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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10. 2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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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타란티노 감독의 스타일로 그려낸 69년 그 날에 대한 추모

★★★★☆

 

 화려했던 과거는 저무는 노을과도 같다. 자꾸만 돌아보고 싶고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기 때문에 그렇다. 영원했으면 좋을 법한 아름다운 광경. 짧지만 가장 눈부시게 돋보이던 순간.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기에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다.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 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무엇이든.

 사전 정보를 통해 들은 바로는 흔히 찰스 맨슨 사건이자,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다는 말이 있었다. 미국 문화계를 뒤흔들어 놓은 충격적인 실화인 만큼 이걸 어떻게 다루느냐의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메인으로 다루는 내용이 아니라는 공식 발표와 자세한 세부 정보가 나오면서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보고 나온 느낌도 이렇. 특정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닌 그 시대의 전반적인 모든 것. 문화적으로 화려했던 시절의 낭만적인 풍경. 로만 폴란스키 역시 그 안에 녹아들어가 있을 뿐이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69년 할리우드 주변부의 일상을 그려낸다. 주로 유일하게 실존 인물이 아닌 왕년의 서부영화 스타 배우인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 파트너인 클리프 부스의 시점을 메인으로 다룬다. 그리고 문제의 살인사건 피해자였던 샤론 테이트의 시점이 중간 중간 나오며 은근한 긴장감을 준다. 평온한 일상의 모습만을 다루는 내용이긴 해도 아무래도 그 사건이 떠오르는 이상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풍경을 담았다는 말답게 진짜 일상적인 모습이 나오는 게 전부다. 릭 달튼 시점의 스토리를 보면 마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 보여주는 리얼한 메이킹 필름, 또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인상도 든다. 옛날에는 어땠는지에 관한 회고 영상이나, 영화를 촬영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구도가 나오다보니 그렇다. 주로 서부영화의 유행이 끝나가는 시기라 그런지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많이 보인다. 물론 이런 와중에 라떼는 말이여,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여러모로 망가지는 등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게 나름의 웃음 포인트라 생각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진행되다보니 시대적 배경이나 문화적 요소 같은 것에 별 관심이 없다면 굉장히 지루하고도 남는다.

 한창 히피문화가 극에 다다른 시기답게 작중 곳곳에서 히피에 관한 부분도 많이 나온다. 히피에 대해서 들어는 봤지만 실제로는 어땠는지 잘 모르던 경우였는데 여러모로 느낀 점이 많았다. 그 중에서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알았다. 미국 사람들이 왜 히피들을 보면 극혐 하는지. 단순히 찰스 맨슨 사건으로 인해 나빠진 이미지가 아니라, 거의 문화적으로 끝물이나 다름없던 상황에서 대형사고가 터져 확실한 낙인이 찍힌 거나 다름없다.

 작중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은 사실을 기반 해서 넣었다고 했지만 솔직히 약간 지나쳐 보이는 면이 있긴 했다. 개봉 이후에 큰 논란이 됐던 이소룡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그 시대적인 화려한 면과 약간의 허세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이건 좀 논란이 될 만하게 보였다. 그리고 보기에 따라서는 굳이 이 장면이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다. 스토리상 필요한 장면이었다면 이소룡이 아닌 또 다른 오리지널 인물을 넣었어도 될 법하고.

 앞서 나온 논란이나 로만 폴란스키에 관한 부분은 가장 큰 스포일러라 언급할 수 없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영화처럼 보여도 감독이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감독의 주특기이자 그 동안의 영화에서 보여준 스타일이 어땠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우라면 무엇이 나오든 당황할 필요가 없다. 그냥 타란티노 감독답다는 말이 나오고도 남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더. 왜 표제어에 추모라는 말을 썼는지는 마지막까지 영화를 보고나면 이해할 수 있다. 이 마지막 하나로 인해 이 영화는 참혹하게 끝나버린 한 시대를 회상하는 씁쓸한 기록이거나, 그저 자극성을 띈 범죄물이 되지 않았다. 진짜 어린 시절 잠들기 직전에 들을 법한 푸근한 옛날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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