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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2018)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8. 12. 2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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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속에숨은마법시계

 

The House with a Clock in Its Walls

판의 미로와 구스범스 사이의 어중간함...

★★★

 

 난 뭔가 확실한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하나의 장르를 정하면 그 분위기를 잘 살려야 하고. 여러 요소가 섞여 있으면 종합적인 이미지에 맞는 게 나와야 만족한다. 비슷한 것 2개를 섞으면 배가 되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소 2개를 섞으면 색다른 것이 나온다. 뭔가 이상해 보이는 것이 나오면 그것대로도 좋다. 어떤 요소가 나오든 그걸 잘 조합해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이미지와 분위기에서 상당한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두 가지 요소를 어떻게 잘 살리느냐다. 무작정 이것저것 섞어놓으면 서로 따로 노는 모양새가 되서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말 그대로 어중간해지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감독만 보고 기대했다. 일라이 로스 감독하면 <호스텔> 시리즈, <그린 인페르노>에서 보여준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이 특징이다. 겉으로 봐도 이 영화는 고어한 요소를 넣을 수 없긴 하겠지만, 감독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그래도 꽤 무섭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결론만 말하자면 상당히 기대이하였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반의 미국을 배경으로 어느 마법사의 저택에 숨겨진 마법시계를 찾는 판타지물이다. 문제는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 장르가 고딕, 호러, 판타지라는 점이다. 메인 주인공이 어린아이고 가족 중심으로 했다고 하지만 꽤 무섭게 다루어진다. 그것도 호러를 징그럽게 잘 만드는 감독의 손에서 말이다.

 예고편과 영화 초기의 분위기만 놓고 보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와 비슷하게 보였다. 어린아이가 나오고 다소 동화스러우면서 징그럽게 무섭게 보인다는 점에서 그랬다. 작중 주 배경으로 나오는 조나단 삼촌(잭 블랙 역)의 저택만 봐도 그 느낌이 제대로 온다. 귀신이 나오고도 남아 보이는 음침한 거대한 저택. 그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범상치 않은 인테리어와 다소 섬뜩해 보이는 마법요소까지. 뭔가 대단하고 악몽 같은 요소가 나올 것이라 기대를 하고도 남지만, 영화가 점점 진행될 수록 뭔가 산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분위기는 무서운데 메인 스토리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판타지 모험으로 진행된다. 보통 가족영화라면 이런 스토리가 나와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꽤 거창한 마법 설정이 있고 어린 아이가 보기에 꽤 무서운 요소가 종종 쏟아지는 세계관에서 이런 스토리가 나온다? 스토리와 세계관이 따로 분리되어 진행되는 요상한 모양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원작이 아동용 호러판타지 소설이라해도 전반적인 영화 분위기에 맞게 설정이나 스토리가 바뀌어도 됐었다. 그럼에도 원작의 틀을 유지한채 공포 전문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 제작됐으니 어중간하게 보여 몰입이 전혀 되지 않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메인 스토리는 점점 무거워지는 와중에 이 주인공 꼬맹이는 철없고 답답한 짓만 하고 다닌다. 더 웃긴 건 이 꼬맹이가 온갖 사고를 다 치고 있는데도 조나단 삼촌과 지머맨 부인(케이트 블란쳇 역)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저런 마법 설정이 있음에도 가족관련 부분 외에는 메인 세계관에 대해 알려주는 것밖에 없다보니 거의 병풍으로 보일 정도다. 여기에 분위기에 걸맞지 않아 보이는 개그가 중간중간 나오고.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마법시계도 일상파트에 가려서 흐지부지 반쯤 맥거핀이 된다. 뭐, 아예 설명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작중 중요도에 비해 겨우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쯤되니까 거의 잭 블랙이 주연을 맡은 다른 영화, <구스범스>에 가깝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 주도하에 모든 걸 해결하는 전형적인 판타지 모험물로 진행된 나머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버리는 요소가 너무 많아 보였다. 특히 온갖 신비로운 요소로 가득찬 고딕 저택이 그렇다. 방향성만 확실하게 잡았으면 꽤 괜찮은 호러판타지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너무 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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