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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2019)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20. 3. 1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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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Extreme Job

군거더기 없이 코미디 하나만 파고드는 치킨 수사극

★★★★☆

 

 코미디하면 쉬울 것 같지만 의외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웃음 포인트를 잘못 잡으면 불쾌감을 줘서 욕만 먹는다. 아무렇게나 무리수를 남발하면 되러 짜증만 나게 한다. 여기에 적당히 웃기고 스토리를 끌어갈게 없으니까 뻔한 신파극까지 넣는 전형적인 패턴까지 나온다. 대충 만들어도 절반은 하겠지, 여기에 이런 건 꼭 넣어줘야 코미디지. 물론 이런 경우라도 나쁘지 않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만 나오는 상황이라면 말이 다르다. 몇 번이나 써먹은 똑같은 레시피로 만든 질릴 대로 질린 결과물이다. 또 이거야? 소재만 다르고 스토리 진행 방식은 거기서 거기잖아. 지겹고 실망스러워서 기대할 가치를 못 느끼게 된다.

 이렇듯 다른 장르가 섞였다면 모를까 단독으로 나온 코미디 영화는 잘 보는 편이 아니다. 뭐가 됐든 간에 어거지 개그나 신파극이 나오는 뻔한 구성 밖에 없는 것처럼 보여서 그렇다. 이 영화 역시 그렇게 재미있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의구심이 들어서 개봉 당시에 멀리했었다. 그 당시에 시간이 없었던 것도 있고. 그러다가 그 동안 나온 코미디 영화랑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는 말을 듣고 찾아보게 됐다. 확실히 뭔가 다르긴 했다. 그것도 엄청.

 경찰 수사극을 바탕으로 하는 코미디라는 뭔가 전형적인 형태 치고는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어딘지 어설픈 면이 많은 마약 수사반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코미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끊임없는 코미디란 이렇다. 보통은 어느 정도 타이밍을 잡아서 웃기는 요소가 나오고는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줄줄 이어지는 형태다. 그야말로 작정하고 웃기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명확하게 보인다. 여기서 대단하다고 봐야하는 것은 쉴 틈 없이 나오는 코미디 거의 전부가 억지스럽지 않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개그 중에서 거북하고 가장 눈살 찌뿌려지게 하는 가학적 개그랑 더러운 개그(일명 화장실 개그)를 전혀 쓰지 않고 말이다.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답이 없는 마약 수사반의 모습은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좀 답답해 보이긴 해도 하나하나 개성 있는 개그 스타일을 갖고 있어 금방 질리지 않는다. 능청스럽고 뻔뻔한 건 물론, 뭔가 개성 있게 나사 빠진 듯한 모습에서 대충 잡은 설정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 개그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하는 건 치킨집 잠복으로 들어가는 시점부터다. 무엇이 본업인지 분간이 안 되고 밀려드는 치킨 주문에 점점 미쳐가며,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요상한 상황.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며 진행되는 코미디 스타일 치고는 막장스럽지 않고 뭔가 현실적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가장 친근한 치킨이라서 그런 걸까?

 독보적인 개그 스타일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스토리 구성이다. 코미디물이 식상한 개그 다음으로 잘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스토리다. 그저 웃기기만 하다가 메인 스토리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상태로 대충 마무리 짓거나. 아니면 후반 들어서 신파극 분위기 잡고 훈훈하게 만만세 하고 끝나는 패턴을 너무나 자주 봤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웃길 대로 다 웃기면서 경찰 수사극이라는 본질은 전혀 소홀히 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물론이고 연출까지 말이다. 마약 범죄현장은 약간 가벼워 보여도 진지함은 살아있다. 수사관의 개인사에 대한 부분은 분량이 적고 그마저도 웃픈 상황으로 만들어 다양한 효과를 냈다. 하나는 코미디 속에서 숨겨두었던 의외의 참신한 반전. 그리고 코미디하면 반드시 억지 신파극이 나오는 고질병 해결. 약간 스토리 진행 속도가 급하고 종종 무리수로 보이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이정도면 군거더기 없이 깔끔한 코미디라 아주 만족스럽다.

 끝나고 생각해보니 마약과 치킨이라는 연결고리부터 심상치 않았던 것 같다. 불건전하게 빠져드는 것과 건전하게 빠져드는 것의 대립이라고 할까? 이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런 거 하면서 몸 망가질 바에는 차라리 치킨이나 뜯어라. 맛도 좋고 배도 부르고 어쨌든 단백질이니까 영양에도 좋긴 하겠고. 이런 스타일의 코미디가 계속 나온다면 몇 번이고 질리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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