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무서움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거지
★★★★★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어린 시절은 저 멀리가 있다. 즐거운 한 때라는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로 남기도 한다. 좋지 않은 과거는 계속 물고 늘어져 앞으로 나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는 건 무엇일까.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것은 무서운 광대가 전면에 깔려 있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철없는 10대의 성장 드라마다.
예고편에서부터 강한 인상을 남긴 광대 페니와이즈는 광대 공포증을 제대로 폭발시킨다. 익살스러운 어투와는 대비되는 상당히 괴기한 인상은 물론, 온갖 무서운 것들을 쏟아내고 잔인하기 때문에 광대 얼굴만 나오면 긴장을 해야 된다. 솔직히 15세 등급이라고는 하지만, 페니와이즈의 잔혹스러운 면과 종종 나오는 남일 같지 않은 10대들의 잔혹 행각은 19금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영화가 19금이다.).
풋풋한 10대 소년 소녀, 그것도 흔히 학교에서 놀림감이라든지, 왕따 취급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꽤 눈여겨볼 점이다. 결점이 있거나 이상한 취급을 당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순수하고 호기심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한편으로는 가까운 어른들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면이 많아 여러모로 혼자서 이겨내야할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아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많이 나오다보니 이게 무슨 공포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얘기가 다르다. 친구들끼리 놀고 지내는 평범한 일상은 세상물정 모르고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을 어린 시절.그리고 광대 페니와이즈로 불리는 그것이 돌아다니는 현실은 어린 시절 모르고 지났거나 알고도 모른 척한 내가 사는 현실의 실제모습, 즉 어른이 되서 마주할 사회인 것이다. 어른이 된 우리는 지금의 현실과 사회를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어린 시절이었다면 어딘지 모르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벌레나 귀신처럼 피하면 사라지지 않는 내가 사는 현실이라는 공포에. 아무리 본질을 피하려 하지만 결국에는 맞설 수 밖에 없는 그것이.
단순히 광대 공포로 끝나지 않고 모든 것을 통틀어 포함하는 공포라 어린 시절에 느끼던 막연한 공포의 정체가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것은 수 없이 많다. 그 형태도 다양하다. 나를 잘 알고 있는 현실에 살아있는 괴물이나 다름 없다. 그렇기에 반드시 내가 해결할 일이 되는 것이다. 누가 해결해 줄 수도 없는 나의 싸움이니까. 맞서지 않으면 결국에는 잡아먹히고 마니까. 이런 과정이 바로 어른이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광대와 만나게 되는 과정이 개연성 없게 보일 수도 있는데, 복합적인 이미지를 가진 무서운 것이 나타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페니와이즈는 귀신 같이 이유를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느낄 수 있는 공포 그 자체다. 더 넓게 보면 아이들이 느끼는 세상의 거대함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참고로 이번 영화는 챕터 1이다. 그렇다는 건, 챕터 2에 해당하는 속편이 나올 예정이라는 것이다. 원작 내용대로면 어른이 된 주연 인물들이 다시 모이는 걸로 알고 있다. 과연, 어른이 된 아이들이 다시 만난 어린 시절 공포는 또 어떻게 다가올까.
라이트 아웃(2016) (0) | 2019.01.01 |
---|---|
곰돌이 푸 다시만나 행복해(2018) (0) | 2018.12.31 |
곡성(2016) (0) | 2018.12.28 |
셰이프 오브 워터(2017) (0) | 2018.12.28 |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2018) (0) | 2018.12.2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