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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털 엔진(2018)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8. 12. 21.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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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털엔진

 

Mortal Engines

거대한 세계관만 가져다 쓴 속 빈 강정

★★

 

 환경이 열악해질 수록 강자, 약자 구도가 더욱 명백해진다. 가진 자라도 언젠가는 바닥날 자원을 보충하기 위해 약자를 잡아야 한다. 흔히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구도다. 여기서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분위기라든지, 세계관 이미지가 잡힌다.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처절한 생존물이라던지, 독창적인 괴생명체라던지, 미처 돌아가는 세계관에서나 가능할 SF, 판타지스러운 테크놀로지라던지. 가장 좋은 예시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모털 엔진은 꽤 흥미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도시에 엔진을 달아서 이동하고 다니며 다른 도시를 잡아먹어 생존하는 세계. 이게 바로 견인도시라고 하는 것이다. 거대한 압도감이나 세계관만 놓고 보면 여러모로 흥미롭다. 그러나 영화 스토리로 들어가면 그렇지 않다. 이런 경우가 늘 그렇듯 예고편에서 밑천을 다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대체로 견인도시의 맹주인 런던과 이들을 견제하는 견인도시 반대파와 정착민들의 대결이 주 내용이다. 메인 여주인공과 런던 핵심인물 간의 연관성과 황무지 위를 떠도는 약육강식의 견인도시 모습을 보여주는 초반만 해도 이거 장난아니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팍팍준다. 그 뒤부터는 실망할 거리만 잔뜩있기에 아주 엄청난 배신이나 다름없지만.

 제일 먼저 보이는 문제는 대부분의 영화 속 인물들을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연 여주인공부터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심리가 너무 중구난방이라 초반에 보인 강한 이미지가 무색해질 정도다. 척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온 것에 비해 너무 감성적으로 나오다보니 뒤에서가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을 빙자한 떠돌이 낭만극으로 보일 정도였다. 매드맥스의 임페라르토 퓨리오사가 왜 극찬을 받았는지 생각해 보라. 이 영화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는 말이 나온다.

 남주인공 격의 인물은 있으나 마나한 병풍 수준으로 나와 역할 배분도 엉망이다. 그냥 결말부분에 써먹어야할 캐릭터고, 여주인공의 감성에 공감할 역할로 데리고 다녔다고 보일 정도다. 견인도시 측 인물이라 심리적 변화를 겪으며 반대측에 협력해야 자연스러울텐데도 이것마저 깊게 묘사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후반부에 이 인물이 보여주는 활약이 상당히 개연성 없게 보인다. 그냥 여주인공이 착한 편이니까 도와야겠다 정도로 자신의 고향을 때려부술 계기가 나온다니.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

 여기에 여주인공의 과거를 정리한답시고 뜬금없이 무슨 설정인지 모를 사이보그까지 난입하니 뭐가뭔지 해깔리고도 남는다. 원작에서도 나오는 부분이라지만 너무 불친절하게 비집고 나타나기 때문에 되려 스토리만 난잡해졌다.

 그 밖에 런던 내부를 다뤄야할 인물들의 비중 역시 안 나와도 그만이거나 꽤 비중 있게 나올 것도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 그 중에는 그냥 단역에 불과한 인물을 쓸때없이 띄워주는 부분까지 있어 최악의 끝을 보여준다.

 스토리 역시 상당히 편의주의적으로 진행된다. 원작소설이 상당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쓰였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이걸 전혀 활용 못하고 흔한 복수극, 선과 악의 대결로 만들었다. 무대만 거창하게 새로 만들고 그 이상 보여줄 만한 게 전혀 없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영화가 상당히 지루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원작 소설이 총 4권 분량인 걸 감안하면 트릴로지로 만들어도 됐을 법하다. 그랬으면 세계관 설정이라든지, 많은 인물들의 관계를 더 세세하게 풀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뭐가 급하다고 중요 설정들을 다 잘라먹고 이렇게 만든 건지.

 물론 CG자체는 상당히 좋다. 문제는 후반부에 나오는 엄청난 장면을 보려면 상당히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이거 하나 보자고 난잡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를 보며 기다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세계관만 알맹이처럼 빼먹어 만든 것이라 생각되는 마당에 원작 소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그러면 이 영화가 얼마나 더 못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듯 하니까. 다른 건 몰라도 피터 잭슨이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대리감독에게 맡긴 것이 최악의 한 수였던 것은 분명하다. 차라리 몇 년 더 기다렸다가 직접 감독을 했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지 모르지만 이미 기회는 물건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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