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2019)

애니 ANIMATION/애니메이션 영화 ANI MOVIE

by USG_사이클론 2020. 7. 21. 05:35

본문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きみとにのれたら

물에서 물로 이어진 인연으로 넘어서는 인생의 파도

★★★★★

 

 잔잔한 바다처럼 편안한 인생은 누구나 바랄 것이다. 아무런 탈 없이 행복 속에서 오래오래 영원한 드라마 같이. 그러나 언제나 밀려오는 파도와 날씨의 영향으로 바다는 요동치는 일이 더 많다. 언제 어떤 파도가 밀려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하고 못하고 갑자기 다가온다. 무엇을 어떻게 파악할 여유 없이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렇게 상실감에 모든 것을 내던지고 거대한 바다 위를 표류하게 되고 만다. 파도와 함께 지나간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며. 이대로 천천히 침몰하는 게 전부인 상황. 그때 갑자기 나타난 구원의 손길이 주는 도움이란. 그저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얻는 게 전부일까? 아니면 다음 파도를 넘어서는 버팀목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주는 걸까?

 첫인상은 파도타기를 메인으로 판타지가 나오는 여름철 로맨스 애니 정도였다. 아름다운 장면 속에서 일상이 이어지다가 환상적인 무언가가 펼쳐지는. 그런 흔한 스토리를 떠올렸다는 생각에 맞아 떨어지듯 이 예성은 완전 빗나갔다. 절대 단순한 로맨스도 아니고, 파도 역시 상상 그 이상의 상징을 가지고 있었다.

 물이라는 테마를 역동적으로 표현할 의도였는지 주연 인물들만 봐도 물과 가까운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작중 메인 요소나 다름없는 파도타기. 그리고 소방관. 여기서 그 동안 편견 아닌 편견으로 알고 있던 사실이 느껴졌다. 소방관하면 불을 끄러 다닌다는 점에서 불을 먼저 떠올리는 편이었다. 소화기나 소방장비 같은 곳에도 항상 불 마크가 있던 것도 그렇고. 그런데 생각해 보면 불을 끄려면 물이 먼저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물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다양한 소화방법이 있긴 하지만 불을 끌 때 많이 보이는 건 역시 물이다. 그렇다. 소방관과 물은 굉장히 가깝고 연관성이 크다고 할만하다. 그 밖에 배경 요소로도 수많은 물이 표현된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부터, 자연현상, 지형지물. 생각 이상으로 세상이 물로 가득한 것으로 보일 정도다.

 소방관이 어느 정도 다루어지는 만큼 생각보다 인명구조나 소방관의 일상 관련 묘사가 자주 보인다. 완벽남이라 불려도 문제없을 선배 미나토. 그런 선배에 비해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후배 와사비. 흔한 선후배 구도지만 스토리상에서는 크게 부각되는 편은 아니다. 그저 미나토와 와사비 개인으로서 나타나는 순간이 더 많다. 아무리 빈틈없어 보이는 완벽남도 남모를 뒷사정이 존재하고. 아무리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작지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개개인의 모습.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도 없다는 의미로 보였다.

 뭔가 아름다운 판타지 같으면서 한편으로는 현실도피로 보이게 하는 묘사가 인상적이다. 애니에서 판타지가 나오면 무엇이든 가능한 환상적인 세계를 바로 떠올릴 수 있다. 판타지로 가득 채워서 그 안에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것. 아주 넓고 넓어서 현실세계까지 전부 덮어버릴 멋진 상상의 나래 말이다. 하지만 이 애니에 나타난 판타지는 어딘가 좁게 느껴졌다. 현실에 갑자기 나타난 낯선 판타지와 교감하는 전개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어색함이라고 해야겠다. 분명 환상적인 상황처럼 보이긴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영원한 판타지만 바랄 수는 없다. 판타지의 영원함은 시간의 구애 받지 않지만 현실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즉 판타지에 빠져들수록 현실의 나는 멈춰버린 채로 방치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현실도피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이게 판타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는 걸로 나타난다. 단지 버팀목으로서의 의미를 둬야지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걸로 보인다.

 이 현실과 판타지의 관계는 작중 로맨스 요소와도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갑작스러운 이변으로 사랑하던 이를 잃은 슬픔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깊은 슬픔 속에서 남겨진 과거의 흔적들을 돌아보며 삶의 시간은 멈춰버린다. 하지만 영원히 이렇게 멈춰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행복한 순간이 끝났더라도 인생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니까. 떠나간 연인 역시 그걸 바랄 것이고. 이 부분은 판타지 존재로 급부상하는 미나토의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연인으로서 걱정하는 마음과 특별한 인연으로서 응원하는 두 가지 마음으로. 이렇듯 그저 슬픈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인생의 격변을 어떻게 해야 잘 넘어 설수 있는 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애니에서 상당히 의외로 보인 부분이라면 여름이 배경이면 반드시 나오는 폭죽이 여기서는 부정적인 요소로 표현된 점이다. 여름철 해가 진 바닷가가 배경이면 항상 폭죽이 나오는 건 클리셰를 넘어 거의 국룰이나 다름없다. 애니에서도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 때 빠질 수 없는 요소나 다름없고. 그런데 현실에서는 폭죽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아무 생각 없이 부주의하게 터트리면서 주변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대다수다. 이런 민폐에 해당되는 모습으로 폭죽이 묘사된다. 아마도 메인 테마와 반대되는 불에 해당되는 것을 나타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아무리 좋은 순간을 남기고 싶어도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는 잘 알 수가 없다. 속임수를 쓰고 잘난 척을 하는 건지. 아니면 별 이상한 논리를 노력으로 포장해서 강요하는 건지. 이런 탓에 스스로 알아차리기 굉장히 어렵다. 그럼 설명을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 작중에서는 이걸 파도타기에 비유한다. 아무리 넘어설 수 없을 파도를 만난다 해도 포기하거나 숨으면 안 된다. 멈춰서면 천천히 익사할 뿐. 몇 번을 도전해도 안 된다는 건 없다. 누구나 처음부터 한 번에 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고비를 넘어서는 것이다. 분명 혼자서 라면 버거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무언가가 생긴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그 무언가가 의미 있게 아주 큰 것이든 별 의미 없이 나온 사소한 것이든 말이다.

 이 버팀목이 가지는 의미는 노력이 그저 남을 보고 똑같이 따라가는 게 아니라는 것도 나타낸다. 버팀목에 해당되는 대상을 동경하는 건 좋다. 단지 사람마다 성격과 취향이 다르듯이 내가 버팀목과 똑같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버팀목은 버팀목대로. 나는 나 자신대로 노력하는 방식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성공담이든 노력한 경험담, 성격적인 면을 보고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은 내가 더 잘 알기에 나에게 맞는 답을 내는 건 나 자신이다. 당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노력을 찾는 것이 좋다.

 

'애니 ANIMATION > 애니메이션 영화 ANI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워드(2020)  (0) 2020.07.08
스파이 지니어스(2019)  (0) 2020.02.06
레드 슈즈(2019)  (0) 2019.11.07
날씨의 아이(2019)  (0) 2019.11.06
붉은 거북(2016)  (0) 2019.03.12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