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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포인트(2004)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3. 27.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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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포인트

 

R-Point

아군, 적군의 경계가 무너지는 전장

★★★★

 

 살아 있으면서 가장 죽음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은 전쟁터일 것이다. 나 자신을 포함에 전투 도중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곳이다. 흔적으로만 남은 죽음이 아니라 눈앞에 생생히 존재하는 죽음이 돌아다닌다고 해도 될 정도다. 이렇다보니 전쟁터는 심심치 않게 공포의 장소가 되고도 남는다. 현실적인 죽음이라는 공포 외의 초자연적인 공포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식별하고 적을 구분해야 할 전장에 아군과 적을 제외한 제 3의 세력이 존재한다면 이런 것들이겠지.

 이 영화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특정 지점에서 사라진 실종자들을 찾으러 간 한국 군인들이 겪는 기이한 상황을 다룬다. 시대적 배경과 전쟁 분위기를 어느 정도 살리면서 이국적인 분위기의 공포가 있는 구성이 약간은 특이하게 보이긴 한다. 사실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 호러가 아예 없던 건 아니라 크게 신선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가 아닌 타국에서 벌어진 베트남 전쟁이라는 점은 낯선 환경 속에서 색다른 느낌을 주기에 최적이었다고 본다.

 작중에 나타난 공포는 대놓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이해시키는 형태라 꽤 소름이 끼친다. 그러니까 무서운 걸 무섭지 않은 것으로 보이게 만들어 현실 상황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얼핏 보면 에이 그걸 구분 못하겠어,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단순한 눈속임과 자연스러움은 전혀 다른 범주다. 눈속임은 적어도 언제 어디서 끼어들었는지 관객의 눈에 어느 정도 보인다. 반면 자연스러움은 관객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한다. 영화 속 인물과 마찬가지로 원래 이런 것 아니었냐고.

 간간히 귀신의 존재를 암시키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 한편으로 직접적인 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 또한 특이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살짝 서양 오컬트 호러 같은 구석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보통 동양식 호러하면 귀신이 뚜렷한 형체로 직접적으로 나타나 덮치는 구성이다. 그런데 이 영화 속의 귀신은 직접적이면서도 간접적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여기 있다는 흔적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강령술로 귀신을 불러낸 상황처럼 말이다. 공간 자체가 주는 공포감을 배로 늘리면서도, 이것 역시 자연스럽게 덮치는 공포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흔히 공포영화에서 나타나는 귀신은 어디까지나 타인이다. 생전에 알던 인물이더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보면 결국에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걸 증명하듯 영화 속에서는 마치 귀신을 교전 대상인 적군처럼 취급한다. 평소 같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단순히 전쟁터에서 귀신이 나오는 정도를 넘어 나름 베트남의 역사적 배경을 다룬 부분이 있는 등, 이것저것 준비한 것은 많아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살짝 급하게 정리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미스터리 요소로 넣은 것 치고는 몇몇 장면은 살짝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그렇다. 반드시 정답을 제시할 필요는 없긴 하다. 추리물로서의 미스터리라면 그 상황이 왜 발생했는가, 라는 문제와 정답이 있다. 반면 공포물에서의 미스터리는 정답이 없다는 것에서 최고조의 분위기를 만들기 제격이다. 아니면 상상도 못할 충격적인 무언가를 보여주든지. 이 영화의 경우는 정답 없는 미스터리를 만든 건 좋았지만 다소 뜬금없게 보일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던 탓에 애매한 인상이 남게 됐다고 본다.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지만, 배경이 베트남 전쟁인데 캄보디아 유적이 나오는 부분도 약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 것도 모르고 보면 기괴한 분위기 조성하는데 제법 그럴싸해 보이긴 하다. 하지만 엄연히 서로 다른 나라의 문화 요소를 가져다 놓아서 생기는 이질감은 여전하다. 굳이 신경 쓸 만한 부분이 아닌 걸 가지고 괜한 지적을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각 나라의 유적이나 문화에 워낙 관심이 많다보니 현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에서 어울리지 않게 나오는 걸 못 참는 구석도 있는 편이라.

 그래도 국내 공포영화의 최대 단점인 사연 팔이 위주의 신파, 맥락 없이 과장되고 오버스러운 연출, 쓸 때 없는 드라마틱한 내용에 개성 없고 뻔한 공포를 곁가지로 올려놓는 듯한 구성이 아니라는 점은 가장 높게 봐줄만 하다. 중간 중간 군인들의 인과관계나 배경 등이 나오긴 해도 메인으로 띄우지 않는다. 많이 다루어 봐야 전쟁의 비극성을 조명하는 정도인데 그마저도 작중 공포 분위기에 엇나가지 않게 자연스럽다. 조금만 더 스토리 정리를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게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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