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ittle
아동 모험물과 성인 드라마를 같이 섞은 짬뽕
★☆
19세기형 모험물은 뻔하면서도 은근히 보는 재미가 있다. 그 당시에 나올 법한 상상력과 이례적인 사고방식, 판타지가 들어간 이국적인 배경. 그 시대적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져 나오는 고전적인 매력? 같은 것에 끌린다는 생각이다. 사실상 동물과의 대화라는 점을 빼면 이 영화의 첫 인상이 딱 이랬다. 게다가 원작 자체 아동 문학이었으니 유치하거나 뻔한게 있어도 적당히 가볍게 볼 생각이었다. 유치한건 유치한대로 보는 맛이 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점이 꽤 있었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닥터 두리틀의 갱생기 겸, 우연히 여기에 끼어든 소년의 모험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의 판타지 모험물 반, 이를 계승하며 성장하는 소년 모험극 반. 이런 느낌이라 보면 된다. 초반은 좀 괴짜스러우 두리틀이라는 인물을 소개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 캐릭터 어필, 모험을 시작하게 된 사건 발생 등등. 흥밋거리들을 잔뜩 풀어놓으며 몰입하게 만든다. 동물 캐릭터들의 묘사도 생각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흔히 생각하는 동물의 이미지와 다른 성격과 입담, 뭔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동물 간의 팀워크, 종종 동물적 습성으로 인해 나오는 개그. 의외로 어울리는 목소리 더빙. 어색하지 않은 CG 효과까지 해서 나름 실감나게 한다. 그런데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문제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일단 첫 번째로 지적하는 건 유치찬란한 3류 악당이다. 아니, 저연령층 영화나 다름없는데 3류 악당 정도는 나올 수 있지 않으냐, 하며 따질 수도 있을 것이다. 3류도 3류 나름대로 볼 수 있지 않으냐고. 그런데 확실히 말하자면 난 그냥 3류라서 문제라고 지적하는 건 절대 아니다. 있으나마나한 작중 비중, 반칙 쓰듯이 난입해서 날림 전개를 만드는 개연성 상실, 여기에 3류라도 야망을 가진 모습을 보이면 모를까. 상찌질이 모습만 보여주는 재미없고 짜증나는 캐릭터라 그렇다. 작년에 개봉한 알라딘의 메인 빌런인 자파도 양산형에 유치한 면이 있긴 했지만, 두리틀의 메인 빌런인 블레어 머드플라이에 비하면 훨씬 나을 정도다.
두 번째는 개연성 상실. 상영시간이 짧은 탓인지 시작부터 스토리 전개가 급하고 쉭쉭 넘어가는 게 금방 느껴진다. 그걸 감안 하더라도 중간 과정 생략과 우연성에만 의존하는 면이 너무 많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빌런인 블레어 머드플라이가 아무런 맥락 없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방해를 한다든지, 인물의 심리상태가 극복이나 이해심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잠깐 사이에 금방 바뀌고, 생각을 하고 하는 행동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즉흥적인 전개가 자주 보인다. 차근차근 스토리를 풀어내야할 부분을 거의 이런 식으로 때웠다고 보면 된다. 지루하지 않게 그저 빠르고 단순한 전개를 위해서 이런 건지, 스토리를 풀어낼 능력이 없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결하기 보다는 정신없어졌으니 실패한 연출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불분명한 정체성 역시 한 몫 한다. 분명 첫 분위기는 아동용 모험물이더니 갈수록 두리틀의 드라마가 메인이 되면서 성인 영화 경향이 커진다. 문제는 그냥 성인 영화 느낌으로 쭉 갔으면 모를까, 아동 모험물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진행되기에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분명 성인 영화 분위기가 강한데 작중 인물들이 하는 짓은 아동 영화에서 나올 법한 유치함과 단순함, 그리고 저질개그. 전체 이용가를 표방한답시고 나온 결과물이 그냥 다 섞어 넣은 짬뽕이니 굉장히 요상한 모양새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말이 있다. 토끼 둘 잡으려다 하나도 못 잡는다. 이 영화가 딱 그런 모양새다. 어른, 아이 모두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치고도 남는. 처음부터 유치하게 가든, 아니면 두리틀 박사의 드라마 위주로 가든 하나만 했으면 좋았을 걸. 괜한 믹스를 해서 완성도는 물론이고 작품 정체성까지 망치고 말았다. 결국 남는 건 출연 배우의 유명세 밖에 없을 것이다.
악인전(2019) (0) | 2020.01.27 |
---|---|
서스페리아(2018) (0) | 2020.01.24 |
미드웨이(2019) (2) | 2020.01.06 |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2019) (0) | 2020.01.03 |
크롤(2019) (0) | 2019.12.28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