 날씨 조작 위성 요소를 빼면 흔한 B급 영화 래퍼 토리다. 아무리 내용을 크게 신경 안 쓰는 경우라도 내가 각본을 써도 이거보다는 재미있게 만들겠다고 떠들 정도로 각본의 중요성을 알 게 될지도 모르겠다.
캡틴 마블(2019) (0) | 2019.03.08 |
---|---|
언프렌디드(2014) (0) | 2019.02.28 |
콜드 체이싱(2019) (0) | 2019.02.22 |
사바하(2019) (0) | 2019.02.21 |
검은 사제들(2015) (0) | 2019.02.2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