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rival
늘 잊어버리는 그것, 소통의 중요성
★★★★★
미지와의 조우는 언제나 두려움이 앞선다. 그래서인지 시작부터 좋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이미 역사적으로도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 때나, 동양과 서양의 접촉, 제국열강의 식민지 개척 등. 낯선 것에 대한 배척과 파괴가 우선시 된다. 이런식으로 많은 곳이 개발되고 발견된 현대라도 아직도 미지는 남아있다. 바로 우주다.
컨택트는 SF하면 빠질 수 없는 지구에 나타난 외계인을 다룬다. 외계인이 나타났다 하면 다들 <인디펜던스데이>, <우주전쟁>, <월드 인베이전> 같은 침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 내용이 자주 있었고, 외계인 하면 항상 따라오는 소재인데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의견까지 있었으니까. 그러나 여기서 나오는 외계인은 뭔가 좀 다르다. 특정 장소에 나타나 떠 있고 끝. 상당히 낯선 상황이라 의견이분분하지만 곧 이들이 알 수 없는 신호를 보낸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게 낯선 이와 소통의 시작이라는 걸 서서히 알게 된다.
소통이라는 이름 안에서 외계인과 만나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다. 우주탐사선 보이저 1, 2호에 실린 골든레코드, 1974년 아레시보 천문대에서 쏘아올린 메세지처럼 그 동안 우주와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었는데, 막상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니 기묘함 그 자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소통은 새로운 세계와 마주한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과거 유럽에서 이집트의 로제타 스톤을 해석에 성공했을 당시에도 이런 느낌이었을지 모르겠다. 언어학적인 해석이 많이 나와서 언어가 이렇게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때문인지 외계인하면 떠올릴 법한 징그러운 외형도 아무렇지 않게 보일 정도였다. 아니, 오히려 소통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겉모습 같은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화 된 현재의 세상처럼 말이다.
낯선 존재와의 소통이 중심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에 작중에서 말하는 소통이 이게 전부로 보이겠지만, 더 다양하고 복잡한 소통도 남아있다. 아마도 언어적 소통을 넘어선 교류의 의미로서 소통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걸 나타낸 것일지도 모른다. 과거 역사 속에서도 언어로서의 소통은 성공했어도 교류로서의 소통에는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걸 보면 소통이라는 건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언어의 소통과 함께 많은 여운을 준 것은 시간 개념이다. 그저 삶과 함께 달려가고 끝을 맺는 소모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져 세계를 구성하는 영속적인 개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시간에 압박을 받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시간이 얼마나 덧 없는지 고민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사건이 있어도, 그 어떤 고민이 있어도 시간은 기다리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기다려주지 않는 것 앞에서 우리는 무언가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예전에 한창 이슈가 됐던 인터스텔라에서 나온 시공간 개념과 비교되기도 한다.
언어가 다르고 외형이 달라도 결국에는 말로 통하지 않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저 눈 앞에 보여진 낯설다는 느낌만 가지고 모든 걸 평가하고 의심하지 않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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