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tel & Hansel
긴장감 하나로 스토리 전체를 질질 끄는 지루한 잔혹동화
★★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에 뒷면이 존재한다는 건 이제 어느 정도 다 아는 사실이다. 아름답게 포장된 잔혹한 현실, 이런 거 말이다. 재조명 된지 오래됐기 때문에 이 잔혹 동화라는 것도 처음 접하지 않은 이상 딱히 특별한 것도 아니다. 전반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뀐 게 있거나 모르고 있던 의미를 찾아낸 정도니까. 결국은 어느 정도 스토리 구조가 금방 파악되고 딱히 원전에 없던 특별한 요소가 나오지 않는 이상 뻔한 이야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이 아는 헨젤과 그레텔을 잔혹동화 형태로 다룬다. 기존 동화와 다른 점이라면 그레텔이 누나가 되어 메인인물이 되고 주변 환경이 더 암울한 배경으로 바뀐 정도다. 여기서 그나마 기대해봤던 건 꽤 어두운 분위기와 나름 섬뜩하게 보인 마녀 정도다. 특히 마녀는 배우(엘리스 크리지)가 <사일런트 힐> 영화판에서 크리스타벨라 역할을 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꽤 있어보였다. 그레텔 역의 배우(소피아 릴리스)도 <그것>에서 꽤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고. 그런데 이런 좋은 배우들을 모셔놓고도 지루하다는 하게 보일 정도면 애초에 구조적인 문제가 많았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
불길한 긴장감 하나는 제대로 살리는 편이지만 이게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이나 다름없다. 이런 스타일인 경우, 긴장감으로 점점 무겁게 만들거나 무언가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꺼림 직한 장면이라든지. 당장 보이는 건 없어도 뭔가 기분 나쁘게 하는 기묘함이라든지. 분위기 하나로 밀고 가는 오컬트 공포영화가 대체로 이렇다. 그런데 이 영화는 긴장감으로 무언가를 나타내기 보다는 원 패턴으로 우려먹는 것에 가깝다. 마녀의 집이라는 배경, 무언가 느끼는 불길함, 처음에는 흥미롭지만 점점 뻔해지는 상징들. 무섭지 않고 점점 지루함만 느껴진다. 긴장감을 잘못 사용해서 역효과 난 사례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잔혹동화라는 컨셉 설계를 어딘가 잘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잔혹동화를 강조한다 해도 헨젤과 그레텔을 바탕으로 한 이상 결국에 끝에 나오는 건 마녀다.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뻔한 스토리 속에서 자꾸 마녀 관련 상징만 나온다? 이걸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느끼는 오컬트 영화 속 긴장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오컬트 분위기로 긴장감을 조성하려면 먼저 긴장감을 주는 대상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다. 스릴러의 긴장감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차이점이 확실하다. 스릴러는 긴장감을 주는 대상이 누군지 알고 있거나 적어도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짧고 굵게 충격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오컬트는 단순히 긴장감을 주는 존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넘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조차 안 되는 불길함이 느껴지는 긴장감이다. 또한 이 긴장감은 길고 얇다. 처음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고 존재하며 이 얇은 느낌이란 약하다는 의미가 아닌 질척질척하게 달라붙는 경우다. 천천히 기괴한 상징이나 장면으로 분위기를 축적시켜 질식할 것 같이 몰아붙이다 결말에서 다 터트리며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꺼번에 쏟아 내주면 차라리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나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깜놀 장면 없이 잔잔한 분위기라 오컬트 호러하면 지루하다는 평이 종종 나올 만도 하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앞서 이 영화는 결국에는 마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자꾸 마녀 관련 상징만 나온다고 했다. 즉 이건 긴장감을 주는 존재가 마녀라고 뻔히 아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마녀 상징을 쓰는 것이다. 답안지를 보여주고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뭐,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뻔히 아는 사실을 관객은 알고 작중 인물들은 모르는 상황에 빗대어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거다. 오컬트식 긴장감은 결말에 가서 전부 터트리며 극대화 시키는 게 포인트다. 결말에서 효과적으로 터트리려면 처음부터 분위기, 심리적인 요소를 천천히 축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짧고 굵게 가는 느낌을 줄줄이 이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쌓이는 게 아니라 한 분기에서 긴장감을 쌓았다 풀고, 쌓았다 풀고 하는 원 패턴인 것이다. 이 원 패턴 안에서 풀어내는 긴장감도 형태만 다르지 자꾸 똑같은 걸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딱히 뭔가 진전이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결국은 몇 분짜리 단편영화로 정리될 만한 스토리를 딱히 의미 없는 긴장감 하나로 질질 끌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가 아닌 그냥 지루한 영화인 것이다.
이런 상태로 스토리까지 난해한 바람에 결론적으로는 최악의 결과물이 되고 만다. 아주 살짝 바꿔놓기만 하고 아무런 감흥도 신선함도 느껴지지 않는 뻔하고 지루한 잔혹동화.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잔혹동화인지 모르겠다. 남매가 서로 의존하는 걸 타파하자는 건지. 흑마술과 관련된 잔혹한 진실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헨젤과 그레텔을 바탕으로 한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만든 건지. 그나마 좋게 본 것이라고는 다소 기괴하게 묘사된 숲 속을 방황하는 그레텔과 헨젤의 모습, 마녀의 정체와 함께 드러나는 다소 뻔하지만 묘사는 확실히 잔인하게 보이는 진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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