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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피카츄(2019)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20. 3. 1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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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피카츄

 

Pokémon Detective Pikachu

제법 신경쓴 디자인에 비해 허술한 탐정극

★★★☆

 

 처음 포켓몬 실사영화가 나온다고 들었을 때는 불안이 앞서긴 했다. 실사화해도 어울리는 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포켓몬은 후자에 속한다고 여겼다. 무분별한 실사화 영화는 현실과 억지로 끼워 맞춘 스토리로 별 감흥을 못 주는데다, 원작 디자인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모델링으로 안구 테러를 당한 일이 적지 않다 보니 그렇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실사화 영화는 잘못 나오면 대체로 이렇다고 보면 된다. 코스프레쇼, 또는 몰이해로 만들어진 3D로 인한 불쾌한 골짜기.

 다행히 걱정과는 달리 이 영화 속의 포켓몬 비주얼은 나쁘지 않게 나온 편이다. 다양한 포켓몬에 대한 묘사와 고증면에서 원작을 잘 살려놓은 편이고. 인간과 포켓몬이 공존하는 세계관 치고는 나름 현실적인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만화를 현실에 흉내 낸 것이 아닌, 진정한 만화 같은 현실의 재현인 것이다. 좀 지나치게 실제 동물과 흡사하게 묘사한 탓에 다소 징그럽게 보인다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전체 이용가 등급에 맞춘 스토리라 그런 건지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인 전개다. 어느 정도냐면 나름 탐정물을 표방하고 사건을 던져주긴 했는데 너무 설렁설렁 넘어가는 형태라 그렇다. 아무런 근거 없이 내 직감이다, 혼자서 찾아보니 이러이러하니 확실하다, . 단 몇 초 안에 다음 단서나 사건의 흔적을 발견하고 넘어가는 식이다. 이건 쉽게, 쉽게 가는 게 아니라 아무런 논리 없이 어거지로 끼워 맞추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미스터리물의 하이라이트인 사건의 전말은 금방 예측이 가능해서 김빠진다. 아동용 미스터리소설이나 만화보다도 허술해 보일 정도면 얼마나 스토리상에서 미스터리 요소를 대충 다루었는지 할 말 다한 거다.

 미스터리 요소만큼이나 작중에 나타나는 인물 묘사 역시 문제가 있다. 사건과 연관된 인물들이 제 발로 알아서 등장해 막힘없이 척척 진행되는 전개.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해서 자기소개하고, 이러 이러한걸 부탁한다, 도와 달라. 자기 할 말만 하고 주어진 미션을 해결해야 이 인물에 대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 딱 퀘스트 주는 NPC 같은 스타일이다. 여러 의미로 게임을 원작으로 했다는 느낌이 제일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주인공의 지나친 회의주의적인 부분도 보는 내내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사실 이런 부분도 역사가 있는 진부한 클리셰라 볼 수 있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주인공이 동료들과 함께 모험을 하며 점점 마음을 여는. 그런데 그것도 정도가 있지,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도가 지나치다. 사실상 작중에서 피카츄가 이끌어주지 않았으면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이렇듯 주인공부터 대부분의 주요 인물들을 보면 게임 조작하듯이 일일이 정해진 전개가 있어야 움직이는 수동적인 느낌을 준다. 아무리 게임원작이지만 인물 묘사도 게임처럼 하는 건 좀...

 뭐, 이렇긴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포켓몬은 진짜 잘 나타낸 편이다. 인간 측 장면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대부분 도심에서 보이지는 모습은 흔히 아는 포켓몬의 이미지를 비롯한 일상적인 풍경. 대결 장면에서는 포켓몬의 기술이 화려하게 잘 표현되어 있는 시각효과. 그 밖의 장면에서는 나름 영화적인 해석으로 보이는 야생동물 마냥 묘사된 부분. 그러니까 현실의 야생동물 자리를 포켓몬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라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이런 부분 때문에 스토리상으로 다소 환경, 생태 문제로 이끌어가는 경향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단순히 인간과 다른 생물과의 공존을 말하는 정도라 과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결론만 말하자면 스토리는 문제가 있지만 포켓몬을 바탕으로 한 멋진 세계관은 아주 멋지게 잘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징그러울 정도의 사실적 묘사만 덜하면 나도 저런 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통은 스토리가 뒤받쳐 주지 못하면 세계관이나 설정까지 별 관심 받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영화의 경우는 포켓몬스터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영향이 커도 너무 컸기 때문에 정반대로 작용한 것으로 보여 진다. 스토리가 부실해도 포켓몬스터 설정과 세계관이 모든 걸 받쳐준 것이다. 물론 작중 세계관과 설정이 생각 이상으로 잘 나와서 그런 것도 있다. 아무리 유명 브랜드 작품이라도 퀄리티가 나빠서 망하는 사례도 종종 있으니까. 아무튼 후속을 만들 생각이 있다면 스토리 문제는 해결하고 나왔으면 한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면 그건 고의적인 실책이나 다름없고, 그 때부터는 브랜드 파워로 숨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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