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온다(2018)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20. 5. 15. 22:21

본문

온다

 

来る

살짝 밍밍한 호러와 드라마의 믹스

★★★☆

 

 호러와 드라마의 결합은 딱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초기 고딕 소설만 봐도 음습한 분위기 속에서 나타나는 낭만적이거나 비극적인 드라마 스타일이 꽤 인상적인 걸 종종 봤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어디까지나 잘 섞이지 않는 경우다. 호러에 드라마를 넣어놓고 정작 전혀 무섭지 않다거나. 호러는 무난한데 드라마가 싸구려라든지. 아니면 둘 다 이도저도 아닌 괴작. 완벽할 수 없다면 양쪽 다 적당히 살리는 것도 나쁘지 않긴 하다. 좀 싱거운 듯한 밍밍함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원작 소설과 비교해보면 드라마 요소는 꽤 잘 살린 편이다. 소설에서는 중반부를 넘어가야 보이던 가족 문제를 초반부터 묘사하되, 최대한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이 간접적인 묘사는 전체 윤곽을 풀어내는 후반부에 복선 역할을 하며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아주 좋은 연출이라고 본다. 원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너무 잘 살린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중반부부터는 좀 과하게 비극적으로 각색되긴 했지만 적당히 수습하는 편이라 딱히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약간 흠이라면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원작에 비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묘사된 탓에 약간 이해하기 어렵게 보이는 정도다.

 중후반부 들어 등장하는 퇴마 관련 인물들이 다소 만화원작인 실사영화에서 나올 법한 캐릭터 같은 스타일이지 않을까 우려가 살짝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는 역할이면서도 워낙 독특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화로 나타내면 너무 확 튀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그랬다. , 다행히도 실제 영화상에서는 안정되고 진지한 캐릭터 묘사를 볼 수 있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퇴마 관련해서 다소 설명이 부족한 탓에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이 부분도 역시 잘 나타낸 편이라 할 수 있겠다.

 공포 요소 면에서는 살짝 호불호라는 생각이다. 소설에서는 보기왕이라는 존재를 점점 부각시키며 크게 띄우는 과정이 존재하는데, 영화상에서는 그 과정이 꽤 생략되어 나타난 편이다. 특히 과거 시점과 현재를 연결시키는 요소 대다수가 그렇다. 아마도 미지의 공포를 강조하기 위한 각색으로 보이는데, 꽤 심도 있게 민속학적으로 접근하던 원작이 마음에든 입장에서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다. , 그래도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크게 문제는 없지만 원작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여기서 부각된다. 원작을 안다면 적당히 요약된 거라 느끼겠지만, 모르는 경우라면 약간 뜬금없어 보일만하다. 이 뜬금없는 건 후반부가서 스토리가 정리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되긴 한다만.

 설정 문제는 그럭저럭 넘어 간다 쳐도 공포 요소를 깎아먹는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CG효과다. 퀄리티면에서 딱히 좋게 나온 편이 아니라서 무섭기보다 어색한 느낌이 강하다. 특히 단순한 화면 색조 변경으로만 나타낸 연출은 8, 90년대 텔레비전 공포 프로그램에서 나올 법한 수준이라 어이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퀄리티는 이렇더라도 연출면에서 미지의 공포는 어느 정도 잘 나타낸 편이라고 본다. 원작에서도 뚜렷한 이미지가 없던 편이라 생각보다 묘사하는데 까다로운 면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함부로 미지의 공포를 이미지로 형상화 했다가는 되러 분위기를 망치고도 남는다. 그래서였는지 깜놀과 불쾌한 이미지, 잔혹성과 같은 연출로서 보기왕을 나타낸 편이다. 남발하면 다소 산만해질 요소들임에도 딱 필요한 순간 외에는 절제하는 편이라 강렬한 인상만 남기기 충분했다.

 후반부 제령 장면 역시 CG 때문에 조잡한 감이 있긴 했어도 꽤 웅장하기는 했다. 각양각색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만화 같은 느낌의 퇴마가 아니라 여러 종교, 문화적 특색이 반영되어 진지한 느낌이 강해 보였다.(재미있는 점은 제령에 참가하는 다양한 영적 전문가들 중에 한국 무당도 있다.) 다만 마지막 엔딩에서의 연출 때문에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깨는 감이 적지 않다. 마지막은 밝은 분위기로 끝내고 싶다는 의도는 알겠다만 여기서는 오히려 연출 미스였다고 본다. 차라리 잔잔하게 마무리 지었다면 더 깊이 있는 결말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래저래 장단점이 뚜렷한 편이라 호러와 드라마간의 조합이 밍밍하다고 생각한다. 이 밍밍하다고 하는 건 잘 섞이지 않아 별로라는 게 아니라 살짝 아쉽다는 정도다. 잘 섞이긴 했는데 양념 조절을 잘못했다 정도? 적당히 볼만하면서도 뭔가 아닌 듯한 싱거움. 그래도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공포영화 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호러와 드라마 양쪽 모두 확고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잘 나온 거다. 이 절반도 제대로 못 만드는 경우가 은근 많다. 부족한 점이 두드러지더라도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 마땅하다.

 

'영화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더워터(2020)  (0) 2020.06.02
크림슨 피크(2015)  (0) 2020.05.22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2019)  (0) 2020.03.28
셀(2016)  (0) 2020.03.22
극한직업(2019)  (0) 2020.03.19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