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way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현장감과 상처는 제대로 담았다
★★★★
영광스러운 전투, 승리한 전쟁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만만세 하며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승자든 패자든 상처만 남기게 되는 것이 전쟁이다. 눈앞에서 동료가 죽어나가고, 자기 자신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를 전장. 그리고 남겨져 있는 가족. 뭐, 이렇게 말해봤자 흔한 전쟁영화 클리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하거나 뻔한 애국심, 신파극 전개라며 지루하게만 할 뿐이다. 보통 미국 측이 메인으로 나오는 전쟁영화하면 미국 만세, 하는 경우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안 그래도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그런 연출을 한 걸로 유명한 감독의 작품이니 더더욱.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전쟁영화로서 나름 괜찮게 나온 편이라고 본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2차 세계대전 전선 중 하나인 태평양 전쟁의 시작이자 초반인 진주만 공습부터 미드웨이 해전까지를 다룬다. 초반부터 약간 열혈 인물이 나오고 간간히 가족을 비추는 장면이 있어 흔한 전쟁영화로 보이겠지만 생각보다는 다르다. 감독이 감독인 만큼 전쟁 장면 위주로 화끈하게 다루는 건 기본이고, 미국과 일본 양측을 번갈아 비추며 전황과 첩보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형식에, 신파극과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고 전쟁의 참상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편이다. 쉽게 정리하자면 특정 개인이 아닌 전체의 모습을 다루는 군상극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주로 전장 쪽에서는 딕 베스트(에드 스크레인), 본토 참모 쪽에서는 에드윈 레이튼(패트릭 윌슨)이 비중이 있게 나오는 편이지만 사실상 버리는 캐릭터가 거의 없다. 니미츠 제독(우디 해럴슨)은 그 나름대로 무게감 있게 나오고, 조연급으로 나오는 다양한 전투기 조종사 역시 하나하나 인상적이다. 그렇기에 전쟁이 진행될수록 주변 인물이 하나하나 죽어나간다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굳이 누군가의 가족이고, 멋진 동료였다, 이런 식으로 포장하지 않아도 그걸 느끼게 하는 부분이 곳곳에서 나온다.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아 떨어지는 사기와 두려움. 방금 전까지 마주봤던 동료가 결국에는 돌아오지 않는 허망감. 점점 빈 자리가 늘어나는 함선 내부. 그럼에도 슬퍼할 시간이 없이 다시 다음 전장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 굳이 눈물 빼는 가족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전쟁의 참담함이 느껴진다.
전쟁 장면은 재난영화 장인답게 화려함 그 자체다. 특히 후반부 하이라이트인 미드웨이 해전은 긴박감과 스릴 모두를 잘 살렸다. 수많은 대공포 사격 속에서 고도 체크를 하며 적군 항공모함에 날리는 화끈한 급하강 폭격.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거나 실패하는 폭격. 항공기들 간의 공중전. 해상에서의 견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돌발 상황. 영화에서 메인으로 다루는 부분답게 신경을 많이 쓴 게 보인다.
다만 초반 진주만 공습과 미드웨이 해전 외의 나머지 전투 기록들(둘리틀 특공대, 산호해 해전 등)은 정신없게 나오는 편이라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짤막짤막 나오다가 말고, 뭔가 엄청난 장면이 나올 듯 하다가 생략되고, 어떨 때는 전투가 끝난 뒤의 장면만 보여주고. 태평양 전쟁의 과정을 빠삭하게 아는 경우라면 모를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기만 하다. 안 그래도 긴 상영시간 때문에 모든 과정을 자세히 다룰 수 없다고는 하지만 너무 설명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CG 효과 또한 저예산 제작이다 보니 생각보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편이다. 그 중 진주만 공습 장면은 CG 장면 중에서 가장 떨어지는 퀄리티라 박한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결과물이긴 해도 현장감과 전쟁의 상처는 꽤 잘 담았다고 보는 바다.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생존자 역시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입게 되고. 다른 전쟁영화에서도 자주 다루는 것이지만 이 영화만의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드넓은 바다는 아무 말 없이 잔잔하지만 그곳에서 사라져간 모두를 잊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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