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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랜드(2020)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20. 10. 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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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랜드 2020

 

Greenland

볼거리 없이 평범해서 오히려 돋보이는 가족 재난영화

★★★☆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최신 영화를 보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화려해지는데 실속은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CG 기술에 대해서도 딱히 나쁘게 보는 것도 아니다. 단지 화려한 CG만 떡칠해놓으면 그럴싸하게 보이거나 잠깐의 눈속임 정도만 하려는 허술한 영화가 종종 보여서 그렇다. 비싼 재료를 구해다가 싸구려 요리를 만들어 내놓는 모양새 같다고 해야겠다. 한두 번 이런 일을 겪는 게 아니다보니 가끔 좀 평범하다 못해 약간 없어 보이는 쪽으로 이끌리게 되는 거 같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으니 적당한 정도로 보게 되고 때때로 생각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것이 있기도 해서 그렇다.

 간만에 접하는 재난영화라 나름대로 기대를 했다. 운석충돌이라는 소재는 나름 고전급인 <딥 임펙트>, <아마겟돈> 이후로 오랜만이다. 애니메이션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다른 매체에서는 종종 나왔어도 영화로는 B급을 제외하고는 보기 어려웠는데 그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먼저 운석충돌이라는 재난이 강한 인상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지루한 전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른 재난 같은 경우는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현상 속에서 생존하는 것만 보여줘도 그만이다. 적당히 다른 인물이나 다른 나라 모습 같이 여러 장면을 돌려가며 보여줘도 새로운 걸 보여줄 수도 있고. 그런데 운석충돌 재난에서는 그런 묘사가 불가능하다.처음은 강렬할 수 있어도 결국에는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고 지표면이 박살하며 그 밖의 여파가 몰아치는 것이 전부다. 아무리 다르게 연출 하려 해도 단조로워진다.

 여기에 다른 재난과 달리 스토리 전개가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다. 운석이 떨어지는 장면만 보면 순식간이지만 그 순간에 도달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상당하다. 그 안에서 무엇을 보여줘야 되냐는 건데 <딥 임펙트><아마겟돈> 같은 경우를 보면 SF 설정의 대책 아니면 생존 드라마 밖에 없다. 뭔가 다르게 하려고 해도 운석을 막느냐 못 막느냐, 아니면 이질적인 SF나 판타지를 시도하는 건데 이건 대놓고 B급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혹시나 운석을 빨리 떨어지게 표현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돼버리면 그건 운석충돌 재난영화가 아니라 운석충돌 이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장르 정체성이 달라진다. 설사 운석충돌 직전의 상황을 나타낸다 해도 장편이 아닌 단편 영화 수준으로 스토리나 표현이 한정되어 버린다. 결국 남은 건 무엇이냐. 뻔할 수밖에 없을 스토리를 감독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다루느냐에 달렸다.

 시작부터 뻔한 스토리가 예상되는 구석이 많긴 했다. 평범한 가족에게 엄청난 재난이 닥치고 생존하기 위해 힘쓰는 흔한 공식. 운석 떨어지는 장면은 얼마 안 되고 잔잔한 형식으로 진행되는 가족 드라마. 그런데 구성만큼은 생각 이상으로 흥미롭긴 했다. 예상이 가능하고 보기에 따라 뜬금없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 낌새를 충분히 제시하는 디테일이 있고. 조금 지나친 면이 있기는 하나 세기말 혼란에서 점차 서로 돕고자 하는 방향으로 강조하는 인간찬가가 돋보인다. 어떻게 보면 다른 재난영화에서도 나올 법한 요소인데 왜 이 영화에서만 특별하냐고 할 수 있다. 어차피 결국에는 미국 만세, 가족 만세 아니냐고.

 이 특별함이 강조된다고 생각하는 건 이 영화가 진짜 평범한 가족의 생존 스토리로 보여서 그렇다. 여기서 진짜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그 동안 봐온 재난영화 공식 때문에 그렇다. 그 동안 이런 장르의 주인공이나 조연들은 대부분 어떤 캐릭터였던가. 정치권 관련 인물(특히 대통령이나 장관이 나오는 경우가 제일 많다.), 재난 관련 전문가나 학자, 군인이나 의료전문가, 구조대원 같이 구호 활동하는 역할, 또는 이들과 관련된 지인들. 평범한 가족이 나오더라도 앞서 언급한 인물들과 우연이나 전직 직업 같은 연줄이 닿아 운 좋게 생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 이 영화는 평범한 건축기사가 직업인 아버지를 둔 가족만을 중심으로 두며 그 어떤 특별한 점도 없다. 재난영화 속 지나가는 엑스트라 마냥 갑작스럽게 부당한 일을 당하며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생존하려 한다. 이 과정을 심한 무리수 없이 스릴 있게 나타냈기에 썩 좋지 않은 CG 같이 모자란 구석이 있어도 이 영화가 나름 괜찮다고 보게 되는 이유다.

 명작이 아닌 평작이라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경우가 있다면 이 영화 같은 경우라고 하고 싶다. 그냥 날로 먹으려는 뻔함이 아닌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만든 것 같다는 뻔함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물론 호불호에 따라 그냥 지루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뭔가 큰 걸 보여주게 생겼다가 잔잔하기만 한 영화들은 이런 평가를 자주 받기 때문에 그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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