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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2020)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20. 6. 2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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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영화

 

#Alive

인상적인 1인 고립극을 꿈꾸었으나 난장판인 생존극

★★

 

 현대 좀비물은 이거저거 많이 나온지 오래다. 많이 나온 만큼 이럴 때마다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이 장르 고유의 특성이나 공식이 굳어진다는 것이다. 클리셰라던지 조금만 봐도 대충 어떤 스토리인지 예측 가능한 경우 말이다. 좀비물하면 떠오르는 스토리는 대부분 이렇다. 좀비가 발생하는 과정. 좀비가 발생하는 극 초기 상황. 좀비 해결을 위한 방법 차이나 이권 다툼으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싸움. 좀비랑 싸우는 군인. 그리고 생존자 이야기.

 이 영화 역시 좀비물에서 흔히 나오는 생존자 이야기 중 하나다. 생존자 스토리는 대개 이렇다. 좀비를 상대로 무쌍 찍고 다니며 살아남는 공포, 액션, 스릴러 혹은 B급 코미디 스타일. 어딘가에서 버티는 스타일. 이 영화의 경우는 후자다. 그것도 고립된 생존극. 여기서 여러 명의 인원이 나와 군상극을 벌이는 것이 전통이다. 다양한 캐릭터가 있어야 다양환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1인극이면 그 만큼 한 명이서 모든 걸 풀어내야하기 때문에 그 만큼 벅찰 수밖에 없다. 잘못 나타내면 원 패턴만 반복되는 굉장히 지루한 장면만 나오고도 남아서 그렇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걸 어느 정도 잘 살리면 꽤 인상적인 장면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절대 쉽지 않지만.

 전반적으로는 초중반까지는 그럭저럭 즐길만한 스토리긴 하다. 처절함에 대한 묘사가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고립된 생존자가 극한에 몰리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점은 나쁘지 않다. 과도한 간접 광고 같은 웃픈 장면도 대충 그럴 수 있다고 넘길 수 있고. 문제는 중후반부 들어서 부터다. 너무 즉흥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될 정도로 중구난방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불필요한 행동으로 인해 어이없게 발생하는 위기상황. 낭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왜 나왔는지 모를 액션 장면.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움직임. 슬슬 지루하게 보일 고립된 상황에서 변화를 주려는 의도겠지만 이건 너무 생각 없이 일을 벌였다. 어느 정도 볼 만한 B급 좀비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은 절대 안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B급에서는 적어도 나름의 근거와 경우의 수를 가지고 말도 안 돼는 계획을 실행시키기나 하지, 여기서는 그 놈의 극적인 장면만 노린 듯한 작위성이 너무나 강하다.

 여기에 후반부에 나오는 의외의 상황 역시 상당히 문제다. 나름 뜻밖의 반전과 예상치 못한 위기를 나타내려 한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급조한 듯한 느낌이 강하다. 앞선 즉흥 문제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복선 없이 갑자기 나타난 것부터 어느 정도 암시가 될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발생하는 당위성 면에서도 말이 안 되는 건 물론 억지 신파극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 부분도 이미 다른 창작물과 영화에서 봤던 형태라 크게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다루는 방식만 다르지 장면 구도나 대사까지 다른 작품에서 봤던 판박이 그 자체다. 대충 결말 직전에 때울 특별한 장면이 필요해서 끼워 넣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좀비 묘사면에서도 아쉽다. 고립극이라는 전제하에 진행되다 보니 여러모로 협소해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세세한 설정과 배경 설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약간의 설정 말고는 좀비를 대충 풀어 놓은 모양새라서 그렇다. 지능적인 면이 있다는 설정을 해놓고 초중반까지 어느 정도 써먹는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 이후로 딱히 두드러지는 편이 아니라서 일관성이 없거나 설정오류로 보일 여지까지 있다. 이 일관성 문제는 좀비가 소리를 인식하는 범위에서 크게 나타난다. 작중에서 요란한 소리가 발생하는 상황이 여럿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때마다 좀비의 반응이 전부 다르다. 마치 극적인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좀비가 몰려다니는 것 마냥. 이것도 대놓고 작위적인 부분이라고 해야겠다.

 분장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웬만하면 분장 같은 건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닌데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을 정도로 눈에 띈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구도에서 나오는 좀비 분장이 대충 얼굴에 분칠만 해놓은 모양새라서 말이다. 주인공과 마주치거나 가까이에서 보이는 좀비의 분장은 나름 디테일한 것을 보면 특정 장면에서는 분장을 대충 때웠다는 생각이 들고도 남는다. 이게 사소한 거 같지만 생각보다 이상하게 보여서 몰입감에도 문제를 준다고 본다.

 그 밖에도 초반부랑 아파트 주변만 빼면 좀비 사태 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간 중간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묘사가 나오긴 하는데 아파트 주변과 비교하면 상당히 괴리감이 크다. CG가 허접하게 쓰인 건 물론이고, 이 만큼의 난리가 났는데 아파트 외에는 지나치게 평화로워 보이는 모습이라 그렇다. 좀비 영화하면 인구 밀집 지역이 순식간에 박살나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존극에 치우쳤다 해도 아파트 밖 주변 배경을 대충 때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나름 지능적인 좀비라는 설정까지 해놓고도 말이다. 종종 소란스러운 상황이 되면 배우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가 있는 건 덤이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나름 진지하고 감동적인 생존극을 보여주려 했지만, 과도한 감정묘사와 난장판인 후반부 전개 때문에 결국 B급 좀비영화 수준에 걸치고 만 경우다. 좀비물이 쉽다고 뛰어들어서 나온 수많은 양산영화들과 다를 게 전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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