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테넷(2020)

영화 MOVIE

by USG_사이클론 2020. 8. 29. 05:35

본문

테넷

 

Tenet

화려함과 난해함이라는 양날의 검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

 

 무슨 일이 벌어지면 상황 파악을 하는 게 우선이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누가 누구인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어느 쪽이 우세한지. 살펴봐야할 부분이 많지만 웬만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되고 한 눈에 들어오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금방 정리되지 않아도 앞과 뒤의 연결고리를 통해 천천히 이해할 수도 있고. 그런데 무언가 엄청 벌어지는데도 뭐가 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어떨까. 분명 화려한 장면과 흥미로운 설정, 스토리 구성으로 눈을 떼기 힘들지만 빠른 진행 속도를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난해함. 개인적으로 이런 난해함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고 여러 각도에서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것에 별 관심 없는 경우라면 볼거리는 많아도 편히 보지 못할 어려운 영화로 보여도 이상하지 않다.

 이 영화의 본질은 제목에서부터 크게 강조되고 있다. Tenet. 잡다, 견지하다, 도달하다, 라는 의미. 앞으로 써도 뒤로 써도 똑같은 단어. 연속성. 대칭. 이건 영화 속에 나타나는 상황과도 마찬가지라 단순한 회문(回文)이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여기에 미리 공개된 설정인 시간 역행과 첩보전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지니 얼마나 커다란 그림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대체로 상황만 주어진 상태로 따라가며 중간 중간 이걸 설명해줄 설정을 이해해야 하는 구성이다. 문제는 설정을 어느 정도 이해해도 막상 작중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따라가기 벅차다. 왜 그런지는 찬찬히 살펴보자. 무슨 일이든 그 시작과 과정, 끝이 존재한다. 흔히 말하는 기승전결이라고 하면 되겠다. 이걸 작중 시간 역행이라는 설정에 맞춰 거꾸로 뒤집으면 끝에서 과정을 걸쳐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기승전결을 거꾸로 뒤집은 결전승기다. 문제는 어디서부터가 기승전결이고 결전승기였냐는 점이다.

 첩보전이라는 장르 특성상 엄청난 머리싸움과 작전으로 본래 시간 흐름과 시간 역행을 수시로 넘나들고 그 흔적이 자꾸 더해지니 상당히 복잡한 스토리가 된다. 이걸 조금이나마 눈치 챌 방법은 작중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들을 눈여겨보는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자면 이 영화 속에서 보이는 사소한 무언가라도 아무런 의미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반드시 존재할 이유가 있는 이상 아무런 맥락 없이 존재하는 요소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에 한 번 보고서 알 수 없었던 걸 두 번, 세 번 보며 계속 발견하게 되는 재미가 상당하고 할 수 있다. 속도감 있는 액션과 시간 역행을 통해 나타나는 환상적인 연출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감탄의 연속이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편히 볼 만한 오락영화 정도로 생각하고 보러왔다면 엄청난 불친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간에 정리해주는 것 없이 계속해서 상황만 벌어지고 알려주는 정보는 시간 역행 설정뿐. 설정 하나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면 모를까 이 영화는 보면서 생각해야 될 부분이 상당히 많다. 단순히 시간의 순행과 역행만 알면 되는 게 아니다. 거기에서 발생하는 경우의 수와 교차되는 지점을 통해 발생하는 변수, 이미 발생한 상황의 흔적을 발견하고 추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기억을 해야 이후 진행되는 스토리의 조각이 맞춰진다. 그런데 안 그래도 빠르게 진행되는 와중에 이 모든 게 금방 눈에 들어올까? 배경 속 시간 흐름이 언제고, 그 속에서 시간 역행으로 나타난 것들이 어디서부터 순행 시간대, 역행 시간대로 혼합되어 난전을 벌이고 있는지 구분이 될까? 사실상 장점이라고 말한 부분을 반대로 보면 그대로 단점도 되고 마는 것이다.

 사실 난해한 부분 말고도 지적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주로 시간 역행으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으로 꽉 채우다보니 작중 인물들이 단순하게 다루어진 감이 적지 않다. 분명 주인공과 메인 빌런, 그 밖의 시간 역행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은 정해진 목표가 있다. 하지만 벌어진 상황을 따라가는 것 위주로 나오고 인물의 심리 묘사가 부족하다는 게 종종 보인다. 벌어지는 상황과 배우들의 연기는 몰입감이 상당한데 특정 부분에서 인물의 대사나 행동만 따로 놓고 보면 몰입이 되지 않는 이상한 느낌이라고 설명해야겠다. 이게 확 느껴진 부분은 메인 빌런이 사건을 일으킨 동기가 들어나는 부분이었다. 뭔가 그럴싸한 동기인 것 같긴 했다. 시간 역행과 이걸 통해 발견하게 되는 운명과도 연관 시킬 근거도 충분하고. 문제는 이걸 짧은 대화로 금방 정리해버려서 겨우 그거 밖에 안 되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즉 깊이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이건 말 그대로 심리묘사 같이 이해하면서 봐야 할 부분을 배제하고 전체적인 상황만 보며 느끼라는 말이었을까. 그 밖에 발단이 되는 미래 세력이 맥거핀으로 남는 건 크게 상관없다고 본다. 흔히 생각하는 미회수 떡밥이라기보다는 제목처럼 영화 그 자체도 대칭 구도로 만들기 위한 설계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물론 이 설계 때문에 작중 인물들이 깊이 없이 정해진 구도로 움직이는 역할이나 다름없다는 건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지만.

 기대가 크던 만큼 호불호가 상당한터라 여러 의미로 문제작으로 불릴 만하다고 본다. 엄청난 볼거리와 과학적인 설정, 복잡한 설계 면에서는 감탄할 점. 반대로 그 엄청난 볼거리와 설정, 설계로 인해 발생하는 난해함과 부족한 묘사 면에서는 부정적인 점. 참 웃기게도 평가마저 대칭구도가 발생하는 모양새라는 생각이 든다. , 머리 아프게 개인적인 감상을 생각하며 짜맞추다보니 나온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실험 결과물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어떤 표현으로 이걸 좋다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단점은 있어도 난 이 엄청나게 복잡한 영화가 만족스럽다.

 

'영화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린랜드(2020)  (0) 2020.10.19
폰조(2020)  (0) 2020.10.18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0) 2020.08.16
그레텔과 헨젤(2020)  (2) 2020.07.27
반도(2020)  (0) 2020.07.18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