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
우열을 가리기 힘든 나쁜 놈들의 대결
★★★★
이긴 자들이 선이자 정의하고 하지 않은가. 아무리 깨끗한 척을 한다 해도 선과 악은 단순하게 구분지어지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그런 구분이 가능한 건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원하는 목표가 있으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고.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불법과 협력하고. 이런 한편으로 서로 자신의 뜻대로 끝을 낼 생각을 하며 숨기고 있는 독점욕. 그 어디에도 정의는 없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걸 가진 악인의 승리일 뿐.
제목답게 주연 인물 셋이 전부 악인이나 다름없다. 미친개 경찰. 조폭 두목. 그리고 살인마. 솔직히 등급만 19금이고 거칠다 못해 잔혹한 조폭, 거친 형사가 나오는 흔한 한국 영화 아닐까 생각했다. 누군가를 잡거나 대결하는 구도는 너무나 많고, 여기에 변화를 준다고 살인마까지 끼워 넣은 것 역시 식상할 대로 식상한지 오래다. 결국에 나오는 건 패싸움, 주먹질, 칼부림, 개싸움, 분에 못 이겨 나오는 욕설 등등. 뭐가 나올지 금방 떠오른다. 그런데 이 영화는 생각 이상의 무게감과 우열이 쉽게 가려지지 않는 대결구도 때문인지 은근 시커먼 맛이 있다.
경찰, 조폭, 살인마라는 3파전답게 각 시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미친개 경찰다운 막나가는 모습, 무자비하고 살벌한 조폭, 사이코패스 그 자체인 살인마. 속사정이 있는 복수전, 실적 쌓기 위한 노림수를 위해 협력 아닌 협력 관계 속에서 보여주는 대결 양상은 꽤 치열하다. 서로 자신의 방식을 공유하는 와중에 최대한 자신이 이득을 보기 위해 벌이는 머리싸움. 악인답게 조용하면서도 예상치 못하게 찌르는 반격과 도발. 살인마 수사라는 점을 잊지 않는 반전요소. 스토리가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인상이 확 느껴진다. 나름 주목할 점은 최소한의 인간성이라고 본다. 그 어떤 악인이라 할지라도 사람이라면 넘지 않는 선이 있다. 그걸 넘어가버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로 작중의 살인마다. 냉혹함을 넘어 같은 악인조차 인간으로 취급할 수 없는 악인. 이런 극명한 차이점 때문에 어디까지를 악인이라 지칭해야 될지 고민될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쁜 짓을 하면? 아니면 인간성조차 없어야 진정한 악인일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인물들이 후반부에 가서 제대로 쓰이지 못한 것이다. 조폭 패거리와 형사 한 무리. 이들이 다 같이 뛰어다니며 살인마를 잡는 장면이었다면 장관 중의 장관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당사자들끼리의 대결이라는 걸 부각시키려 했는지 최종 대결에서는 메인 주역들만 나와서 갑자기 텅텅 빈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개연성을 해쳤다고 본다. 적어도 마지막 추격전에서만 여럿이 나오고, 최종 대결은 메인 주역들끼리. 이랬으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다.
또한 경찰 쪽의 주인공이 보이는 모습도 애매하다. 제목답게 퇴폐적인 속물의 끝을 보여주기는 한다. 온갖 불법은 다 저지르면서 본인만 착한 이미지 챙기려는 듯한 느낌도 좋았고. 그러나 좀 뚜렷한 이미지가 없다는 느낌이다, 퇴폐라기보다는 좀 오버스러운 열혈 형사 같은 이미지에 더 가깝다는 인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조폭 두목과 살인마가 곳곳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에 비해 극중에서 가장 몰입도가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조폭 두목과 살인마는 거칠긴 해도 절제되어 있는 반면, 경찰은 혼자 과하게 날뛰면서 정신없다는 차이에서 그렇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결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어떻게 보면 허무하거나 뜬금없게 끝난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내가 느낀 건 이랬다. 현실적인 악인이 보여줄 수 있는 지옥의 끝이 바로 이런 것. 빛이 비추는 지상에서의 공개처형이 아닌, 어둠이 가득한 밑바닥인 지하세계에서 그 누구의 간섭 없이 마음대로 내릴 수 있는 형벌. 악인은 절대 혼자 죽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에 이 만한 게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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