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visible Man
단조롭지만 존재감 하나는 살아있는 투명인간 공포
★★★★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소재는 생각보다 오랜 세월동안 내려온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영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오컬트 쪽에서는 마법에 가까운 영역으로 분류되고. 설화나 신화에서도 종종 나오는 요소라 그렇다. 그러다가 과학이라는 현실적인 방향으로 접근하다 보니 지금은 SF 영역에 도달해 있다. 그 만큼 인간에게 있어 오랜 로망 같은 것일지 모르겠다. 내 모습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다는 것.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른다.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마냥 좋아 보이지만 어떤 것이든 간에 부작용은 있다. 과도한 자유로움은 곧 평소 지키고 있던 규범이라는 선을 넘게 되고 결국 자제력을 잃고 만다. 뭐, 이걸 또 다르게 말하자면 그런 식으로 대놓고 악용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고.
2017년 <미이라>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경쟁에 끼어들었으나 처참한 결과로 이어진 다크 유니버스. 당초 후속작으로 정해졌던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마저 취소되고 재정비를 해서 돌아온 것이 이 영화다(이 과정에서 예정되어 있던 조니 뎁의 투명인간 역할도 취소되었다.). 종종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긴 하지만 대체로 평타 이상을 내는 편인 블럼 하우스가 제작을 맡아서 나름 기대할만 했다. 감독 역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면에서 기대가 되는 분이라 믿을 수 있어 보였다. 그리고 결과물은 다크 유니버스의 재시작이라 해도 될 정도로 꽤 괜찮게 나온 편이라 할 수 있다.
스토리 구성은 크게 특별한 것 없이 단조로운 편이다. 투명인간이 되는 기술로 인해 생기는 내적 갈등 그런 것 없이 처음부터 공포로 몰아가기 때문에 그렇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투명인간의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SF적인 면 역시 투명인간의 개연성과 약간의 반전요소로 쓰일 뿐,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니라서 단조로운 건 마찬가지다. 다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할 것은 단조롭다고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좀 뻔하면서도 나름 신선해 보이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에 가깝다.
연출면에서는 굉장히 잘 나왔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공포는 표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어설프면 허공에 원맨쇼 하는 것처럼 보이고. 투명인간이라는 점도 사실상 외형적 특성이지 성격이나 심리 같은 캐릭터적인 면에서 강렬함을 끌어내지 못하면 그냥 흔한 캐릭터가 되고도 남는다. 다행히 이 영화는 이런 우려되는 점들이 전혀 없다. 오히려 인상적이라 해도 될 정도로 존재감으로 인한 공포를 잘 살렸다.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돌아가는 화면. 누군가의 시선인 것처럼 느껴지는 카메라 워킹, 진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긴가민가할 정도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투명인간의 흔적. 여기에 실감나는 배우의 연기력과 음악까지 받쳐주니 딱 이런 느낌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위치를 알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으로 인한 숨 막힘.
투명인간이라는 특성상 갑툭튀 형식의 공포가 메인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아무리 독특하게 만들어본다 한들 결국은 투명한 형체로 놀라게 하는 것이 전부. 요즘 나오는 공포영화처럼 원 패턴 아니겠냐고. 그러나 갑툭튀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과 아무렇게나 남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작중 투명인간은 먼저 존재감이라는 느낌으로 먼저 깔고 들어간다. 즉 심리적 공포로 밑바탕을 다진다고 보면 된다. 그것도 1회용이 아니라 끊지 않고 지속 돼서 점점 커지게 만드는 형식으로. 이런 상태에서 절제된 갑툭튀가 나오니 뻔하게 보이는 거라도 분위기를 타고 어느새 몰입하게 된다. 게다가 나름 꽤 의외라 생각된 부분이 나오긴 한다. 바로 투명인간이 날뛰면서 보여주는 과격한 액션이다. 단순히 투명하다는 점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정도가 아니다. 감독의 전작인 <업그레이드>에서 보여준 액션마냥 강렬한 타격감과 잔혹성이 동시에 들어난다. 갑작스러운 기습, 언제 기습당할지 모를 긴장감, 그런 상대를 과격하게 박살내는 투명인간. 액션과 공포가 동시에 살아있는 이 장면에서 작중 투명인간의 강렬함은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 이런 탓에 단순하게 갑툭튀에 의존하는 형태라고는 볼 수 없다.
좀 의문점을 남기는 결말이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완성도 면에서는 깔끔해서 이번에 말로 다크 유니버스를 제대로 기대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독립형 스토리를 중점에 둔다고 했으니 나중에 가서 이걸 어떻게 엮어 갈지는 차차 기다려본다. 듣기로는 현재 기획되어 있는 다크 유니버스 영화는 다음과 같다. 기존에 있던 유니버설 몬스터 리메이크가 아닌 오리지널 캐릭터가 나오는 <다크 아미>, 드라큘라 백작의 심복인 렌필드가 주연인 영화, <프랑켄슈타인> 리부트, <인비저블 우먼> 리부트, 몬스터 매쉬, 다시 재추진되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뭐가 됐든 완성도를 생각해서 천천히 나왔으면 한다. 또 급하게 갔다는 본전도 못 찾을 게 뻔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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