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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2019)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7. 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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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

 

Midsommar

눈이 부시다 못해 멀게 만드는 빛의 광기

★★★★

 

 어둠을 밝히는 빛, 밤의 장막을 걷고 떠오르는 태양 빛. 어디를 가든 빛은 어둠과 대립하는 구도로 나오며 안정감과 희망을 주는 상징이 된다. 신화 속의 한 장면이나 종교의 상징 같은 곳에서도 빛과 태양을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빛이 있어서 받는 인간의 해택은 무궁무진하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니 다툴 이유도 없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축복이자 위대한 자연의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상징으로 쓰이는 빛이라도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너무 오래 쳐다보면 눈이 멀어버릴 수 있다는 것.

 감독의 데뷔작부터 범상치 않은 스타일인 것도 있지만 개봉이전부터 들려오는 소식을 미리 들은 게 있어서 이 영화 역시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적어도 난해할 것이다, 상징적인 요소가 많을 것이다, 정도는 예상은 했다. 그런데 상상 그 이상의 당황스러운 광경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단순히 징그럽고, 잔인하고 불쾌한 이미지를 넘어선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함 그 자체다.

 북유럽 스웨덴 최북단의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외딴 마을이 주배경이다 보니 처음 봤을 때 아마 이런 생각이 들고도 남을 것이다. 공포영화인데 이렇게 밝은 배경이라고? 보통 공포영화는 어두컴컴한 장소나 밤을 배경으로 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 영화처럼 너무나 밝은 환경에서의 공포란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밝고 아름다운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기괴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분명 비정상적인 광경이지만 현실로 벌어지고, 그로인해 상식적인 판단이 전부 붕괴되는 충격 말이다.

 눈에 뻔히 보이는 요소들이나 전개가 많다보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금방 예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영화 같았으면 그냥 진부한 스토리라 하고 말겠지만, 이 영화 같은 경우는 하나의 장치로서 작용한다. 점점 어떻게 진행될지, 흔히 말하는 플래그가 훤히 보이는데 문제는 관객의 예상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더욱 큰 충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설마 하던 소름 돋는 진실이 버젓이 벌어지는 한편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보여줘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육하원칙으로 예를 들자면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 까지는 아는데 어떻게만 공백이라 보면 된다. 그 어떻게, 하나가 그저 생각하던 것과 조금 다른 결과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을 보여주기에 더욱 그렇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걸 컬쳐 쇼크 수준의 충격이라고 하고 싶다.

 가족과 공동체를 극단적으로 나타내면 아마도 이럴 것이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겉으로는 서로서로 돕고 살며 화합을 추구하지만 개인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존재로서 종속되기만 할 뿐. 어느 집단이든 어두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고 이걸 숨기기 위한 더러운 행위로 명암이 뚜렷한데 작중의 백야현상이라는 환경이 이걸 간접적으로 나타냈다는 생각이 든다. 일시적이긴 해도 영원한 낮이 지속되는 탁 트인 평원은 아무리 봐도 아름답긴 하다. 전통적인 악기연주와 노래는 뜨거운 햇빛으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마냥 몽환적인 느낌을 주며 지상낙원 같은 인상을 각인시킨다. 한편으로는 저물지 않는 태양 아래의 유일하게 어둠이 존재하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그늘진 건물 내부다. 비정상적인 행위들은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기는 하지만 그 분위기에서의 차이가 있다. 밖에서 보이는 행위들은 신성함과 나름의 의미를 강조하며 아름답게 미화하는 분위기인 반면, 건물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행위들은 그렇지 않다. 적나라한 잔혹 행위와 다소 위선적인 면들이 들어나며 광신의 민낯이 제대로 부각된다. 이걸 보면 빛 속에 숨은 어둠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빛에 눈이 멀어버린 이들의 본색이 나타난 것이라 해야 할까.

 스토리 자체도 가족으로 시작해서 가족으로 끝난다고 봐도 되는데 무수한 광기와 기분 나쁘게 일렁거리는 환상을 생각하면 사실상 비극이나 다름없다. 다만 이게 계획된 과정이기도 하면서 여러 요인으로 파탄 난 심리상태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결정이기 때문에 오묘한 인상이다. 다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직접적인 묘사가 거의 없어서 그렇지 개연성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란하고 충격적인 광경이 너무 많다보니 차근차근 상황을 파악할 여력이 없던 것도 그렇고. 어쨌든 심신이 불안한 사람 곁에 그 누구도 의지가 되지 못한다면 벌어질 최악의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아리 에스터 감독의 영화를 앞으로도 계속 찾아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잔잔하면서도 특유의 기묘하거나 불길한 분위기로 몰아가는 연출. 두려운 느낌이라기보다는 불쾌한 인상에 가까운 공포 색체. 각각 장면에서 무언가를 예측할만한 요소를 넣어 생각하며 보게 만드는 재미. 그리고 범상치 않은 소재까지. 다음 작품이 매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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