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quaman
해왕 다운 스케일에 비해 아쉬운 스토리
★★★★
마블을 <토르: 라그나로크> 부터 접했을 정도로 히어로 영화를 꽤 늦게 본 편이지만 DC 유니버스 영화의 악명은 꽤 알고는 있다. 배대슈와 수어사이드, 저스티스 리그가 나왔을 무렵의 반응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라 첫 인상부터 꽤 안 좋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 사고쳤으니 DC 히어로 무비도 그나마 좋아지지 않을까하고 어느 정도 기대할 여지는 남겨두고 있었다. 물론 다음 영화가 믿고 보는 감독인 제임스 완이 맡아서 더 그랬지만.
아쿠아맨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라면 바다 속 세계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미지의 세계라고 해도 될 만큼 바다 속은 신비로운 곳이다. 매력적인 세계관을 만들기에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대에 걸맞게 감독은 바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거의 다 보여줬다. 진보된 기술을 가진 아틀란티스, 각종 해양생물 특성을 가진 종족, 그리고 깊은 심연에 숨어있는 바다괴물까지. 특히 바다괴물의 경우, 공포영화 출신 감독답게 흉측한 이미지와 심해 공포증 분위기를 너무 잘 살렸다.
물 관련 액션 역시 환상적이다. 물 속에서 나타나는 속도감 있는 액션과 해양생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이용한 대규모 전면전 연출은 바다의 제왕이라는 위엄을 제대로 보여준다. 직접적으로 물을 다루는 메라의 능력 또한 예술적이라 해도 될 정도다. 물 한가운데를 가르는 것부터 근접전까지 아쿠아맨만큼의 역할을 해낸다.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전투장면을 적절하게 동시에 보여주는 연출도 꽤 인상깊다. 컷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앵글이 바뀌며 연결되기 때문에 깔끔하다. 보여줄 건 다 보여주고 시점이 왔다갔다하면서 난잡하지 않고.
이렇듯 비주얼 하나는 정말 멋지다. 그러나 스토리 부분으로 들어가면 말이 달라진다. 일단 그 동안 나온 DC 영화에 비하면 심하게 어두운 부분은 거의 없다. 심해를 제외한 물 속 세계에 빛이 비춰지는 것처럼 밝다. 해외에서 마블 같다고 하는 평은 여기서 나오는 듯하다. 다만, 스토리까지 마블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일단은 아틀란티스 왕위가 메인이 되는 만큼 흔한 왕도물 형식이다. 여기에 중간중간 과거회상식으로 보여주는 히어로의 기원도 <맨 오브 스틸>에서 이미 보여준 연출이라 좀 식상할 수도 있다. 게다가 슈퍼맨에 비해 아쿠아맨의 기원은 다소 짧게 다룬 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아틀란티스 관련 부분에서 개연성 없어 보이는 부분이 너무 많다. 단순할 정도로 입장을 쉽게 바꾸는 다른 왕국 지도자라던지, 육지와 바다 간의 대립점이 발생한 사건에 대한 마무리 역시 제대로 되지 않아 여기저기 텅텅빈 곳이 보인다. 뭔가 깊이 있게 다룰 부분을 단순무식하게 넘겨버리다보니 개연성 문제를 넘어 유치하게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후반부의 압도적인 연출은 지금은 멋지더라도 향후 후속작에서 밸런스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빌런이 둘이나 나와서 한쪽이 이도저도 아닌 게 되지 않나 걱정하긴 했었다. 다행이 걱정하던 것보다는 둘 다 적절한 역할을 해서 나쁘지 않다. 다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 좀 있다. 오션 마스터가 메인 빌런으로서 부족해 보인다는 인상이다. 아쿠아맨과 삼지창으로 대결하는 장면이나 아틀란티스 왕의 지위로 무력을 행사하는 등 나름 괜찮은 부분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서브빌런 정도인 블랙만타가 더 압도적으로 보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저평가하게 되긴 하다.
블랙만타는 비주얼부터 딱 빌런으로 보일정도로 멋지게 나온다. 아쿠아맨에 대한 집착이나 전투장면도 꽤 격렬해서 차기 메인빌런으로 충분한 역량을 보여준다. 비중도 딱 적당하다 싶을 정도의 선에서 끝내 오션 마스터가 그나마 메인 빌런으로서 체면치레는 했다고 본다. 하지만 블랙만타의 가장 큰 특징인 싸이코스러운 부분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너무 잔인한 연출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또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컨저링에나 쓰였던 갑툭튀를 여기서도 너무 남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갑자기 적이 공격하는 구도는 히어로물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이긴 하다. 문제는 아쿠아맨에서 쓰인 기습연출은 너무 공포영화 형식의 갑툭튀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갑툭튀는 익숙해지면 예상가능 시점이 생긴다는 특징이 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언제 튀어나오겠구나 예상이 가능하면 좀 김빠지는 감이 있지 않을까 한다.
나름 큰 기대를 받던 것에는 비해 스토리적인 문제가 꽤 많아 아쉬운 결과물이다. 다음 영화도 기대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한 번 더 볼 생각은 있긴 하다. 나름 새출발 점인데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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