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aha: The Sixth Finger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욕망의 본질
★★★★☆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고 외부로부터 달려드는 욕망 역시 넘쳐난다. 무조건 참고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지나친 욕망이 해가 된다는 건 여러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그렇다고 속세를 멀리하며 가벼이 살아야 하냐면 그것도 선택의 문제고 역시 과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과도함의 문제를 생각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나쁘다, 나쁘다 하지만 과연 욕망이 악일까?
검은 사제들이 기독교가 메인이었다면 이번에는 불교다. 배경음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전 작품이 웅장하고 성스러운 분위기였다면, 사바하는 무겁고 강하게 누르는 듯한 염불 소리와 북소리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뭔지 모를 압박감을 받는 다는 느낌이 든다. 무언가 점점 다가오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과는 살짝 다르다. 묘사하자면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 있는데 어떻게든 일어나게 만들려고 사방을 포위한 형태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거다. 나를 잡으러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움직이게 만든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도망치게 만드는 것이다.
예고편을 보면 사이비 종교를 파고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단순한 내용이 아니다. 검은 사제들이 굉장히 친절하고 전형적인 구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어려운 주제를 치밀하고 깊이 있게 다룬다. 흔히 상식이라고 당연시 생각되던 부분을 불교 교리를 이용해 철저하게 파괴하면서 신에 대해 생각할 만한 부분을 만든다. 불교의 신적 존재가 어떤 상징인지, 종파적 차이가 어떤지 다루는 걸보며 감독이 영화 속 종교 설정을 꽤 연구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기대하던 부분인 그로테스크한 연출은 아주 인상적이다. 앞에서 말했듯 이 영화 속의 불길함은 도망치게 만드는 느낌이다. 두려운 존재가 외부로부터 침입 하는 게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 솟구쳐 나온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보니 작중에 나타난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장면은 그 인물의 내면이 투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무서운 것. 그것은 곧 나의 기억이자 트라우마, 죄책감 등등. 온갖 것들로 복잡하게 꼬여 고뇌하는 사람의 내면 그 자체다. 사람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은 자신의 죄악을 들여다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면의 악만 강조하긴 했지만 외부에 존재하는 악 역시 존재한다. 내면의 악보다 더 직접적인 상징과 살아있는 존재감이 돋보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쪽이 더 무섭게 보일 수도 있다. 다만 이게 과연 흔히 생각하는 그 사악한 존재인가는 깊이 생각해볼 부분이다. 악신도 신이라고 하지만 선과 악의 구도에서 보면 나쁘게 분류된다. 그러나 욕망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욕망은 나쁜 것, 곧 악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선이든 악이든 똑같이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착한 사람이 욕심을 부릴 수도, 반대로 나쁜 사람이 욕심을 멀리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작중에 나오는 불교의 신적존재에 대한 해석을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일찍이 악이었던 자가 신이 되면 더욱이 그 악을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악은 곧 욕망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선과 악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악신이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신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들 하지 않은가. 흔히 생각하는 신의 모습이 옛날 그림에서는 상당히 기괴하게 나타나듯, 진짜 신이 나타나면 어떤 모습일지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불교의 신은 구원하는 자가 아니라 인도하는 존재다. 즉, 스스로 이겨내도록 안내를 해주는 것이지 기적과 같은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작중 인물들의 활용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목사와 정나한, 그리고 반전을 위해 숨어있던 인물만 빼면 사건에서의 위치나 역할이 들쑥날쑥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황 반장과 해안 스님이 그렇다. 그나마 해안 스님은 불교적 해석과 고찰 등으로 나름 박 목사를 서포트하고, 작중 불교계에서 높은 위치에 있어 직접 개입하기 애매한 위치라는 걸 감안하긴 해야 한다. 황 반장의 경우가 가장 애매하다. 고요셉과 함께 가장 가까이에서 서포트하기 제격인데도 거의 존재감이 없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도움받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굳이 안 나와도 이상하지 않게 나타낸 건 좀 그렇다. 마지막 반전 중 하나를 위해 필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중간에 어느 정도 분량을 챙겨주었으면 하는 아쉬운 감이 살짝 있다.
주연인 박 목사의 경우도 후반에 가서는 큰 역할이 없긴 하지만, 직접적인 해결을 주도하기보다는 상황을 분석하고 해설하면서 지켜보는 관찰자의 위치라는 걸 생각하면 이런 형태의 연출도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긴 하다. 어떻게 보면 박 목사 역시 종교에 대해 해박하다지만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신적인 상황에 끼어들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안 그래도 작중에서 다루는 주제는 쉽지 않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눈앞의 상황이 과연 신의 뜻인지, 무엇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오히려 멋대로 확신하고 막 끼어들었다가는 흔한 한국 영화 캐릭터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깊이 있게 고찰할 거리가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갈수록 발전하는 감독의 종교색체의 미스터리가 점점 기대된다. 매년 기대할만한 국내 영화가 거의 없었는데 앞으로는 이 감독의 신작소식만 기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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