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axi Driver
역사의 한복판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숨겨진 목격자의 비애
★★★★☆
큰 사건의 한복판에서 지켜보는 것은 만만치 않게 힘들다. 그냥 대놓고 수수방관하는 거면 모를까 도움을 주기에는 한없이 작고,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수도 없기에 큰 갈등에 빠지고 만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이 사건을 알리는 것이다. 언론이 필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옛날, 근현대사에서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보이지 않는 세력으로 인해 제대로 된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 이런 고난 속에서도 사실을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1980년 5월 광주에 간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그리고 뜻밖에 동행하게 된 서울 택시기사 김사복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과연, 이들이 보고 느낀 광주에서의 이틀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택시운전사는 실존인물인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녹음담당 기자로 동행한 헤닝 루모어도 있었지만, 영화상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1980년 5월 20일과 21일 광주에 잠입해 당시 상황을 취재했던 실화를 토대로 한다. 언론 검열로 국내 언론이 제대로 된 소식을 전할 수 없던 시기에 위험을 무릅쓴 그의 모습은 바로 이게 기자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위르겐 힌츠페터의 잠입취재가 주 내용이라 언론과 관련된 부분이 많이 보였다. 취재는 할 수 있어도 제대로 된 보도가 불가능한 상황에 절망하는 국내 기자, 그런 기자를 무시하고 비난하는 시민들,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언론에 대한 분노 표출로 보이는 광주 MBC 화재.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면서 시대가 달라진 지금은 어떤지 돌아보게 한다.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위르겐 힌츠페터 만큼이나 서울 택시기사 김사복도 이 경험으로 꽤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18 당시 광주 시민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진실을 코앞에 본 유일한 목격자가 되는 만큼 여러모로 심정이 복잡했을 것이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취재한 필름을 토대로 전 세계에 실상을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사복은 국내 현실로 인해 가슴 아파도 혼자만 알고 묵혀 두어야 했을 것이다.
비록 영화적 각색이 되었지만, 실존 인물인 그 택시기사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무섭고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이대로 떠나려 해도 자꾸만 뒤를 돌아봤을 것이다. 그리고 자꾸만 생각났을 것이다. 위르겐 힌츠페터와 같이 목격한 것들이.
이렇게 목격자의 시선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돌아보며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목격한 사실을 알리려는 이들의 노력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역사로서 잊으면 안 돼는 이유까지. 다만, 후반부에 재미를 위해 넣은 것 치고는 꽤 무리수 넘치는 장면이 있어 흠을 남겼다. 역사적 고증에도 맞지 않고 각색한 부분이라 해도 개연성에 문제가 많다. 없어도 될 장면을 넣어 쓸때없이 감동적으로 만들었다는 인상이 든다. 결말부의 클라이막스의 중요성은 나름대로 이해한다. 영화 중반부에서도 이 부분과 비슷한 느낌의 장면이 나왔지만 꽤 극적으로 보였던 것도 있고. 하지만 어느 정도 전체적인 분위기에 걸맞아야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면 엇박자를 내는 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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