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l
초반 35분을 빼면 볼 가치가 없는 영화
☆
신선한 소재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내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주목을 받을지는 몰라도 흥미롭게 이끌어가지 못하면 진부한 거나 다를 게 없다. 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스토리를 정리하고 연출하느냐가 문제다. 첫 장이 재미있어도 결말로 갈수록 엉망이면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뭐, 이렇게 말하긴 해도 심각한 결함이 없는 이상 대체로 무난하게 가는 편이긴 하다. 어지간히 심각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 역시 설정은 참신하다. 핸드폰으로 퍼지는 전자파로 인해 발생하는 SF 느낌의 유사 좀비 아포칼립스. 기존의 좀비와 이질적인 부분이 많지만 새로운 시도로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다만 완성도가 심각하게 나쁘다보니 B급 좀비영화보다도 못한 처참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초반 35분외에는 볼 가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정리해도 된다고 본다. 아니면 적어도 결말이 궁금하다면 중간 부분을 전부 넘어가고 결말 부분만 봐도 되겠다.
이 초반에 해당되는 부분은 나름 스릴감 있게 잘 나타낸 편이긴 하다. 생각보다 전자파 전염 좀비의 파급력이 상당하는 점부터 눈에 띈다. 보통 아포칼립스 초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손에 드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핸드폰이다. 전화로 주변상황을 알리거나 알기 위해서. 이런 부분이 허를 찌르고 들어오면서 빠른 확산과 정보 및 통신차단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곧 이어지는 좀비 영화다운 스릴 요소들은 뻔해 보이긴 해도 그럭저럭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단순히 소리를 듣고 다수가 쫓아오는 것이 아닌, 하나로 연결된 공동체라도 된 듯한 모습이라 이 부분에서는 그 동안의 좀비영화와 다른 낯선 느낌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 전자파 잡음을 연상시키는 소리 효과도 분위기를 살리는데 좋아 보이긴 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35분을 빼고 남는 건 무엇이냐.
지루하고 의미 없는 장면의 연속인 로드무비.
아무렇게나 던져 넣는 설정들.
그리고 김빠지다 못해 어이없는 결말이다.
초반의 강렬함이 무색하게 그 뒤로는 힘이 빠지다 못해 다큐멘터리보다도 못한 지루함이 전부다. 그냥 계속 길을 따라가다 보니 누구를 만나거나 죽고, 또 길을 따라가다 뭐가 나오고. 스릴감이 있는 중간에 드라마 같은 장면이 나오긴 해야 된다만 이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 놓은 거나 다름없다. 앞으로 어떤 연출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영화는 어떻게는 결말을 내야 하니까 계속 길을 따라 가는 장면으로만 때웠다는 걸로 보이기도 한다. 유명 배우를 출연시켜놓고 낭비한다는 게 딱 이런 거다. 전자파로 인한 좀비에 대한 설정도 계속 밝혀지긴 하지만 설명충식 해설이라 전혀 흥미롭지 않다. 이마저도 뒤에 가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설정이 확장되는 식이라 뜬금없어 보이고도 남는다. 후반부가 이렇게 난장판이다 보니 앞서 언급한 전자파 소리 효과음 역시 그저 오디오 에러난 듯한 결점으로 취급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를 굳이 찾아보자면 이거다. 영화는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 B급 이하가 바로 이런 것이다. 원작 소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작가의 이름값을 봐서 읽어볼 예정이긴 하다. 그래도 원작이 이 영화보다 재미있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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