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気の子
먹구름 낀 하늘 아래 나를 비추던 한 줄기 빛을 지킬 수 있다면
★★★★
세상은 맨몸으로 맞서기에 꽤 험난하다.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생활은 힘든데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서로 자기 자신의 입장이 우선이라 남을 이해해줄 여유도 없다.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게 현실이고 현존하는 사회 시스템인데 어쩌겠는가. 그야말로 우중충한 먹구름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늘이 맑아지며 한줄기 빛이 비춰준다면 그것만큼 소중하게 느껴지는 게 있을까. 아주 잠깐이었지만 세상 전부나 다름없던 따스한 손길.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공존할 수 없는 법.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인가.
날씨를 소재로 한 희망찬 내용으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여러 사회문제가 부각되며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하는 이들의 일상을 그려낸다. 가출 청소년, 소년소녀 가장, 편협적인 사회의 시선, 현실을 살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공허한 이. 배경 역시 비가 내리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그 우울한 분위기를 더 짙게 만든다. 어두침침하고 축축한 도심. 그저 사치처럼 보이기만 하는 화려한 네온사인 광고판 등등. 그래서인지 비가 그치고 해가 비추는 장면이 유독 경이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다소 과격하게 보이는 연출이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각박한 사회의 모습을 나타낸 연출이라 하기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소라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나 알아둬야 할 점은 이게 단순히 폭력적이거나 흥밋거리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종의 절박감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그것도 벼랑 끝에 서서 지금 아니면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달라는 듯한 간절함. 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나쁜 짓이나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이고도 남겠지만 그 의의에 대해서는 이해할만 하다고 본다. 그러나 아래부터 후술될 각종 단점들을 보면 인상 깊은 장면이 아니라 뜬금없어 보여도 이상하지 않다.
전작인 <너의 이름은.>과 비교해서 여러모로 주연인물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이 부족해 보이는 편이다. 전작은 미츠하와 타키의 시점을 통해 두 인물을 깊이 있게 다루며 몰입할 만한 구석이 많았다. 반면 <날씨의 아이>는 주요인물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을 부각하는 면이 많다보니 캐릭터로서의 깊이가 다소 부족하다. 여기까지 오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왜 여기서 이러는 걸까. 굳이 이랬어야 하는지, 등등. 감정이입이 될 만한 요소가 적다보니 작중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느끼는 괴리감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여기기에는 당위성 면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배경으로 나오는 판타지 설정에서도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 어느 정도 신비로움을 나타내기 위해 모든 걸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너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나친 맥거핀은 독이 된다고도 하지 않은가. 이렇다보니 화려한 배경작화와 음악으로 중간 내용을 간추리는 전개가 이번에는 별다른 장점이 되질 못한 편이다.
분위기를 좀 어중간하게 잡은 것도 단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찾아낸 이상적인 희망을 나타내려 한 것인지 중반부는 희망찬 느낌을 많이 준다. 사실상 <너의 이름은.>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도 이 부분이고.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를 조명하는 와중에 지나치게 좋게 풀리는 전개로 보일 만 하다. 어느 정도 힘겨운 상황을 부각하면서 중간 중간 아주 잠깐의 희망찬 모습이었다면 모를까. 꽤 밝은 분위기였다가 후반부 들어서 뜬금없이 시리어스 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어중간한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고 본다. 좋은 순간을 조금씩 모아 큰 비극 앞에서 전부 엎어버리는 충격을 주려는 의도라 해도, 결과적으로 몰입감이 떨어졌으니 실패한 연출이나 다름없다.
다만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스가 케이스케의 행동변화에 대해서는 설명 부족으로 인한 개연성 문제는 있어도 뜬금없는 전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본 감상으로 스가는 이상과 현실의 경계점에 있는 인물로 보인다. 그저 편협하게 현실에 순응한 것도, 이상만을 향해 올인 한 것도 아닌 딱 중간. 작중에 나타나는 그의 직업만 봐도 그런 인상이 강하다. 보통 이런 애매한 캐릭터가 조력자인 경우의 역할은 이렇다. 과거의 자신을 투영하며 주인공이 가진 동기를 유일하게 이해하고 도와주는 역할. 그런데 스가의 경우는 그걸 좀 더 현실적으로 풀어낸 걸로 보인다. 이해는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이게 최선. 아직 어린 나이인 주인공의 안전을 생각한 염려. 이상과 현실 양쪽 전부를 생각하며 타협점을 낸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저 자신이 유리한 상황만 보고 이랬다저랬다 하며 등골 빼먹는 경우였다면 작중 내내 보였던 스가의 모습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작중 주제를 나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고 본다. 개인이 다수를 위해 원치 않은 희생을 해야 하는가. 그것도 어린 나이의 청춘이. 또, 단 한 번 밖에 없을 이상을 현실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가. 나름 의미 있는 주제라 생각되지만 이걸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풀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전체적으로 봐서는 분위기가 따로 놀고 뜬금없는 요소가 난무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소설판에서 나름 보충 설명이 있다고는 하지만 본편에서 풀어내야할 걸 나중으로 미뤄 놓은 거나 마찬가지라 이 역시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게임으로 따지면 DLC 끼워 팔기나 다름없는 거고. 부정적인 면을 많이 언급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아도 꽤 괜찮게 본 편이다. 전달만 잘 됐으면 꽤 의미 있어 보였을지도 모를 주제라 안타깝기도 하다.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나아지길 바라며 응원한다.
추가)더빙판 관련
<너의 이름은.> 더빙판 때 있었던 국내 배급사 측의 병크로 인한 여파가 상당했기에 <날씨의 아이> 더빙도 여러 의미로 주목하고 있긴 했다. 단단히 찍힌 감이 있어서 기대할 필요도 없다는 말도 들리긴 하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안 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선된 모습을 통해 노력을 했다면 인정을 해줘야 마땅하다. 그래야 앞으로 더빙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줄어들 테니까.
아무튼 좀 늦긴 했지만 더빙판은 흠잡을 곳 없이 아주 멋지게 잘 나왔다고 본다. 재관람이었는데도 처음 본 것처럼 몰입이 됐다. 작중에 카메오로 나오는 전작의 인물들까지 확실하게 교체한걸 보며 확실히 노력은 했다는 게 보였다. 여기서 더 바랄게 있다면 이렇게 노력한 배급사 측의 모습이 1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국내 성우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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