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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인형(2019)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8. 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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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인형2019

 

Child's Play

오컬트에서 SF로 진화한 처키, 터미네이터인가 살인마인가

★★★

 

 공포영화 캐릭터들은 익숙해지다 보면 원래의 위상이 떨어지기도 한다. 끊임없이 나오는 속편의 퀄리티로 인한 질적 하락도 있지만, 아예 처음부터라면 모를까 도중에 B급 성향을 섞어서 아예 호러코미디로 가는 순간 그냥 개그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그냥 익숙해져서 개그 소재로 쓰이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정체성으로서 고정되는 것이다. 이것에 해당되는 호러 캐릭터가 바로 처키다. 개봉 당시에는 인형 공포증의 원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다. 그런데 갈수록 개그 캐릭터화 되면서 공포영화 캐릭터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 이런 처키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리메이크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왔다. 그냥 인형도 아닌 인공지능 인형으로 말이다.

 솔직히 처음에 AI 시스템을 가진 인형이 된다고 했을 때는 굉장히 별로라는 인상이 강했다. 오컬트의 힘으로 만들어진 살아 있는 인형이라는 기존의 정체성이 없어진데다, 사실상 로봇이나 다름없게 변해서 이게 무슨 살인마 캐릭터냐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의도한 것이라지만 불쾌한 골짜기를 일으키는 비호감 비주얼도 원작과 괴리감이 심하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조금의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막상 보고나니 의외로 괜찮은 부분이 있기는 했다.

 마크 해밀의 처키 목소리는 나름 무난하다는 생각이 먼저였는데, 점점 폭주하면서 나타는 느낌은 왕년의 조커 목소리를 담당한 배우다운 섬뜩함이 묻어난다. 특히 마구 살인을 벌이면서도 태연한 목소리를 내는 괴리감은 또 다른 의미의 인형 공포로 충분했다. 원작이 사이코패스 살인마 느낌이었다면 리메이크판은 약간 얀데레 같다고 해야겠다. 애초에 그냥 사람 영혼이 들어간 원작 처키는 진정성 없이 친구라 부르고 다녔던 거나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로봇인형 처키는 진짜 친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작중에서도 그런 교감적인 부분을 많이 부각하기도 했고. 문제는 그게 집착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과도하고 적정선을 모르고 폭주한다는 것이다.

 원작 처키와 슬래셔 영화, 그것도 전설이나 다름없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오마주가 있어서 감독이 여러모로 처키라는 캐릭터와 장르면에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신경 썼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사실 원작의 처키는 인형 반전을 제외하면 살인마로서의 특출 난 부분이 딱히 없기는 하다. 다른 살인마 캐릭터처럼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거나 뭔가 특수 능력 같은 것도 없는데다 오히려 인형이라는 제한적 시야 때문에 기습 아니면 선제공격도 어렵다. 오죽하면 처키가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작중 인물들을 바보로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개인적인 호불호 요소였던 로봇이라는 부분이 이 단점을 깔끔하게 매워버렸다. 온갖 기계를 원격으로 다룰 수 있어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고, 인공지능이라는 확장된 넓이의 시야로 효과적인 기습을 하는 건 물론이고, 물량 전을 벌여 손쉽게 다수를 공격하고도 남는다. 이 외에도 원작에서의 특징도 어느 정도 잘 나타낸 편이라 이만하면 훌륭하게 처키를 리메이크했다고 인정 할만하다.

 여러모로 왕년의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살렸지만 스토리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 애초에 인형이 살인마라는 점을 알고 보기 때문에 여러모로 예상이 쉬운 부분이 많아 별로라는 말이 많긴 했다. 앞으로 벌어질 스토리가 훤히 보여서 재미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원작 스토리대로 반전을 넣기에는 너무 케케묵은 구닥다리 연출이고 처키라는 캐릭터가 어떤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서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는 애초에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예측이 가능하되, 어떻게 그걸 실행하는 가를 궁금하게 하는 구성이 더 쉬웠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딱히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진짜 문제는 후반부 스토리 급 전개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중반부까지는 차근차근 진행시키던 것과 달리, 후반부는 우연스러운 상황과 갑작스러운 인물의 감정 변화 등으로 개연성 없게 보이는 부분이 많다. 다소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의도가 보이긴 했지만 싸구려 감성으로 마무리가 허술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리메이크만 했다하면 캐릭터 파괴, 원작 모독이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니던 선례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꽤 괜찮게 잘 나왔다고 본다. 호불호 문제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해도 왕년의 인형 공포증 처키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긴 했으니까. 이제 남은 문제라면 이것 밖에 없을 것이다. 속편이 나올 것인가. , 로봇 인형 처키는 앞으로도 공포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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