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 Us From Evil
흔한 것에 특색을 더했으나 미묘한 부성애 스토리
★★★☆
데자뷰, 한글로 쓰면 기시감이라고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분명 처음 보는 것인데 익숙한 느낌이 들 때 많이 쓴다. 멋지게 쓰인다면 창작물 안에서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어 감탄하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말이 달라진다.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인상이 든다면 그건 이렇게 해석이 가능하다. 흔하디흔한 경우. 뻔한 전개를 답습하는 진부한 스타일. 뭐, 누누이 말하지만 뻔한 전개라도 조금은 새로운 부분이 있으면 그럭저럭 괜찮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부분이 있더라도 뭔가 애매한 경우라면 좀 안타깝다.
해외를 배경으로 상당히 거친 느낌이 많아 여러모로 관심이 갔던 작품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나올 법한 거친 스타일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다. 그런데 신선한 면보다는 데자뷰가 더 많이 보이는 건 왜일까? 잠깐만 그런 줄 알았지만 가면 갈수록 이건 의심이 아닌 확신이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납치된 자녀를 구하는 스토리를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많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테이큰>이 있고 국내에는 <아저씨>가 있다. 이 영화 역시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결국에는 똑같이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이라는 건 별 수 없다. 그래서였는지 이 영화에서는 조금 차별화를 두려고 이정재 역할의 레이가 있다고 본다. 확실히 레이의 존재로 진부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든 것까지는 인정한다. 하지만 단순히 차별화 한다고 전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모양새가 좋아보여도 어딘가 거슬린다면 뭔가 이도저도 아닌 듯한 인상이 들기 때문이다.
메인 캐릭터만 보면 각각 특성 있게 잘 나타낸 편이다. 자녀를 위해 앞뒤 안 가리고 잔혹하게 파고드는 주인공 김인남. 목표물 하나만을 노리고 미친 듯이 사방에서 위협을 가하는 레이. 단순 조력자를 넘어 태국 현지 문화를 나타내면서 또 다른 이방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이.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감탄할 정도였으니 흠잡을 곳은 없다. 다만 멋지고 인상 깊은 캐릭터를 만들어두고 비중 분배가 잘못됐다는 부분이 많다. 자녀 찾기가 메인 스토리다보니 자연스레 김인남이 비중이 많을 수밖에 없다. 유이 역시 사건에 크게 개입하지 않는 위치의 조력자 정도라 분량이 적어도 짧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정도로 충분하다. 문제는 레이다. 김인남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로서 상당히 큰 존재감을 보여줘야 마땅하다. 그런데 김인남의 자녀 납치건과 관련된 태국 현지 세력이 절반 이상의 분량을 차지하다보니 자연스레 뒤로 밀려나고 만다. 분명 김인남과 레이가 메인 투톱이라 생각했다. 이 둘이 벌이는 살벌한 액션과 스릴러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레이의 비중은 애매하고 김인남 혼자 단독으로 비춰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된 것은 김인남, 레이 그리고 태국 현지 범죄조직까지 해서 3파전을 구성한 탓이라고 본다. 정확히는 김인남과 태국 범죄조직 간의 대결 사이에 레이가 난입하는 구도다. 3파전인 이상 각각 대등한 대결구도를 보여주거나 메인 대결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현지 범죄조직이 빠르게 정리되든 둘 중 하나는 했어야 한다고 보는 바다. 그런데 작중 스토리는 이도저도 아닌 걸로 보였다. 초중반까지는 3파전 구도상 나름 대등한 대결구도처럼 보이긴 했다. 특히 레이의 경우는 혼돈의 화신 그 자체라 해도 될 정도로 가장 독보적인 강렬함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흥미진진한 대결구도가 후반부 들어서 흐지부지 되는 감이 적지 않다. 김인남과 레이의 대결구도로 맞추기 위해 스토리가 급하게 정리되는 것 같고. 이 일대일 대결 역시 어떻게든 스토리를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식으로 나온 구성으로 보여서 긴장감은 있어도 뭔가 애매함이 있다. 쓸 때 없이 스토리가 늘어지지 않게 적절하게 끊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메인 하이라이트가 빠진 채로 결말이 나는 듯한 모양새라 미묘함만 잔득 남긴다. 부성애를 메인으로 이끌어가면서 이런저런 요소들을 넣다가 정리를 못해서 후반부가 단순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부성애가 강조되다보니 좀 신파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를 해친다고 보지 않는다. 제목처럼 악에서 구한다는 의미로서 보여주는 한줄기의 빛을 나타낸 정도라고 본다. 결말 역시 담담하고 조용하게 나타내서 오묘한 느낌을 들게 하는 걸보면 과하게 감정적으로 몰아가는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결말에서의 오묘한 느낌은 개인적으로 이렇게 느껴졌다. 성경구절에서 따온 제목다운 아름답고 평온하게 묘사한 구원. 보통 악에서 구해지면 격한 감정을 쏟아내고는 하지만 그 과정이 처절하고 처절할수록 담담해진다. 왜냐, 체념과 희망 사이의 줄타기가 길어질수록 감정이 망가지기 때문에 그렇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의 상태로 진짜로 벋어난 것인지 확신하기까지 매우 시간이 필요하기에 안정된 장소에서 평온함과 익숙해져야 한다. 그 기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감정이 흘러나온다. 아니 죽었던 감정이 깨어난다. 그렇기에 결말에서 보여준 구원은 이제 막 목적지에 발을 딛은 초반을 묘사하기 위해 평온한 분위기 위주로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원래 19금 버전과 15금 버전으로 나눠져 있었고 개봉된 게 15금 버전이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미묘함이 생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분명 살벌한 묘사와 거친 액션이 잘 나온 편으로 보이지만 뭔가 부족한 듯한 묘함. 15금에서 그렇게 느껴졌다면 그 묘함을 채워줄 부분이 아마도 19금 버전에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19금 버전에서도 그 허전함이 여전히 존재할 수도 있으니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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