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JIAM: Haunted Asylum
소문처럼 무섭기만하고 알맹이 없는 스토리
★★★☆
으스스한 곳에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하지만 장소에 대한 인지도에 비해 대부분의 소문은 여기에서 누가 이랬데, 여기가 예전에 이런 곳이었데, 여기 누가 왔다가 이렇게 됐데 등등. 흔히 카더라 수준이다. 뼈만 있고 살이 없는 내용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살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더 얻기위해 무모한 시도를 하는 이들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 직접 그 장소에 가본다던지.
곤지암은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폐건물이자 호러스팟으로 알려진 곤지암 남양 정신병원을 소재로 만들었다. 개봉 이전까지만 해도 이런저런 잡음과 진짜네 아니네 하며 시끄러운 편이어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나름 기대한 편이다. 그런데 소문을 소재로 했다고는 들었지만, 진짜 소문정도의 퀄리티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대체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에 배경이 정신병원이고 기타 방송요소까지 세세하게 들여다 보면 그레이브 인카운터와 상당히 비슷하다. 인터넷 방송 형태라 최악의 평가를 받은 <혼숨>처럼 보여도, 공포적인 면을 비교하면 곤지암은 감독의 전작의 유명세 만큼이나 엄청 무섭게 잘 만들었다. 카메라의 1인칭 시점을 이용한 공포조성도 식상하지 않고 허를 찌르는 연출이 있어 충격적으로 다가올 정도다. 여기에 국산 공포영화하면 꼭 나오는 한풀이로 감성팔이하며 감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없어 무서운 분위기가 중간에 끊길 일이 없다. 비슷한 요소가 많은 그레이브 인카운터와 여고괴담의 점프컷 패러디로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여기까지가 소문으로 들을 때 재미있고 장점이 되는 부분이다.
단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현실의 곤지암 정신병원 괴담처럼 무섭기만 하고 알맹이가 없는 스토리다. 그레이브 인카운터와 비교를 하자면 소문을 쫓아 무언가를 발견해서 그 장소의 기괴함을 더 부각키는 구성이었던 반면, 곤지암은 겉핥기 수준이다. 그러니까 뭔가를 보여주다 말고 끊기는 찜찜한 형태라 소문을 영상으로 만든 것 그 이상도 아니게 보일 정도다. 분명 앞에서는 곤지암에 대한 허구적인 구조틀을 보여줘서 뭔가 큰 걸 보여주겠구나 하고 기대를 했는데 그 뼈대가 전부라 하니 실망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인터넷방송 형식으로 하다보니 본격적으로 무서워지는 중반부까지 가기 전에는 꽤 지루한 편이다.
초월적인 공포인 코스믹 호러로 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코스믹 호러의 경우도 약간의 설명해주는 무언가가 있거나 끝내 정체는 보여주지 않더라도 절대 안심시키 않을 만큼 불안한 심리극으로 가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 곤지암의 경우, 작중에 나타난 소문은 배경적인 설명이지 공포에 대한 본질을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심리극으로 보기에는 폐쇄적인 느낌이나 불안감은 너무 잘 살리긴 했어도, 중간중간 실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꽤 있어서 숨기기 보다는 차라리 정체를 들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촬영방식의 단점 역시 부각된다. 대부분 이런 영화는 시점이 정신없이 흔들리다보니 난잡하거나 심하면 멀미 증상까지 나타나는 걸로 악명 높은지 오래다. 호러스팟에서 일어나는 방송장비 오작동 현상을 재연하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다소 과하지 않았나 싶게 보일 정도다. 시점 흔들리는 것도 현장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부분으로는 좋았지만 역시나 과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작중인물들 간의 비중도 후반부로 갈수록 편차가 심해지는 걸로 보였다. 비중이 적절하게 돌아가야 이 인물이 이 시점에서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고, 때로는 무언가를 더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몇몇 인물의 비중이 중간에 갑자기 붕 떠버려서 뭔가 개연성 없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영화를 끝내야 하니까 급하게 퇴장시키는 형태로 밖에 안 보인다.
무서운 것만 놓고 보면 곤지암은 나쁘지 않다. 국산 공포영화의 가장 나쁜 형태인 일본 공포영화(대표적으로 주온, 링) 따라하기 같은 장면은 없으니까. 그러나 스토리라든지 세세한 부분까지 놓고 보면 소문 그 이상으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는 걸로 보여서 좀 실망스럽기도 하다. 공포영화라고 반드시 귀신을 없애는 퇴마적인 부분이나 나타나는 원인, 한 같은 진실을 뒤쫓는 추리적인 요소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잘 살리지 못하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다 망치기도 한다. 다만, 무언가 있다고 했으면 그 실체는 전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현실성을 원하는 게 아니다. 애초에 현실성하고 동 떨어진 공포라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면 그 기괴함의 정체는 보여주는 게 더 적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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