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Avengers: Age of Utron

실수와 시련을 극복하는데 너무 복잡하다

★★★★☆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실수를 하고 내면의 시련을 겪는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라도 결과적으로는 나쁜 일이 될 수도 있고, 겉으로는 들어나지 않고 숨어 있던 불안감이 예고도 없이 폭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건 히어로도 사람인 이상 똑같이 해당되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과거가 있고, 소중한 사람이 있듯이. 적이 나타나면 싸우는 게 일상이고 평화롭더라도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늘 대비를 해야 된다. 이 말을 다르게 보면 이렇다고 본다. 돌고 도는 싸움의 연속, 또는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끝나지 않을 굴레에 빠질 수도 있다.

 완벽한 팀워크로 화려하게 데뷔한 어벤저스. 언제나 최강이라고 자부하고 싶겠지만 예기치 않은 시련을 겪기 마련이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고 때로는 서로의 의견이 다르기에 무엇이 옳은 일인지 금방 결론이 나지 않고, 결과를 알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등장한 것이 바로 울트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에서 시작되는 적이 아닌, 실수의 산물이자 나름의 근거를 가지며 또한 책임을 가질 수밖에 없는 복합성을 가진 적으로 현실적인 문제를 제시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어둡게 몰아가는 분위기에 비해 중반부가 좀 늘어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 초반의 화끈한 시작과 울트론의 탄생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헐크 버스터가 활약하는 부분도 액션과 재미, 시원하게 부수는 영상미까지 해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가 문제다.

 전편이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면서 쭉 밀고 간 느낌이었던 것에 비해 잔가지가 너무 많이 생겨났다는 느낌이다. 캐릭터를 깊이 있게 만들고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연결될 요소의 단서를 남기기 위한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다. 앞으로 나올 영화와 이어질 중요 요소를 공개할만한 적절한 구간이고. 단지 생각보다 너무 분량을 많이 할애해서 장황하게 묘사한 것이 문제였다고 본다. 초반부터 너무 힘을 주며 시작해서 잠시 쉬어갈 구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 건 이해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면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단점을 간과한 듯하다.

 메인 빌런인 울트론 역시 개인적으로 크게 나쁜 편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강력한 인공지능이라는 설정에 비해 다소 가벼운 듯한 말투와 행동을 보이는 부분은 호불호가 있어 보여도 캐릭터적인 면에서는 나름 독특하게 볼 수도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라면 압도적이라는 느낌이 딱히 없는 것 같다. 울트론 자체의 인공지능에 대한 위험성은 초반부터해서 계속 언급되는 부분이고, 싸울수록 점점 업그레이드하는 신체 내구도나 스팩을 보면 하나의 빌런으로는 강하다고 할 수는 있다. 울트론의 사상적인 면도 나름 납득이 되는 편이고. 다만 물량 빨을 제외하면 크게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평가를 많이 깎아먹었을 것이다. 전편에서 어벤져스가 생긴 취지가 무엇이었나. 혼자서 이길 수 없는 적을 다수가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울트론이 그 만한 가치를 보이지 못했다는 건 관객입장에서는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겨우 저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어벤져스에다가 새로운 캐릭터 여럿까지 나와서 상대할 필요가 있었을까. 안 그래도 가벼운 스타일인데 위력 면에서도 가볍게 다루어지니 그냥 맹탕이나 다름없게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그래도 전투신과 액션은 여전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에 화제였던 국내 촬영 부분은 중후반부에 지나가는 짧은 분량이지만 어느 정도 속도감과 긴장감을 조성해서, 후반부 메인 전투로 이어지기 전의 흐름을 받쳐주기 적당했다. 여기에 이번 영화에서 첫 등장하는 스칼렛 위치의 염력 연출과 퀵실버의 초고속 연출은 제법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퀵실버의 경우는 너무 흔하고 뻔할 수도 있었던 초고속 연출을 적당한 슬로모션과 특수 효과로 힘이 넘치고 실감나게 나타냈다.

 메인이나 다름없는 후반부 전투신은 역할 분담을 넘어 연계 전투로 발전한 연출이 돋보인다. 1편이 아무리 뛰어난 연출이었다 해도 똑같은 걸 두 번 보여주면 진부해질 수밖에 없고, 안 그래도 중반부분이 늘어지는 전개라 마지막은 강렬할 필요가 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신선한 연출과 큰 스케일의 전투로 하이라이트를 제대로 장식한다. 주로 한 명이 역할을 맡은 부분에서 후방 보조가 있거나, 대체로 두 명이서 연계하며 다수의 적을 해치우는 연출이라 상대적으로 더 팀다운 느낌이 든다고 할 수 있다. 적이 로봇이라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과격하게 때려 부수는 장면이 많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나올 수 있는 모든 때려 부수는 형태나 연출은 전부 동원한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보통 디즈니가 제작을 맡은 영화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연출이다 보니 시원시원하게 보였다.

 한꺼번에 이것저것 던져주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 복잡하긴 했지만 이 영화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분기점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저 적과 싸우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 히어로의 정의로운 활동과는 별개로 발생하는 현실적인 부분. 앞으로 던져질 중요 요소들.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위협. 이후로 벌어질 일들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나름 만족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