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Tower
거대한 세계관을 작은 그릇에 담으려는 무모한 시도
★☆
시리즈가 많은 판타지물은 어느 정도 길게 계획을 잡아야 한다. 영화 하나에서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와 설정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나타내야 할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소설 원작일 경우에는 더 그렇다. 원작 설정을 얼마나 살려야 할지. 관객을 확보하면서 기존 독자를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지. 제작이 오래 걸리는 만큼 다양한 기획이 오가면서 토대를 쌓아가는 것인데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글러먹은 게 무려 원작소설이 7권이나 되는 분량의 스토리를 놔두고 겨우 1편에 모든 걸 담으려 한 것이다. 가까운 예시를 들자면 해리포터 원작 7권 분량을 한 편으로 정리하려고 했다고 보면 된다. 나름 기획 의도가 원작 소설 마지막 권 이후 스토리에, 소설과 만화판을 섞은 형식이라고는 한다.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알지 처음 보는 경우라면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게 없다. 국내 기준으로도 원작 소설은 아직 국내에 5권까지 밖에 발간이 안 됐고, 만화는 아예 들어온 적이 없기 때문에 접근성이 상당히 낮다. 시리즈가 긴 소설은 1권의 내용을 영화로 풀어내기도 은근 벅찬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배역 캐스팅도 영 별로인 게 원작을 참고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주인공인 롤랜드 디셰인은 원작에서 서부스타일의 총잡이 이미지인데, 이드리스 엘바의 이미지는 별 특색 없는 어두운 이미지의 방랑자 캐릭터다. 중요 빌런인 랜들 플랙 역시 미스 캐스팅이다. 기본적으로 소설 상에서는 세계를 멸망시킬 스케일의 교활하고 잔혹한 악당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절대 악을 넘어선 혼돈의 화신 그 자체다. 그런데 배역인 매튜 맥커너히는 너무 미형인데다 그냥 마법 쓸 줄 아는 평범한 악당 정도로 나온다.
스토리는 원작 소설 내용 일부를 뜯어다가 흔하고 뻔하게 재구성해 놓은 거나 다름없다. 다크 타워는 대체적으로 서부극 스타일을 메인으로 어두운 세계관을 다룬, 소위 말하는 다크 판타지 스타일이다. 차원이동을 비롯한 기괴한 괴생명체, SF 스타일의 장치 등등. 이것저것 나오는 것이 엄청 많다. 롤랜드 디셰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의 깊이 감 역시 인기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영화는 롤랜드 디셰인이 주인공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연인 제이크 체임버스 위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제이크 역시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 중 하나고 개인 스토리가 있는 편이지만, 롤랜드를 밀어내고 메인이 될 만한 위치는 아니다. 다크 판타지를 기대한 것이 무색하게 제이크를 중심으로 집안 문제 및 현실세계에 집중된 스토리는 마치 소년 만화나 다름없다. 스토리가 이렇게 되다보니 소설에서 보여준 롤랜드와의 엄청난 악연을 가진 랜들 플랙 역시 전형적인 평범한 악당 정도로 나온다. 아무런 설명 없이 보여준 건 많고, 스토리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소년 만화처럼 되는 와중에 근본적인 메인 주제마저 상실된다. 도대체 롤랜드와 랜들 플랙은 왜 싸우는 가. 그냥 선과 악이라서? 악당은 무조건 때려잡아야 하니까? 단순무식한 것의 끝이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액션 연출은 나름대로 볼 만 하긴 하다. 권총 두 자루로 이런 게 가능하나 싶은 구도가 나오는 편이라 기가 막힌다. 랜들 플랙과의 대결에서도 미친 듯한 센스와 묘기가 나오기 때문에 총잡이 컨셉은 어느 정도 살렸다고는 할 수 있다. 물론 이거 하나 보자고 시간 낭비하기 보다는 다른 걸 보는 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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