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
주인공 보정이 지나치긴 해도 악어 자체는 대단했다
★★★★
현실적인 공포하면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때로는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까운 거 같으면서 멀다고 해야겠다. 분명 현실에서 경험할 법하지만 특수한 환경이 아닌 이상 경험할 일이 없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바로 야생동물의 습격이다. 저 멀리 야생에 나가지 않는 이상 경험할 일이 없는 특수한 상황. 그렇기에 창작물에서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일상적인 환경으로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변수가 작용된다. 대체로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현실적일 수도 있다.
각종 야생동물이 메인이 된 공포영화(상어는 제외. 필자는 다른 건 몰라도 심해 공포증과 함께 상어를 끔찍하게 무서워해서 보질 못한다.) 여러 개는 접해봤지만 악어는 사실상 처음이다. 사실상 미국 공포영화 쪽에서도 고전 축에 속하는 경우라 접하기 어렵고, 대부분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괴물 악어를 다룬다는 공통점 때문에 약간 쌈마이 B급 감성이 짙기도 하다. 이런 탓인지 상대적으로 흉포한 야생동물인 악어가 창작물에 크게 다루어지지 않은지 꽤 된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영화가 더욱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마다 클리셰가 있듯이 야생동물이 나오는 공포영화에도 정해진 규칙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이거다. 왜 이 동물이 사람을 습격하게 되었는가. 사실 생각해보면 엄청 불필요하고 웃긴 질문이기도 하다. 사람을 습격할 일이 전혀 없는 동물이라면 모를까, 흉포한 야생동물을 앞에 두고 이런 걸 굳이 논의할 필요가 있을까? 이 동물이 왜 사람 사는 곳에 나타나게 되었는가, 같은 것이 더 현실적인 질문이라고 본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무슨 실험이나 돌연변이, 숨겨진 고대 생물 등등의 이유로 뻥튀기 된 괴물 같은 이미지. 사실상 괴물영화의 이미지를 야생동물에게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고, 너무 남용하기 쉬운 탓에 B급 영화에서는 엄청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오랜만에 악어가 나오는 이 영화는 좀 다르다. 이런저런 사족 없이 엄청난 흉포함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악어와 재난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게 끊임없이 몰아붙인다. 속도감은 물론이고 한창 스릴감이 높아질 차에 중간에 드라마 분량 길게 넣어 맥 빠지게 하는 등의 일은 일절 없다. 오직 태풍이 몰아쳐서 점점 침수되는 집 안에서 악어를 피해 살아남는 것. 이거 하나만 우직하게 밀고 간다. 고립된 장소에서의 생존물이라고 하니 또 빠질 수 없는 클리셰들이 벌써 눈에 훤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우리의 악어들은 주목받기 위해 튀어나와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클리셰를 철저하게 파괴해 버리니까.
단점인거 같으면서, 아닌 것 같은 것이 지나친 주인공 보정이다. 아무리 몰입감이 있고 스릴이 끊이지 않아도 이건 분명 거슬릴 것이다. 악어한테 그렇게 공격당하고도 저거 밖에 다치자 않는다고? 실제로 악어는 악력이 엄청나기로 유명해서 한 번 물리면 신체절단은 기본이다. 그런데 작중 주인공은 악어한테 엄청 공격을 받은 것치고는 꽤 멀쩡하다는 것이다. 마치 신체가 강철로 되어 있는 듯한. 아무리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라지만 과도한 보정이라는 생각을 떨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악어를 학살하고 다니기까지 했다면 그건 진짜 B급 중의 B급이고도 남았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심각한 단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당한 오락영화라면 딱 이 정도만 나와도 적당하다고 느끼는 바다. 주인공 보정이 어느 정도 있든, 약간 CG 티가 나던 간에 하나에 몰입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간만에 나온 악어 영화 치고는 꽤 호평이 나온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간다. 교훈이 없네, 감동이 없네, 등등 같은 걸 따진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현실성과 고증 같은 걸 따질 필요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오직 그 영화에서만 보여주고 싶은 것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일관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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