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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2020)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20. 2. 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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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The Man Standing Next

묵직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중립적인 시대극

★★★★☆

 

 권력자 밑에는 받드는 충신들이 있다. 대체로 믿음으로 이어져 있다고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가깝고도 멀게 보이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지만 말 한 번 잘못하면 끝이다. 일처리가 잘못 되도 끝이다. 여러 수를 쓰며 더 이득을 보려는 간신 같은 경쟁자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하나 더. 겉모습으로는 알 수 없는 권력자의 속내.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한들, 그걸 보고 권력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잘했다, 못했다, 라는 평가마저 그저 형식적인 대답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같은 편이지만 실제로는 개인플레이로 심리 게임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믿음이 흔들린 충신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10.26 사건과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지만 실제 역사와 약간 차이가 있다.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논픽션이 원작이라 그렇지만 세세하게 따져보면 이렇다. 실제 역사에서는 2년의 간격이 있는 코리아게이트가 10.26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걸로 나오고.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건에 대한 묘사와 당시 실제 인물의 행적과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이렇다 해도 웬만한 스토리 구성과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이 실제 역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편이긴 하다.

 역사적인 큰 사건인 만큼 정치적 요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겠지만 생각보다는 중립적으로 나타냈다고 본다. 실존 인물들이긴 하지만 가명으로 나오고, 정치적 상황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간 중간 역사적 사건이 나올 때는 특정 정치적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게 짧고 간략한 상황적 묘사만 하고. 전반적인 스토리 구성에서 보이는 모습은 실권자 밑의 2인자 자리를 둘러싼 권력 싸움. 거기에서 동반되는 긴장감 넘치는 첩보전. 사실상 뚜렷한 해결책이나 메시지를 남기는 정치물이 아닌, 어둡고 복합적인 질문을 남기는 느와르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그 당시의 묵직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존재만으로도 무겁게 느껴지는 대통령의 카리스마. 침착하고 확실한 일처리를 하는 도중에 겪는 김규평의 고뇌. 여러 말이 오가지만 표면적으로는 의견 전달과 일처리가 되고 있을 뿐. 진정한 속내는 알 수 없다. 진짜 신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뒤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건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건 아닌지. 이렇다보니 흔히 아는 외부의 적을 향한 첩보전 보다는, 같은 편을 견제하기 위한 내부 첩보전 양상을 보인다. 처음은 반역자를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신의 안위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결국 같은 편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나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니까. 이런 구도는 정치적 싸움이라기보다는 갱스터 영화에 나올 법한 권력 싸움에 더 가깝다고 본다. 검은색이 많이 보이고 대놓고 싸움을 걸기보다는 서로 간을 보며 눈치싸움 벌이다 결국에 터지는 한 방.

 역사적 기록에 따라 결국은 어떤 결말이 나올지 알면서도 이걸 흥미진진하게 끌어간다는 점이 가장 감탄한 부분이다. 오랫동안 묵혀둔 잔잔함과 무거움이 폭발하는 듯한 강렬함. 생각 밖의 돌발 상황이 발생해 더해지는 긴장감. 순식간에 일이 벌어지지만 결론적으로는 애매모호하게 끝나면서 남는 깊은 여운. 그리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할 즘에 나타나는 또 다른 실체의 그림자. 역사적 사실과 권력싸움, 그리고 사건의 발단과 끝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정답이나 메시지를 남기지 않는다. 결말은 해답이 아닌 또 다른 질문을 남기며 관객 스스로 답을 내게 만든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무엇이 진심이었을까.

 초반 국제 첩보전 같은 부분의 퀄리티가 좀 부족해 보이는 것, 심리묘사 위주의 전개에서 나올 법한 지루함, 그리고 중간 중간 나오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어려운 점만 빼면 전반적인 구성은 나쁘지 않다. 나름 예민한 소재를 과하게 튀지 않게 나타내고. 확고한 결론이 아닌 개개인의 판단에 달린 질문을 남기고. 약간의 가벼움은 있어도 끝까지 뚜렷하게 유지하는 검은 색체. 적어도 내가 볼 때는 미화나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부류의 스타일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무거운 분위기의 시대극으로 보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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