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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거북(2016)

애니 ANIMATION/애니메이션 영화 ANI MOVIE

by USG_사이클론 2019. 3. 12.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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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거북

 

La tortue rouge/ The Red Turtle

고요한 세계에서의 신화 같은 삶

★★★★★

 

 주변이 고요함으로 둘러싸인 세계를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언제나 시끌시끌하고 사람이 많은 곳과 정반대라면 고립된 곳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더 나쁘게 말하자면 세상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난을 당한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다. 다소 낯선 잔잔함이 자각시키는 나 혼자라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앞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딱히 없다면 침착해져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 애니는 배경음과 효과음, 그리고 최소한의 음성 빼고는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는 무성 영화 스타일이다.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때문에 흔히 생각하는 애니를 생각하면 상당히 지루할 수 있다. 분위기와 색감이 눈에 띄며 시적인 하나의 예술 영화로 보면 된다.

 초반에는 다소 낯설면서 암울한 평범한 조난 스토리로 보인다. 그러다 문제의 붉은 거북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뜬금없이 등장한 판타지요소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잔잔함 속에서 묻어나오는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인지 마치 신화의 서장 같다는 느낌이다. 한결 같은 잔잔함이라도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색이 바뀐다는 것도 보인다. 낯선 잔잔함, 조급한 잔잔함, 밝은 잔잔함, 안정된 잔잔함, 신비로운 잔잔함, 쓸쓸한 잔잔함 등. 한 가지 색이라도 명도, 채도에 따라 다르게 구별되듯이 분위기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등장인물이 극소수다보니 깨알 같이 소소한 장면도 종종 보인다. 재미있게도 그냥 단편적으로 웃음을 주는 것도 있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작중 속에 숨겨 놓은 미니 스토리 같은 것도 있다. 그렇다보니 주연인물의 모습 말고도 배경 여기저기를 둘러보게 만든다. 잔잔한 분위기만 조성하기는 지루할지도 몰라서 넣은 배경 장식 같으면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소란스러운 곳이었다면 과연 저런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 관심이 갔을까. 단순한 장식으로서의 배경과 살아 숨 쉬는 배경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리 자체는 어떻게 보면 흔한 것일 수도 있다. 잔잔한 분위기 속의 세계에서는 딱히 크게 보여줄 것이 없다보니 큰 사건과 드라마적인 요소, 결말 말고는 뭔가 특별하다는 인상은 없다. 그럼에도 흔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는 친숙한 느낌이 강하다. 마치 옛날이야기나 우화 같은. 이 부분에서 신화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닮은 다른 것, 그것도 자연에서 온 신비로운 존재가 함께 지내는 삶. 이 둘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 그리고 태생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경계선으로 인한 슬픔까지.

 바다는 겉보기에 잔잔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문구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그러한 곳에서 장수를 누리며 사는 거북은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영원토록 오래 지속되는 잔잔함 속에서 그저 하나의 생명체로서 평범한 삶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아무도 알 수 없는 상상도 못할 환상적인 삶이 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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