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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2016)

애니 ANIMATION/애니메이션 영화 ANI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1. 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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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애니메이션

 

Seoul Station

갈 곳 없는 이들의 지옥도

★★★★

 

 <부산행>에서 KTX가 출발하기 직전, 서울역을 좀비가 휩쓸었다. KTX는 부산으로 향하면서 아비규환이 벌어지는 한편, 처음 서울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궁금해졌을 것이다. 그렇게 서울역으로 시선이 쏠렸지만 정작 기대한 부산행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울역에서 벌어지는 비정한 세상의 정경과 갈 곳 없는 이들의 절규는 아쉽지 않았다.

 연상호 감독의 다른 애니메이션이 그렇듯이 서울역 역시 상당히 암울하고 거칠다. 생각해보면 좀비물도 암울하고 닥치는 대로 때려부수는 거친 면이 있어서 애초에 감독의 스타일에 맞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보통 생각하는 좀비영화 수준의 잔혹성과 살육이 나타나면서도 적절하게 잔인한 장면을 거르는 등, 좀비 연출은 어느 정도 좋았다. 부산행에서는 보지 못했던 도심 좀비 추격전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골목이 많은 서울 도심이나 다소 복잡한 지하도를 좀비가 뛰어다니는 게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분위기가 긴장감을 만들고도 남았다.

 좀비 장르가 사회비판 요소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지만, 서울역 같은 경우는 정도가 꽤 심한 경우로 보였다. 보통 좀비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서로가 살겠다는 이기주의와 은폐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구도다. 그런데 서울역은 발생 초기의 상황인데,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개인과 사회의 문제로 나타난다. 소외계층의 의견은 무시당하며 도움을 받지 못하는데 오히려 가해자로 몰린다. 이게 극한에 치달아서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않고 엄한 생사람 잡는데 급급하는 지경에 이른다. 무엇보다 작중 주요 인물과 노숙자는 갈 곳이 없다는 점이 더욱 그 상황을 암울하게 만든다. 갈 곳이 없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집이 없다는 걸 넘어서 마음 놓고 있을 곳이 없다는 의미처럼 보였다. 평소에도 사람들의 멸시와 차별로 길거리가 지옥이었을텐데, 거기에 좀비까지 나타나고 도움도 제대로 못 받으니 현세에 강림한 진짜 지옥 그 자체였을 것이다.

 다만 스토리나 연출 면에서 이런저런 허점이 보였다. 부산행 프리퀄이라 해놓고 접점이 전혀없던 건, 서울역이 먼저 제작된 탓에 연관성을 맞출 수 없었다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좀비의 특성을 늦게 감지했더라도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건 이상했다. 물론 사태를 제대로 알려 하지 않고 차별적인 시선으로 보는 경우(경찰, 높으신 분)라면 뒷등으로도 듣지 않으니 이상할 건 없지만, 분명 작중에서 제대로 말이 통하는 인물이 있긴 있었다. 그 밖에도 시대에 맞지 않는 의상이라던가, 인물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하는 행동 같은 걸 보면 상황을 최악으로 몰아가려는 것에 급급했던 것으로 보였다. 이렇다보니 결말에 대한 호불호는 심하게 갈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여기에 장면 구도와 전혀 맞지 않아 보이는 연출 역시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물론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개연성이 부족하지 않게 최악을 이끌어 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감염원인에 대한 점은 상관없다. 새벽의 저주 같은 대표적인 예도 있으니까.

 이건 나중에 포스터를 찬찬히 살펴보고서야 안 사실인데, 포스터에 나온 좀비 대부분이 작중에 나왔던 인물들이었다. 주연인물까지는 아니고 초반에 나왔던 시민, 환경미화원, 지구대 경찰, 전경, 노숙자, 구조대원 등, 거의 단역에 해당된다. 별 의미 없이 한 것일 수도 있지만 포스터에 좀비로 나온 이들 대부분이 현실이 얼마나 시궁창인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라 저 포스터 역시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의 의도대로 나온 다 망해버린 지옥도 그 자체라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갈 곳 없는 노숙자로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가 모두를 갈 곳 없는 길거리로 내몬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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