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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20. 2. 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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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Beasts Clawing at Straws

퍼즐 맞추듯이 파악해야 하는 절박한 이들의 폭주

★★★★

 

 사람은 절박해지면 물불 가리지 않게 되고는 한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든, 바닥없는 시궁창에서 살든, 앞뒤 안 가리고 지저분하게 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지금 당장 필요한 돈이라는, 곧 눈앞에 닥칠 한계점에 다다른 현실 문제를 해결해줄 유일한 수단. 이것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다면 누구나 고민될 수밖에 없다. 눈앞에 놓인 역전의 기회냐, 아니면 최소한의 양심이냐. 이런 고민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것이 전부다.

 예고편만 보면 돈가방을 놓고 여러 사람이 대결을 벌이는 구도로 보이지만 조금은 다르다. 정확히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각종 인물들을 보여주고 이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거의 제 3자의 시점에서 돈가방 출처를 알아가는 추리극 및 스릴러라고 보면 된다. 인물들마다 각 시점에서 벌어지는 일, 언급되는 사건, 시간대가 다르게 나타나 정보가 분산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복선과 암시 요소가 있는 탓에 하나하나 관찰하며 보는 게 중요하다. 원작 소설에서 나타난 서술트릭을 이런 식으로 나타낸 점에서 정말 감탄한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서술트릭이라는 요소를 이해 못해서 굉장히 불친절한 스토리 구성으로 보이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점이 너무 분산되어 있는 탓에 정신없고 이해하는데서 혼선이 올 수도 있겠고.

 앞에서 절박함에 대해 말하긴 했지만 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묘사됐는지는 좀 의문이다. 각 인물마다 느껴지는 깊이감이 들쑥날쑥해서 그렇다. 어느 인물은 절박함도 모자라 최소한의 양심마저 박살나며 폭주하는 모습이 나름 인상적이다. 반면 다른 인물들을 보면 어중간하거나 단순하다. 정확히는 자세한 뒤 배경을 다루지 않아 밋밋하다고 해야겠다. 제한된 상영시간 안에 전부 표현하기 어려워서 어중간하게 나온 것까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아예 단순하게 나온 건 좀 그렇다. , 어느 정도 보면 매우 단순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메인 주제인 절박함에 비하면 겨우 이거? 라는 인상이 들고도 남는다.

 얄팍하게 나타낸 절박함은 이해는 되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흔한 느낌이 강하고. 단순하게 가면 그냥 돈만 노리는 냉혹한 모습의 평면적인 캐릭터. 흔한 스릴러 영화 그 이상도 아니게 보인다. 절박함의 깊이가 없다보니 인상적이게 보였을지도 모를 장면도 어이없는 날림 전개가 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부분 적으로 봤을 때는 그럴싸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별 감흥 없고 신선도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듯하다.

 그 밖에 나머지 요소들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등급에 걸맞게 생각 이상으로 수위 높고 잔인한 장면이 꽤 나오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강렬하되, 그 장면을 오래 질질 끌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는 형태다.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검열해 과도하게 불쾌함을 남기지 않아 깔끔하다고도 할 수 있다. 복선과 암시 묘사 역시 탁월하다. 살짝 티가 나게 부각되는 것도 있긴 해도,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배경 속에 배치되어 분위기를 조성한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썩 나쁜 편은 아니라고 본다. 적당히 살벌하고, 적당히 인상적이라 무난하다고 해야겠다. 문제의 절박함에 대한 편차가 심하고, 다소 평면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결말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딱 이런 느낌으로 보였다. 우연치 않게 만들어진 해피엔딩이냐, 아니면 또 다른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냐. 그것도 아니라면 상상도 못할 제 3의 선택? 문제는 절박함이 끝까지 잘 묘사되었다면 모를까, 좀 어중간하게 가다보니 그냥 붕 떠버려 허무한 인상이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열린 결말일수록 깊은 인상이 중요한데 그걸 살리지 못했으니 여러모로 호불호 갈린다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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