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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워터(2020)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20. 6. 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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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워터 2020

 

Under Water

심해라는 배경만 빼면 너무 전형적인 형태의 SF호러

★★★

 

 아마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여러 공포장르를 접해봤지만 유독 무서워서 못 보는 두 개가 있다고. 바로 상어랑 심해다. 이 둘은 사실상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다 깊은 곳이라는 공통점. 끝없이 가라 않고 바닥에 닿더라도 숨 막혀서 익사할지 모를 공포. 이런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어류 괴물의 존재를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감독이 무언가에 영향을 받아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무리 심해라도 그게 나온다면 적어도 덜 무섭지 않을까. 정확히는 내가 선호하는 장르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익숙함으로 버틸 수 있어 보였다. 그런데 막상 보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생각보다 심해 적응 훈련으로 때우기 적당했을 정도?

 초반부터 빠르게 긴박한 상황을 조성해서 심해라는 배경의 압박감을 부각시키는 점은 좋았다. 깊은 수심에서 발생하는 수압, 산소 부족, 웅장하면서도 섬뜩하게 들리는 심해 소리. 은근히 강조되는 답답하고 폐쇄적인 느낌. 심해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확 온다. 문제는 이 강렬함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마치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분위기. 심해가 배경인데도 어디서 많이 본 장소인 듯한 기시감.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보다 금방 알게 된다.

 본격적으로 심해에 들어가서부터는 너무 평이해진다. 미지의 세계를 다루는 내용이면 분위기 나타내고 묘사하는데 집중해서 좀 지루해진다는 건 알지만, 이건 그런 수준이 아니라 지나치게 뻔해서 그렇다고 본다. 배경만 심해고 다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전개나 연출이 판치는 것이다. 근미래적 기술이 들어간 탐사가지. 미지 생물과의 조우. 뜬금없는 개그나 트롤링하는 동료. 한 명, 한 명 습격당하며 퇴장. 이런 SF호러하면 꼭 나오는 여전사와 괴생명체와의 대결. 과학적 고증에 상관없이 언제나 한결 같은 최후의 수단. 무슨 심해버전 에일리언 같다는 인상이다. 그렇다보니 이게 심해인지 그냥 물로 가득한 것만 빼면 흔한 SF 배경으로 나오는 우주공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호러 연출면에서도 상상하던 심해공포보다 못하다는 느낌이다. 흔한 SF호러 형태의 깜놀 연출은 처음에는 놀랄지 몰라도 반복되다보니 금방 진부해진다. 특히 갑자기 확 나타나는 거나 빛을 비추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연출은 오히려 공포감을 반감시켰다고 본다. 안 그래도 어둡고 흙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심해인데, 여기서 잠깐 비추고 앵글이 확 돌아가는 깜놀 연출을 쓰다 보니 뭐가 뭔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미지의 공포를 살리려는 의도로 보이긴 하는데 너무 깜놀 위주로 남발되는 탓에 그다지 큰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본다. 심해 괴물의 괴성은 점점 짜증나게 시끄러운 소리 밖에 되지 않고. 괴물의 확실한 형태를 파악할 즘에는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 게다가 이 심해 괴물이 생각보다 별거 보여주는 게 없어서 심해 분위기를 살리는 장식품이나 다름 없다. 다만 후반부에서 강조되는 코즈믹 호러 분위기는 꽤 인상적이긴 하다.

 여러 단점들이 부각되기는 하나 심해 괴물을 비롯해 심해 배경 디자인은 썩 나쁘지 않다고 본다. 심해에 건설된 시추시설과 이와 관련된 집단 설정을 보면 완전한 첨단까지는 아니지만 어두운 분위기의 근미래적 느낌이 강하다작중 심해 깊이를 생각해보면 기술력에 대해 여러모로 흥미롭게 볼 만한 부분이다. 심해 괴물은 좀 단순하게 보이면서도 코즈믹 호러하면 바로 떠오르는 형태라 익숙함도 있다. 이 익숙함이라는 것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잘 아는 경우에는 나름 감탄이 나올 정도고, 처음 봤다면 심해 배경과 겹쳐서 상당히 무서울 정도. 개인적으로는 영화로 그 존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 동안 지적한 단점들이랑 상관없이 나름 잘 봤다고 생각한다.

 나름 마음먹고 각오했던 심해공포 체험이 사실상 적응 훈련이 돼서 김빠지긴 했다. 사실 후반부에 뭐가 나오는지 알고 보러 갔던 거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적응 훈련 덕분인지 상어가 나오지만 않으면 심해가 배경인 영화도 종종 볼 생각이 든다. 물론 생각만 하고 도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법 잘 만든 심해공포를 접하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는 것조차 무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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