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tic Beasts: The Crimes of Grindelwald
제대로 보여준게 하나도 없는 2시간짜리 예고편
★★☆
시리즈물은 언제나 완급조절이 중요하다. 다음 속편과의 연결성을 어느 정도 만들면서 그 안에서만 해당되는 스토리를 풀어내야 어느 정도 볼 만하고 생각보다 잘 나왔다면 수작이 될 수도 있다. 첫 스타트를 잘 끊었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소모포어 징크스라고, 속편에서 평가를 다 깎아먹은 전례가 꽤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징크스는 어쩌다가 맞아 들어간다고는 하는데 이번이 바로 그때인 모양이다.
1편에서 어느 정도 평작으로 봐줄만 했던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벌써 휘청 거리고 있는 게 보인다. 본격적으로 구시대 악의 축, 그린덴왈드가 등장하는데 겨우 이것 밖에 보여줄 게 없나 싶을 정도다. 앞으로의 대결을 위한 전초전이었다면 제목 그대로 신비 동물 위주로 보여줬어도 됐다. 그러나 전작에서 비하면 이마저도 영 시원치 않다. 환상적인 연출은 여전하지만 대부분 전작과 별 차이 없는 연출에 분량만 줄어들어 없는 것만도 못한다. 이럴 거면 굳이 제목에 신비한 동물이 붙을 이유가 있나 싶다.
작중 시점은 이렇다. 뉴트와 티나, 퀴니와 제이콥, 그린덴왈드와 덤블도어, 뉴트의 형인 테세우스, 크레덴스와 내기니. 많아도 너무 많다. 중요 인물 위주로 스토리를 진행한다 해도 상당히 난잡하게 보인다. 제각각이 가지고 있는 해결할 문제점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영화 한 편에 하나 해결하는 것도 모자를 판인데 저 많은 인물들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전부 다루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몇몇은 적당히 작은 사이드 스토리 분량 정도로 압축해도 될 걸, 굳이 메인 스토리의 한 축으로 넣어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시점이 수시로 바뀌고 분량도 제각각이다보니 뉴트가 주인공인지 그린덴왈드가 주인공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이런 와중에 개연성 구멍에, 후반부가서는 갑작스럽게 급전개가 되니 뭐가 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게 많다.
세계관 설정 면에서라도 약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전작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보여줬던 미국 마법부에 비해, 프랑스 마법부 쪽은 그냥 지나가는 배경 정도로 나오는 것 때문이다. 그린덴왈드가 본격적으로 활개 치기 시작하는 내용이고, 그 장소가 파리인데 그 나라의 마법부 비중이 이렇게 소홀해도 되나 싶다. 전작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오러들이 나타나 조치를 취하던 미국 마법부와 비교하면 거의 직무위반이나 다름없지 않나 싶다.
작중 인물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진가를 보여준 게 없다. 스토리는 등장인물만 넘처나고 목적성이 애매하다. 대부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이게 다음 편을 위한 2시간짜리 예고편이 아니면 뭐겠는가.
그나마 봐줄 만한 게 있다면, 조니 뎁의 그린덴왈드 연기와 후반부의 압도적인 마법 연출이다. 볼드모트 이전의 최대 위험인물답게 꽤 강렬한 이미지에, 그에 걸 맞는 괴물 같은 마법 연출도 장관이다. 스토리는 개판이었지만 메인 빌런으로의 입지는 확고하게 잡았기 때문에 향후에 나올 덤블도어와의 결전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물론 앞으로 시리즈가 잘 나온다는 가정 하에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과거 시점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법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목은 신비한 동물사전이라 이 책의 저자인 뉴트 스케멘더가 메인으로 나오긴 해야 한다. 여기에 과거 마법세계, 특히 작중 세계관의 역사적 사건인 덤블도어와 그린덴왈드의 격돌 역시 빠트리면 안 될 중요 스토리다. 무엇하나 소홀히 다루기는 꽤 애매하다. 두 스토리라인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이렇다보니 그냥 무작정 다 섞은 것이 아닌 가 싶다. 문제는 결과물이 믹스가 아닌 짬뽕이 나와 버렸으니.
이제 총 3편이나 남았다. 다음 편에서 분위기 반전에 실패한다면 해리포터 시리즈물 사상 유래 없는 망작 시리즈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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