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hapter Two
추억과 트라우마가 섞인 과거의 파편과 당당히 대면하기까지
★★★★
어른이 되어간다는 걸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그저 나이 들어간다는 것? 과거와 점점 멀어져 가는 것? 분명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던 어른이라는 세계는 여러모로 짙은 그림자가 가득하다. 겉으로는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산다고 여기고, 어린 시절에 비하면 꽤 멋진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도망쳤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악몽은 여전히 가까이에 있다. 극복했다고 여긴 트라우마는 잠깐 잊었을 뿐, 조금의 자극에도 금방 살아날 정도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그저 잊어버리면 그만이라는 걸로는 아무 것도 해결이 안 된다. 앞으로의 인생에도 계속 지장을 준다면 결국에는 맞설 수밖에 없다. 어른이 돼서도 무서운 그것과 말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도 같은 악몽, 그 이후 27년.
페니와이즈는 다시 돌아왔다.
어느 정도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였던 1편과 달리 2편은 분위기가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다. 단순히 주연 인물들이 성인으로 나와서 그런 것이 아니다. 메인 배경이자 주연 인물들의 고향인 메인 주의 지방도시 데리. 그 곳이 보여주는 27년이라는 시간의 흔적을 보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때 아이들이 북적거렸지만 이제는 아무도 없이 폐쇄된 놀이시설. 유동 인구가 없다시피 해서 텅 빈 것이나 마찬가지인 데리 시내.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며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현지 주민. 이외에도 수입차량(영화상에서는 유독 현대 차가 많이 보임.)이 부쩍 많이 보이는 등, 꽤 세세하게 27년이라는 시간차를 나타냈다. 이런 걸 보며 어른이 돼서 고향 동네를 다시 보는 느낌이 뭔지 알 거 같았다. 분명이 존재했던 즐거웠던 시절. 그러나 그 시절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가까이 있는 듯하면서도 없는. 잠깐이라고 생각했던 세월의 흐름 너머로 사라진 유산들을 어떻게 든 찾아내고 싶은 마음. 클래식, 복고, 추억의 상품 같은 것들이 왜 유행할 수밖에 없는지 느꼈다.
배경뿐만 아니라 작중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가정과 직장이 있는 평범한 일상. 하지만 알게 모르게 과거의 잔재가 다양한 형태로 여전히 계승되어 남아 있다. 그것도 어릴 적의 상처와 트라우마와 관련된 나쁜 쪽으로 말이다. 그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자 악연을 끊기 위해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고향으로의 발걸음. 그곳에서 되짚어가는 과거의 파편. 모두와 함께한 순간이 아닌 개인적인 경험까지 포함된 완전한 기억을 완성하기까지. 좋지 않은 부분만 부각 되서 썩 유쾌하지 않은 추억 되찾기나 다름없다. 그러나 전부 다 잊어버려야 될 것은 아니다. 나쁜 기억이 오래가고 좋은 기억은 금방 잊어버린다고 하지 않은가. 혹시 모르는 일이다. 악몽의 구덩이 속에서 잊어버린 빛을 찾게 될지도.
1편의 비해 뭔가 아쉬워 보이는 부분이 여럿 있다. 이번에도 페니와이즈의 공포스러운 면모나 기괴한 연출은 여전하다. 그러나 과거 시점의 다루어지지 않은 장면 위주로 나오다보니 최종결전을 제외하고는 현재 시점에서의 강렬함이 약간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1편이 유독 재미있었던 점이 연출 부분에 있었는데 이것 역시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본격적으로 괴물 같은 모습을 보이는 탓에 페니와이즈의 광대스러운 면모도 적어지고. 트라우마를 나타내기 위해서였지만 전작에 나왔던 요소들을 재탕한 탓에 크게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에 현재 시점은 잠깐 다루고 최종 결전으로 넘어가는 형태다보니 좀 급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다. 아마도 4시간짜리 촬영 본을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해서 그런 듯하다. 감독판 같은 형태로 나온다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편집본 형태로만 봐서는 여러 가지가 뚝뚝 끊겨나간 듯한 인상이다.
약간 웃기게 다루어진 부분이 많아 별로라는 말도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의 연장선으로 본다. 1편을 봤다면 어느 정도 알겠지만 주연 인물들이 데리로 오면서 어린 시절의 버릇들이 다시 나타나는 걸 볼 수 있다. 단순히 추억 속 기억에 남는 것들을 다시 찾아가는 수준이 아니다. 아예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갔다고 해도 될 정도다. 최종결전도 어린 시절 트라우마의 재림이자 27년 전의 모험 2장이나 다름없었고. 그렇다보니 어른이 어린 애의 감성과 행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웃기게 보여도 이상하지 않다. 공포영화로서 그다지 무섭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 된 상태로 다시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고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점 때문에 나름 좋게 본다. 안 그래도 나 역시 좋지 않은 시절을 겪었다. 그 시절의 나쁜 기억들은 지금 봐도 괴물과도 같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거나 별거 아닐 수도 있는 그것에서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이 뿜어져 나온다. 그 두려움이라는 선만 넘어도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시선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나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어려운 도전이라는 것이다. 이 모든 걸 다루고 설명해주던 게 이 영화다. 기분 나쁜 기억을 영원히 묻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오래오래 남기를 바라는 염원. 나 역시 가장 바라는 점이다.
1편을 워낙 재미있게 봐서 기대한 완결편이었지만 여러 사정에 의해서 온전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 아니다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감독이 말한 4시간짜리 감독판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기대해 본다.
애드 아스트라(2019) (0) | 2019.10.19 |
---|---|
조커(2019) (0) | 2019.10.05 |
엑시트(2019) (0) | 2019.09.23 |
사탄의 인형(2019) (0) | 2019.08.07 |
미드소마(2019) (0) | 2019.07.1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