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来のミライ
흔한 가족 이야기 속의 판타지 잔향
★★★★
가족이라는 소재는 어디서든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다루기 쉽고 누구나 가깝게 다가갈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만큼 아무렇지 않게 남용되거나 비슷비슷한 의미를 다룬 다른 작품이 범람하기 마련이다. 편히 볼 만한 걸 찾는다면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편의주의적인 것보다는 색다른 걸 추구하는 이들도 꽤 있다. 흔한 소재라도 색다른 관점으로, 뻔한 의미라도 전달하는 소재를 다르게.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흔한 것이라는 인상이 그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동안 나온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이번 애니는 굉장히 심심하다고 볼 수 있다. 여동생이 생겨서 심리적으로 갈등을 겪는 4살 소년, 쿤. 이런 상황에서 종종 나타나 나름의 충고해주는 미래의 여동생, 미라이. 나름 가족의 의미를 나타내는 구도와 내용이긴 하다. 그렇지만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너무 평이하고 뻔한 감이 적지 않다. 여기에 주인공 성우 연기(자막판 기준)도 뭔가 어색한 감이 있고.
대체로 여동생을 질투하는 오빠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일상 위주의 내용이다.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상황이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법하다. 문제는 주인공이 4살 꼬마다보니 좀 철없게 보이는 구석이 많이 나온다. 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그럴싸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냥 성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겨우 저런 것 정도로 보이거나, 왜 저러는지 살짝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주인공 나이 대를 너무 어리게 잡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중의 판타지 요소는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역할 정도라 현실과의 접점이 거의 없어 보일 정도다. 일상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식으로 연출하다보니 뜬금없다는 인상도 어느 정도 있다. 게다가 무엇이 나오든 자세한 설명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어린 애가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고 여겨질 법하다. 미래에서 온 미라이가 존재감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그냥 평범한 일상의 왜곡된 면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렇게만 보면 단점만 많아 보이지만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극단적인 요소나 큰 사건 없이 잔잔한 분위기라 뭔가 편한 걸 보고 싶을 때 좋게는 보인다.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가족의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잔잔한 여운을 준다고 할까.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고 언젠가는 부모가 된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 와서 알게 되기도 하고.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부모님도 어린 시절에 지금의 나와 비슷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사랑을 베푸는 게 어떤 건지 아무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 가족이니까 그런 거다, 이렇게 말하는 게 전부다. 부모가 아무리 설명하고 타일러도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알게 되는 순간이 개인차가 꽤 있다. 어린 시절에 금방 이해할 수도 있고 심하면 꽤 나이를 먹고서야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족의 역사는 길게 느껴지면서 의외로 짧다. 그 안에서 남아 있는 지나간 공백의 시절을 되짚어보며 후회하는 일도 적지 않다. 한 번에 갑자기 많은 걸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차츰차츰 거리를 좁혀가며 가까워지는 것이다. 처음 겪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걸 피하지 않고 어떻게 잘 이겨내며 이해하느냐가 중요하다.
작중에서 기차가 꽤 많이 나온다. 대체로 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위주로 나오는 편인데, 여러모로 작중 주제에 걸 맞는 상징처럼 보이기도 하다. 언제 도착할지 모를 종착점으로 가는 기차. 가끔은 불편하더라도 한 번 타면 영원히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예 내리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한 번 내리면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한 번 떠난 기차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탈 수 있다 하더라도 처음에 탔던 그 기차는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낯선 기차를 타고 영원히 외롭게 혼자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다 같이 타고 있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어릴수록 다 같이 보고 겪을 단 한 번뿐인 풍경이 앞으로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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