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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2019)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12. 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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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영화

 

Ashfall

백두산 폭발을 배경으로 한 남북 로드무비 액션 신파극

★★

 

 영화나 소설을 보면 정해진 공식, 클리셰가 있다고는 하지만 심하게 남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클리셰가 반드시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딱 이것만 보여주고 그 이상의 무언가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니까 중간 중간 클리셰가 부가요소로 들어간 경우라면 몰라도 클리셰 만으로 전체를 만든 경우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전형적이고, 뻔하고, 소재만 다르지 구조적으로는 다른 것과 다를 바 없는. 종종 이런 걸 깨는 신선한 작품을 볼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틀에 찍어서 만드는 것이 더 많은 모양이다.

 이 영화는 재난영화, 그것도 백두산 폭발이라는 화산 재해를 다룬다. 화산폭발 영화하면 볼케이노, 단테스피크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고, 여기저기서 들은 백두산 폭발의 위력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끌리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물은 2009년 해운대의 재림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실망스럽다. 기술력은 발전했을지 몰라도 전반적인 영화의 구조는 제자리 걸음이나 마찬가지다.

 백두산 대폭발을 막으러 남한 특수부대가 북한 측 인물과 함께 북한에서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중반부를 넘어갈수록 실상은 배경만 화산폭발 인 로드무비에 가깝다는 게 개인적인 인상이다. 남측 인물과 북측 인물이 티격태격하며 목적인 백두산까지 가며 친목을 다지고, 여기에 중간 중간 방해하는 적들과 맞서는 액션활극이 나오는 등. 딱 어디서 많이 본 구조 아닌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 금방 예측되고도 남는다. 물론 예측이 가능한 전개라도 재미있으면 그만이겠지만 이건 틀에 박혀도 너무 박혀서 도리어 역효과다.

 이 영화를 보면서 특히나 진부하게 느껴졌던 것은 남한과 북한의 문화 차이를 이용한 개그신이다. 특히 말장난을 이용한 개그는 구조만 약간 다르지 <강철비>에서 곽도원과 정우성이 보여줬던 것과 거의 흡사할 정도다. 그래서 남측 인물과 북측 인물을 붙여놓고 저거 밖에 할 게 없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밖에 진부한 점을 더 꼽아보면 이거저거 많다. 스토리 진행을 위해 앞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개연성 없다 던지. 흔해빠진 대립구도라든지. 여기에 또 하나, 한국영화하면 앞뒤 안 가리고 꼭 들어가는 조미료인 눈물 빼는 신파와 분위기 깨는 코미디. 이것만 있으면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시대가 얼마나 지났는가. 벌써 2020년대다. 언제까지 이런 구닥다리 공식이 먹힐 거라고 보는 걸까.

 그래도 CG 기술력 면에서는 크게 나쁜 건 없다. 백두산 폭발의 영향으로 서울에서 발생하는 지진 묘사는 약간 티나는 부분이 있긴 해도 꽤 실감나는 편이고, 백두산 분화 장면 역시 생각보다는 잘 나온 편이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장르에 몰입이 떨어질 정도로 너무 짧게 나오고 끝난 다는 것 정도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총격전과 액션, 그리고 그에 따른 상황 대처 역시 나쁘지 않다. 물론 이렇게 토막, 토막 나오는 장점이 하나로 합쳐져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아닌 이도저도 아닌 짬뽕이나 마찬가지다.

 오락영화 가지고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명작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아무런 발전 없이 재탕, 삼탕하고 장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굉장히 별로인 것이다. 하나의 장르가 있으면 그걸 어떻게 살릴까, 이게 먼저다. 뭔가 섞을 생각이면 메인으로 보일 장르가 확고하게 부각되도록 신경 쓰면 되는 거고. 그런데 아직도 이거저거 좋아 보이는 거면 전부 같다 붙이기만 바쁘니 도저히 좋은 말을 할 수가 없다. 한 번은 무난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두 번, 세 번 이상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발전이 없는 것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없으니 이는 곧 퇴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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