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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내면의 파편이 만들어낸 타인, 악당, 혹은 괴물
★★★★★
약한 것이든 단단한 것이든 일정한 충격을 받다보면 부서진다. 사람 역시 뼈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으로 부서진다고 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부서질 수 있다. 바로 사람의 정신이다. 생각보다 사람의 정신은 쉽게 부서지기 쉬운 것 중 하나다. 겉으로 들어나지 않기 때문에 충격을 가해도 얼마나 큰 상처가 생겼는지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대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거 하나는 알아 두어야 한다. 물체나 사람의 신체와 달리 정신은 생각하고 행동한다. 즉, 자의식이 있는 것이다. 물체가 부서져 나온 조각이 전체를 이루던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취급되듯, 사람의 의식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바로 다중인격의 실체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23가지의 인격을 가진 악당의 의도를 알 수 없는 납치극을 다룬다. 시작부터 보여주는 하나의 화면이 23가지로 분리되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다. 개개의 독립된 개체라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라 신비로우면서 어딘가 기괴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다중인격이라 해도 보통은 1개, 많아도 2, 3개 까지는 예상할 수 있어도 23가지는 생각도 못할 부분이다.
1인 23역(작중에서 다 나오진 않는다.)이라는 꽤 까다로운 역할을 맡은 제임스 매커보이의 연기력이 정말 대단하게 보였다. 각 인격마다 성격, 목소리 톤, 표정, 말투, 나이, 자잘한 버릇, 신체특성이 전부 다 다르다. 그럼에도 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보일정도로 어색하지 않게 잘 나타냈다. 데니스라는 이름에서는 진중하고 결벽증 있는 남자, 패트리샤는 중년 여자, 헤드윅은 순수한 어린아이. 여러 인격들이 한 번에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신들린 연기라 해도 될 정도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과연 이 남자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가, 또 만약 다른 인격이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면 구분이 가능할까.
밀실인 납치현장에서 보여 지는 사이코 호러 느낌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격들 간의 자리다툼을 다룬 스릴러다. 단순히 성격이 바뀌는 것 이상의 변화를 가지는 다중인격이다 보니 마치 정치 주도권 싸움처럼 보일 정도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성격을 비롯한 복합적인 요소들이 조합되어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 안에서 외적이든 내부적이든 잘못된 평가가 있으면 고쳐나가면 된다. 아무리 힘든 것이라도 스스로 해내야 내 것이 되는 거니까. 그런데 내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성격으로 변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 어떤 이유를 붙인다 해도 자신이라는 정체성을 두고 정치질을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숨겨진 24번째 인격이 들어난 모습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작중 나오는 인격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너무 다른 모습을 보이긴 해도 인간의 범주에 머물러 있었다. 다른 사람처럼 변해도 어느 정도 틀은 지키고 있었고, 그 이상을 넘어서는 인외 범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없었다. 작중 분위기에 비해 다소 이질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마음속에서 괴물이 나타나 해서는 안 될 일을 부추길 때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사소한 범죄를, 심각하면 사람 취급 못 받을 정도로 끔찍한 짓을. 이 24번쨰 인격이 바로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정신적인 부분이 의학적으로 어느 정도 분석이 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완벽하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사람의 뇌는 아직 과학적으로 정복되지 않은 부분 중 하나다. 무엇이 나오든 상상 그 이상일수도 있다.
악당이 메인인 호러 스릴러이긴 했지만 여러모로 정신적인 상처를 깊게 다루는 듯하기도 하다. 맞은 상처는 겉으로 보이고 치료하면 금방 낫는다. 하지만 정신적 피해는 대부분 외면당하고 방치 된다. 도움이 필요하다 외쳐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엄살이나 꾀병으로 치부받기도 한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내다보면 결국에는 이런 결론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다. 나의 상처를 볼 수 있고 대화가 가능한 건 스스로의 내면이 전부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나, 다중인격이 발생한다. 외부와의 소통단절이 단절되고 비뚤어진 개인적 사상이 만들어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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