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ry Stories to Tell in the Dark
고전적이거나 좀 뻔하지만 끔찍한 비주얼은 살아있는 무서운 이야기
★★★☆
고전스타일이라고 하면 좀 구닥다리 같다는 인상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너무 옛날 스타일이면 스토리라던가 연출에서 뻔하고 시시하다는 느낌이 많아서 그렇다. 이런 스토리면 앞으로 이렇게 진행되겠다는 게 딱 보이는 정해진 공식 같은 거 말이다. 특정 장르를 다루는 경우라면 이게 더 두드러져 보일 것이고. 뭐, 나름 잘 살려 본다면 레트로 감성으로 보일 수도 있긴 하겠다. 호불호의 문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이 영화의 첫인상은 60년대 후반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딱 <기묘한 이야기>나 <그것>과 비슷하게 보였다. 물론 세세하게 들어가면 뻔해도 너무 뻔한 스토리 구조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실제로 일어나는 무서운 이야기. 저주를 해결할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 점점 초자연적인 존재에 잡아먹혀가는 일행. 아동용 공포만화나 틀에 박힌 공포영화에서 엄청 많이 봤던 구조다. 그럼에도 작중에 나타나는 호러요소는 생각 이상으로 다양하고 끔찍하게 잘 나왔다. 어느 정도 특이하거나 기괴한 느낌만 있으면 다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징그럽기만 하고 별로 무섭지 않을 수도 있긴 하겠다. 원작의 악명을 보자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원작은 성인이 보는 소설이 아닌 어린이용 소설이다. 성인에게는 시시해도 애들 입장에서는 악몽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10대 아이들이 메인이 되는 공포영화 치고는 꽤 진지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편이라 좋았다. 처음부터 코미디호러였다면 모를까 나이 어린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면 이런 경우를 많이 봤다. 분위기는 무겁게 느껴지는데 어울리지 않는 유치함과 개그가 나와서 자꾸 가벼운듯한 허세를 부리는 것. 전체관람이 가능한 영화를 노린 의도였겠지만 개불에 초콜릿을 바른다고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가볍게 다룬다는 것이 장난스럽게 대충 분위기를 깨는 걸로 가서는 안 된다. 차라리 이 영화처럼 스토리 구성은 가볍되, 분위기는 확실하게 가는 것이 더 좋다.
작중에 나오는 괴물 디자인이나 괴기 요소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좀 충격적인 점은 대부분의 괴물 디자인이 각색 없이 원작 소설에 있는 삽화 모습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앞에서도 말했지만 원작은 아동용 소설이다.). 진짜 미국 도서관에서 지정한 금기 도서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다. 고전적인 미국식 공포 스타일, 혹은 아이들이 가질 법한 트라우마를 극대화한 듯한 느낌이라 단순하면서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붉은 빛의 건물 안 복도를 배경으로 창백한 여인이 나오는 부분이 가장 괴기했다고 본다. 다른 것들 역시 징그러움이나 기괴한 외형이 엄청나긴 한다. 그러나 창백한 여자가 나오는 장면에서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붉은 빛, 느릿느릿하게 조여 오는 압박감 하나는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좋은 점 위주로 말하긴 했지만 디자인을 빼면 이 괴물들이나 괴기 요소에 대해서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대부분 1회성으로 나오고 끝나는 편이라 살짝 심심하다는 인상이 들 수 있다. 연출 면에서도 살짝 조잡한 느낌이 적지 않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도라 익숙함을 넘어 식상하게 느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저기 뻔하게 보이는 요소나 부실해 보이는 면이 많지만 대충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충 만든 거라면 개성적인 면이 전혀 없거나, 무섭지는 않으면서 그저 그런 드라마 요소를 욱여넣기 바쁘고, 여기에 뻔한 스토리마저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에 반해 이 영화는 단조롭지만 개성이 확고하다. 독특함이 살아있는 괴물 디자인. 이야기라는 확실한 주제. 작중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부실한 면도 그럴싸하게 보이는 레트로 감성. 특히 가장 비판이 많을 단조로운 스토리에 대해서는 이렇다고 본다. 원작이 아동용이라 쉽게 간 것도 있겠지만 불필요한 사족을 배제하고 최대한 많은 기괴한 요소가 돋보이기 위한 의도적인 설계. 핵심만 간추려도 너무 간추렸다고도 할 수 있다.
대놓고 속편을 노린 결말은 좀 허무하면서도 나름 괜찮은 가능성을 남긴 것으로 보여 진다. 아직 남아 있을 이야기의 확장. 추가로 나올 새로운 괴물과 괴기 요소. 앞으로 무엇이 더 나올지 기대감을 주기 충분해 보였다. 1편 안에서 모든 걸 보여 주기위해 과도한 설정을 풀었다가 난잡해질 바에는 이렇게 끝내는 것이 더 깔끔한 마무리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정보를 찾아보니 아미 속편 개발에 들어갔다고 한다. 과연 이 이야기의 도착점에 있는 건 무엇일까. 나름 괜찮게 본 편이긴 했지만 속편에서는 단조로운 스토리 구성이 조금 더 발전했으면 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이긴 했지만 사실상 괴물 나오는 장면이 전부인 영화나 다름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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